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순위가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 삼성부터 한화까지 1~3위 싸움도 재미있고, 4위 자리를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하는 점도 흥밋거리다. 물론 10여 경기 안팎이 남은 상황에서 1~3위 자리에 어떤 큰 변동이 있으리라 예측하는 건 섣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반 게임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4위 자리는 정말 미궁 속이다. 결국 둘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마지막 4강행 티켓의 주인공이 등장할 것 같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한번 최종 순위가 어떤 모양새가 될지 알아보도록 하자. 시즌 성적을 예측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은 시즌 전체를 소위 '몬테 카를로스 방식'을 사용해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팀의 득점과 실점을 토대로 공식을 세워 알아보는 '피타고라스(pythegorean) 방식'이다. 이번에 우리가 알아볼 것은 바로 두 번째 방식이다.
피타고라스 방식도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제로 팀이 얻고 내준 점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팀이 마땅히 얻었어야 했을 점수와 마찬가지 실점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수를 흔히 EqR(Equivalnet Runs)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후자가 좀더 정확한 예측력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아래 표는 9월 13일까지 EqR과 EqRA (EqR Allowed, EqR 실점) 자료를 토대로 알아본 피타고라스 스탠딩이다.
먼저 주목할 만한 점은 삼성이 아닌 현대가 1위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전력상으로 가장 안정된 팀은 삼성보다는 현대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분위기를 보자면 이는 틀린 소리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전반기에도 피타고라스 승수에 비해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간 바 있다. 바로 KO 펀치의 힘이었다. 전반기 동안 삼성은 2점차 이내의 승부에서 21승 8패, 승률 .724의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현대는 16승 15패(승률 .516)였다. 그 결과 피타고라스 승률로는 삼성이 1.5 경기 차로 앞서 있었지만, 실제 차이는 7.5 경기였다.
이제 이 흐름이 뒤바뀌어 오히려 현대가 2.5 게임 앞서야 했다고 피타고라스 승률은 이야기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현대는 2점차 이내의 상황에서 13승 3패(승률 .813)의 기록이다. 반면 삼성은 6승 10패(.375)에 만족하고 있다. 신철인-박준수 라인의 위력이 KO 펀치와 견줄만한 위력이었다는 증거다. 만약 시즌이 좀더 남아 있다면 사실 이 정도는 충분히 역전도 가능한 분위기다. 하지만 남은 경기수가 너무 적다. 따라서 역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미미한 형편이다. 작년에도 피타고라스 승률 1위는 두산이었지만, 실제로는 삼성이 페넌트레이스를 차지했다.
그런 점에서 두산이 다시 한화와 함께 3위에 자리 잡고 있는 점은 확실히 이채롭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원동력은 '육상부'들이 보여준 주루 때문이다. 팀 도루와 3루타 1위일 뿐 아니라 1루 주자가 단타에 3루까지 뛰어가는 능력 역시 이 팀 공격의 트레이드마크다. 희생번트 때 1루 주자가 3루까지 뛰어 가고, 스퀴즈 번트 때 2루 주자까지 홈에 들어오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던 것이 바로 베어스의 주자들이다. 이런 점들이 100% 기록에 반영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최근에 두산이 보여주고 있는 페이스라면 4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일로 보인다.
KIA는 피타고라스 승률에 있어서도 역시 .500을 차지했다. 정말 무서운 5할 본능이다. 하지만 아직 두산과의 맞대결이 5차례나 남아 있는데다 상대 전적에서도 현재 7승 1무 5패로 다소 앞서 있다는 건 확실히 위안거리다. 또한 마지막 10 경기를 전부 홈에서 치른다는 것 또한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KIA는 홈에서 27승 2무 23패로 5할 +4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계속해서 치러지는 치열한 4위 싸움이라면 KIA도 분명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하위 팀의 순위는 실제 순위와 같다. SK는 현대와 연장 접전에서 패한 것이 결국 이번 시즌을 접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야 말았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벌써 감독 경질설이 기사화된 만큼 분위기를 추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도 시즌 막판에 찾아온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3연패를 당하며 7위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대호의 '크레이지 모드'는 분명 MVP 투표에 있어 많은 반향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것이 롯데 팬들에게는 유일한 위안거리가 될 것 같다. LG는 사상 처음으로 꼴찌의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시즌 프로야구 판도가 어떻게 변해갈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LG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피타고라스 승률은 현재까지 각 팀이 시즌을 어떻게 치러왔고, 그 결과 현재 어떤 전력을 나타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값이다. 만약 실제 순위보다 낮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 팀은 하향세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그 반대라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가 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가능성일 뿐, 실제 경기에서 더 많은 승리를 쌓은 팀이 결국 강팀이다. 강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팀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틀리기 위해서 예측해 보자면, 삼성 · 현대 · 한화 · 두산의 포스트 시즌이 열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