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NC의 선택은 이동욱 퓨처스리그(2군) 수비 코치(44·사진)였습니다. NC는 17일 새 감독으로 이 코치를 선임하기로 하고 2년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신임 감독은 2012년 창단 멤버로 NC에 합류한 뒤 지난해까지 1군 수비 코치를 지내다 올해는 C팀에서 2군 선수를 지도했습니다. 


NC는 "N팀(1군) 수비코치 시절  NC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팀 수비지표(DER)에서 리그 1위에 오르는 등 짜임새 있는 수비력을 선보였다"면서 "이 감독이 팀 내 주전 선수를 비롯해 퓨처스리그 유망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수의 기량과 특성을 고루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됐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저는 주로 '범타처리율'이라고 번역하는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는 상대 타자가 때린 페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는 비율을 가리킵니다.) 


이 감독은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시도를 해온 것이 우리 NC 구단의 특징이었다. 선수들과 마음을 열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감독은 25일 마산구장에서 시작하는 합동 훈련부터 팀을 지휘하게 됩니다. 


부산 출신 이 감독은 대천중, 동래고, 동아대를 거쳐 1997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2차 2순위로 연고팀 롯데 지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무릎에 부상을 달고 사는 데다 같은 포지션(2루수) 붙박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박정태(49)라는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결국 프로 선수로 뛴 7년 동안 1군에서 307타석만을 기록한 채 유니폼을 벗어야 했습니다. 통산 성적은 타율 .221, 5홈런, 26타점.


재미있는 건 롯데에서 그를 방출한 지 사흘 만에 2군 코치 자리를 제안했다는 점입니다. 생활 태도가 워낙 성실했기 때문에 그냥 내치기는 아쉬웠던 것. 그렇게 이 감독은 당시 프로야구 최연소(29세) 코치가 됐습니다. 그리고 팀 훈련이 끝날 때마다 컴퓨터 학원으로 달려가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이 감독은 "사직역 앞 학원에서 워드프로세서와 엑셀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야구와 컴퓨터가 만나면 늘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NC 1군 코치 시절 이 감독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에 익숙한 지도자로 통했습니다. 그러니 자기 경험뿐 아니라 이론에 근거해 선수를 지도할 수 있고 그 결과가 4년 연속 DER 1등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알고 보면 준비된 감독'이라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이 감독은 NC가 추구하는 '프런트 야구'에 적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NC는 새 감독 선임 사실을 발표하기 전 16일 먼저 프런트 조직 개편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 결과 - 김경문 전 감독 해임 때 예상했던 것처럼 - '현장'에서 할 일이 줄었습니다. 이런 전환기에는 이런 변화를 이해하는 인물에게 (NC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을 빌면) '현장 리더십'을 맡기는 게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날 오전 한 언론사에서 유력하다고 표현했던 후보가 실제로 새 감독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전 감독 시절 NC는 앞만 보고 내달리던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렸던 것도 사실. 과연 이 감독은 이 팀에 어떤 바람을 불어넣을까요? NC는 다시 강팀이 될 수 있을까요?


옛날 기사를 찾다 보니 이 감독이 2003년 스프링캠프 때 당시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뛰던 사사키 가즈히로(佐佐木主浩·50)를 상대로 홈런을 날린 적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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