세계 탁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을 때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마녀' 덩야핑(鄧亞萍·46·사진)입니다.
덩야핑은 다섯 살이던 1978년 처음 탁구에 입문해 열네 살이던 1987년 중국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1988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고 1997년 은퇴할 때까지 문자 그대로 밥 먹듯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연이어 여자 단식과 복식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것을 포함해 덩야핑이 선수 생활 중 차지한 금메달은 총 132개.
당연히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단식 세계랭킹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습니다. 덩야핑은 1990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8년 연속으로 ITTF 랭킹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덩야핑은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에서도 1991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95, 1997년 모두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덩야핑이 이 기간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1993년 대회 챔피언이 바로 현정화 현 대한탁구협회 부회장(50)이었습니다. 이 대회 때 덩야핑이 진중홍(井浚泓·51)에게 예선에서 패한 사이 현 부회장이 어부지리를 차지한 것.
현 부회장은 현역 시절 국제대회에서 덩야핑과 총 여섯 번 만났는데 한 번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습니다. 현 부회장은 "덩야핑 때문에 탁구를 그만두고 싶었을 정도"라면서 "나도 승부욕에서 뒤지지 않지만 덩야핑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덩야핑이 역대 최고 선수라고 생각한다. 키(150㎝)는 작지만 테이블에 바짝 붙어 빠른 박자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질릴 정도"라고 회상했습니다.
이렇게 승부욕이 뛰어난 선수라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이 분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운동 때문에 공부를 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퇴 후 체육특기자 자격으로 중국 칭화대에 들어가 영어영문학을 공부한 덩야핑은 영국 노팅엄대에서 2002년 현대중국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고 2008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도 받았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으로 돌아온 덩야핑은 정치인과 경영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09년 공산당에 입당한 덩야핑은 이듬해부터 2016년까지 런민(人民)일보 부비서장 겸 자회사 지커(卽刻)닷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습니다. 2016년 런민일보를 그만 둔 뒤로는 벤처캐피탈 업체 '훙타이(洪泰) 혁신 공간'과 손잡고 스포츠 산업 분야 창업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인물이라면 온갖 루머도 따라다니게 마련. 중국 인터넷에는 덩야핑과 아들 린한밍(林瀚銘·13)이 프랑스 국적이라는 소문이 계속 나왔습니다. 덩야핑은 2004년 역시 탁구 선수 출신인 린지강(林志剛·49)과 결혼해 2006년 프랑스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에 덩야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에 자신과 아들 중국 여권(사진)을 공개하면서 해명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습니다.
덩야핑은 17일 중국판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웨이보에 여권과 함께 (프랑스 국민에게는 필요가 없는) 프랑스 비자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저와 제 아들이 항상 중국인이었음을 선언합니다. 아들이 프랑스에서 태어난 건 맞지만 태어날 때부터 계속 중국 여권 소지자였습니다. 우리는 중국인인 게 자랑스럽니다"라고 썼습니다.
중국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중국 국적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출생지가 외국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중국 국적입니다. 물론 이때 예외적으로 출산국 국적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때는 중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었던 인물이 중국 국적을 취득했을 때도 원래 국적을 포기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