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러 머리(22·사진)가 결국 미식축구를 선택했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머리는 야구와 미식축구에서 모두 빼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얼마나 빼어나냐면 야구 선수로는 지난해 6월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9위로 오클랜드에서 지명을 받을 만큼 빼어나고, 미식축구 선수로도 미국 대학 최고 선수가 받는 하이즈먼 트로피 지난해 수상자로 뽑힐 만큼 빼어납니다.
그래서 머리가 메이저리그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머리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NFL 쿼터백이 되기로 분명하고도 확고하게 인생과 시간을 바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Kyler Murray (@TheKylerMurray) 2019년 2월 11일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입단식까지 치러 준 오클랜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빌리 빈 오클랜드 부사장은 "이번 시즌 머리가 미식축구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면서 상황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머리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높은 순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머리는 오클랜드 구단에서 미리 받은 사이닝 보너스(계약금) 150만 달러(약 17억 원) 가운데 129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는 반환하고, 앞으로 받기로 했던 316만 달러(약 35억7000만 원)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보 잭슨(57·사진)이나 디온 샌더스(52), 브라이언 조던(52)처럼 메이저리그와 NFL에서 동시에 뛴 선수가 없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머리는 미식축구 공격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쿼터백으로 뛰기 때문에 두 종목을 같이 소화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사실 이번 발표 전까지는 머리가 결국 야구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체격(175㎝·88㎏) 때문에 NFL 무대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평가가 뒤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스캇 보라스조차 "(14일 시작하는) 오클랜드 스프링 캠프에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선수 뜻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한편 머리는 외할머니가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인 외할머니와 흑인 외할아버지 사이에서 어머니 미선 씨(45)가 태어났고, 결혼 후 '미시'로 이름을 바꾼 어머니와 NFL 샌프란시스코에서 쿼터백으로 뛰었던 아버지 케빈 씨(55) 사이에서 머리가 태어났습니다.
머리 역시 자기 몸에 한국인 피가 흐른다는 걸 잊지 않으려는 듯 인스타그램 자기 소개에 "Green Light. 초록불."이라고 써두고 있습니다. 머리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한 뒤 "언젠가 어머니 외할머니와 함께 한국 땅을 밝고 싶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머리는 26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2019 NFL 스카우팅 콤바인에 참가해 NFL 쿼터백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게 됩니다. 올해 NFL 신인 드래프트는 4월 25일 시작합니다. 만약 머리가 1라운드 지명을 받게 되면 미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와 NFL에서 동시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