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외국인 투수, 버디 카라이어가 재계약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하지만 카라이어의 기록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WHIP 0.94, K/9 9.16, 평균자책 2.41의 준수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K/BB 역시 4.22로 상당히 안정적이다. 그런데 왜 이런 투수의 교체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기본적으로 카라이어는 LG에서 셋업맨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셋업맨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한 성적인 건 맞다. 하지만 외국인 로스터가 2 자리밖에 없는 현재 상황에서 선발이나 확실한 마무리가 아닌 선수에게 선뜻 한 자리를 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카라이어의 가장 큰 주무기는 속구다. 속구는 스트라이크, 변화구는 볼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따라서 카라이어는 실질적으로 마무리를 볼 수밖에 없는 유형의 투수다. 하지만 마무리 시험은 이미 실패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 특급 셋업맨에게는 더 이상 기회를 주기가 힘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외국인 선수에게 그 이상의 자리가 보장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를 3명만 선발할 수 있다고 해도 특급 셋업맨에게는 얼마든지 한 자리가 할당될 수 있다. 물론 카라이어 한 명을 위해 제도를 변경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단지 '국내 선수 보호'라는 미명 아래 현행 제도를 고수하는 것은 프로야구 전체의 질적인 향상에서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우리 프로 1군 무대에서 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우리 야구의 수준을 생각할 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프로 감독들이 흔히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편애'와 '혹사'다. 1~2군간의 선수 이동이 있다고는 하지만 늘 올라오는 선수가 올라오고 내려가는 선수가 내려간다. 이러는 과정 속에서 좀더 일찍 빛을 볼 수 있던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감독이라고 해서 특정 선수들이 유독 더 예뻐서 그들을 올리겠는가?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수준의 선수가 이들밖에 없기에 계속해서 1군 무대로 불러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혹사도 마찬가지다. 만약 한화에 외국인 투수 한명만 더 있었다면 분명 류현진이 이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어도 될지 모르는 일이다.
말하자면, 우리 어린 선수들은 너무 손쉽게 1군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사실상 세대교체도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몇 년 기다리다 보면 자기에게도 기회가 오리라는 생각에 선수들은 해이해진다. 이런 선수들에게는 외국인 선수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분명 채찍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2군에서도 좀더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처럼 1.5군 선수들만 줄기차게 1~2군을 드나들어서는 전체적인 발전을 꾀하기가 어렵다. 단지 야구 선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10년씩 2군에서 별다른 기량 향상도 없이 늙어간다는 건 선수 본인의 인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아닐까?
팬들에게도 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호쾌한 공격 야구, 투수와 타자간의 진검승부. 이런 것들 모두 선수들의 기량이 현재보다 한 두 단계 더 높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도저히 1군 타자라고 볼 수 없는 스윙폼을 가진 타자,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등판하기 위해 1군 로스터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투수. 이런 선수들이 과연 팬드에게 어떤 즐거움을 안길 수 있겠는가? 차라리 이들의 자리를 정당한 실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편이 우리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 야구 선수들이 전체적인 실력 향상을 이뤄 외국인 선수 없이도 얼마든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외국인 선수를 늘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재미있는 야구, 즐거운 야구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 선수들에게서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아니라, 보다 팬들을 위한 야구, 보다 수준 높은 야구를 위한다는 명목에서 외국인 선수 확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