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06 시즌 프로야구가 산술적인 반환점에 다다랐다. 전체 504 경기 가운데 7월 3일 현재까지 251경기를 치르면서 49.8%의 시즌 진행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올스타 휴식기가 상징적인 구분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록을 반으로 나누자면 산술적인 기준이 오히려 적절한 구분점이 될 것이다. 한번 기록을 통해 '06 시즌의 전반기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됐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평균 득/실점 기록은 팀은 승패로 드러난 것 이외에 팀의 실제 전력을 보충해서 설명해주는 자료다. 시즌은 길다. 따라서 실제로는 강팀이 아닌 경우에도 한동안 치고 올라가는 모양새를 보여줄 수가 있다. 지난 시즌엔 롯데가 그랬고, 이번 시즌에는 현대가 그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는 득/실점 자료에서 이미 하향세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팀 승률이 5할이 넘었지만, 실점이 득점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경우엔 득점이 295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260점이나 되는 실점도 결코 적다고 하기 힘든 수치다. 하지만 아직 35점이나 더 많은 점수를 뽑아  냈다. 따라서 급격한 붕괴가 일어날 걸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득점은 줄고 실점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단정 지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실제로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이래 이후 30경기에서 24승 6패라는 거짓말 같은 성적을 올린 뒤, 그 다음 30 경기에서는 10승 1무 19패에 그쳤다. 현대에 후반기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분명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현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가장 재미를 본 팀은 역시 두산이다. 그리고 역시나 재미의 원동력은 바로 수비다. 실점을 억제하는 능력이 나머지 팀에 비해 압도적이라 할 만큼 강하다. 빈약한 타선의 문제점이 강력한 수비에 상쇄되는 것이다.


    수비진의 능력을 고려하고 투수의 순수한 능력을 보여주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가 3.00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탄탄한 투수진을 자랑한다는 얘기다. 박명환이 건강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는 점, 김승회 등이 이재우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수비진이 쳐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DER .720 역시 다른 팀이 범접하기 힘든 수준이다. SK 역시 .711로 뛰어난 DER을 자랑하지만, 투수진의 상황이 암담해서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수비란 야수진과 투수진이 모두 제 역할을 훌륭히 맡아줄 때 비로소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 득점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점수를 창출하는 과정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회를 만드는 능력과 그 기회를 살리는 능력이다. 기회를 만드는 과정은 출루다. 루상에 나간 주자를 불러들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장타라 할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래 그래프다. OBP는 출루율, ISO는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값으로서 순수한 장타력을 보여주는 값이다.


    현대는 .348의 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2위 삼성이 .337인 것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이것이 바로 가장 많은 득점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장타력에 있어서는 부족한 느낌인 게 사실이다. 그 결과 489개의 잔루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해결사 노릇을 맡아줘야 할 래리 서튼이 전반기 내내 DL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송지만 역시 중심 타선에서는 제 몫을 다해주지 못했다.

    최근 클린업 트리오의 무서운 힘을 과시하고 있는 롯데의 경우 사직이 홈구장임을 감안할 때 파워는 확실히 칭찬해 줄만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출루가 이뤄지지 않기에 많은 득점으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클린업 트리오만으로 야구를 한다던 롯데 팬들의 푸념이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정수근이 다시 라인업에 복귀한 만큼 타선 전체에 활력이 돌아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현재 상위권은 삼성-한화-두산-현대가 차지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거의 모든 기록에 있어 평균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ISO에서만 리그 선두(.132)를 달리고 있을 뿐, 나머지 기록은 평균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는 문동환, 류현진의 선발 역투와 구대성의 마무리가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영필의 빈자리 역시 안영명이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경우는 거의 모든 면에서 중상위권이라 볼 수 있다. 대구를 홈으로 쓰면서도 실점이 그리 많지 않고, 득점은 원활하게 뽑아냈다. 출루율에 비해 파워가 떨어지는 모습은 홈구장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뽑을 점수를 확실히 뽑고 간다는 점은 확실히 상대방에게 부담이다. 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진 K-O펀치가 버티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두드러진 장점은 K-O 펀치가 전부지만, 약점이 없다는 뜻이다.

  • 4월에 리그 선두를 지키던 SK는 투수진이 무너지며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5월에 선두를 지키던 현대는 수비력 불안이 결국 문제가 됐다. 6월 선두 삼성은 확실한 약점이 없는 상태다. 한화는 빈볼 사건에 휘말린 안영명의 징계 수위가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두산은 확실히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너무 쳐진다. 현대는 특별한 분위기 반등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후반기에는 지금보다 더 치열한 중위권 싸움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시즌 초반 일찍 상/하위가 나뉠 것처럼 보였던 구도가 각 팀의 약점이 점점 노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SK는 용병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는 언제 우리의 6월이 암울했냐는 듯 매서운 기세로 6월을 마쳤다. LG 역시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두산처럼 거센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팀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분위기다.

  • 시즌은 길다. 어느덧 절반이 지났는지, 아직도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지 저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초반에 너무 무리한 팀도 있을 것이고, 아직 제 실력을 다 드러내지 못한 팀도 있을 것이다. 분위기를 탔는데 시간이 모자란 팀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기나 긴 야구 시즌의 묘미다. 나머지 절반도 신나게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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