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듀랜트(30·골든스테이트)는 시애틀에서 뛰던 2007~2008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올해의 신인상을 탔습니다. 이런 선수라면 팀에서 계속 붙잡아 두고 싶은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시애틀은 다음 시즌 곧바로 듀랜트를 오클라호마시티로 트레이드했습니다.
이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듀랜트는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된 최근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애틀이 자리잡은) 북서쪽을 보고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듀랜트는 2008년 4월 13일(이하 현지시간) 이후 시애틀 땅을 밟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라고 쓰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숭용 프로야구 KT 코치(47)가 태평양 - 현대 - 우리 - 히어로즈 - 넥센에서 뛰었다고 팀을 다섯 번 옮겼다고 하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니까요. 실제로 이 코치는 팀을 한 번도 옮긴 적이 없습니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연고지와 팀 이름이 바뀐 것뿐입니다.
듀랜트가 (경기를 하러) 시애틀 땅을 밟은 적이 없는 이유는 2007~2008 시즌을 마지막으로 시애틀을 연고로 하는 NBA 팀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1967년부터 이 도시를 연고지로 삼았던 슈퍼소닉스 구단과 시애틀시가 갈등을 빚으면서, 슈퍼소닉스는 2008년 7월 2일 오클라호마시티로 연고지를 옮기고 애칭도 '썬더(Thunder)'로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더는 슈퍼소닉스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넥센이 현대를 계승한 게 아니듯 오클라호마시티도 시애틀 후예는 아닙니다.)
2008년 4월 13일은 시애틀이 '키 아레나'에서 마지막 안방 경기를 치른 날입니다. 이 경기가 시애틀 마지막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달 16일에 열린 골든스테이트 방문 경기가 진짜 마지막이었습니다. 시애틀은 13일 경기 때는 99-95로, 16일 경기에서도 126-121로 이겼으니 마지막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시애틀에 들어오겠다는 팀이 아주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2013~2014 시즌을 앞두고 새크라멘트가 시애틀로 연고지를 옮기려고 했습니다.
이에 NBA 스타 출신인 케빈 존슨 새크라멘토 시장(52·사진)이 사방팔방으로 뛰면서 투자자를 모으면서 팀을 잔류시키려 애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킹스는 새크라멘토에 잔류하게 됐고, 새크라멘토시는 '골든1 센터'를 새로 짓는 걸로 잔류에 보답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만에 다시 시애틀에서 NBA 경기가 열린다면 골든스테이트와 새크라멘토가 맞붙는 것보다 좋은 매치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이 두 팀이 키 아레나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골든스테이트는 6일 다음 시즌 시범 경기 일정을 발표하면서 10월 5일에는 시애틀에서 새크라멘토와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 일정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새크라멘토 지역 신문 '새크라멘토 비'는 올해 2월에 이미 이런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연히 듀랜트도 진짜 시애틀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당시 듀랜트는 시애틀에서 다시 뛰면 '뽕 맞는 경험(a dope experience)'이 될 것이라고 인터뷰했습니다.
골든스테이트는 시애틀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와 새너제이에서도 시범 경기를 치릅니다. 한국 프로 스포츠도 시범 경기 정도는 이렇게 평소에 소외된 지역에서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올해 여자부 컵 대회를 충남 보령시에서 개최한 건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믿습니다. KOVO는 남자부 컵대회도 충북 제천시에서 엽니다. 역시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아직 국내에도 시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