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팬 모두가 짐작만 하던 게 결국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진행할 때 뒷돈이 오갔다는 건 사실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웠습니다. '급(級)'이 맞지 않는 선수끼리 유니폼을 바꿔 입는 '수상한 거래'가 적지 않았기 때문. 그때마다 히어로즈는 '뒷돈은 없다'고 항변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다만, 실제로 돈이 얼마나 오갔는지 알 수가 없었을 뿐.


이제 그 결과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8개 구단 자체 조사 결과) 과거 히어로즈 구단과의 현금 포함 트레이드 계약 중 신고하지 않거나 발표와는 다른 계약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트레이드가 없던 팀은 딱 한 곳 SK뿐이었습니다.


▌히어로즈 트레이드 현황

 날짜  히어로즈  상대  승인 조건  실제 금액
 2009.12.30  이택근  강병우 박영복(LG)  25  38
 2009.12.30  장원삼  김상수 박성훈(삼성)  20  35
 2009.12.30  이현승  금민철(두산)  10  30
 2010.03.12  마일영  마정길(한화)  3  12.5
 2010.07.22  황재균  김민성 김수화(롯데)    20
 2010.12.22  고원준  박정준 이정훈(롯데)    19
 2011.07.21  김성현 송신영  박병호 심수창(LG)    15
 2012.05.02  전유수  최경철(SK)    
 2012.07.09  오재일  이성열(두산)    
 2012.11.20  임창민 차화준  김태형(NC)    7
 2013.04.18  박정준 이창섭 지석훈  송신영 신재영(NC)    
 2013.04.25  최경철  서동욱(LG)    
 2013.11.26  장민석  윤석민(두산)    
 2014.02.11  조중근  KT    
 2014.04.10  김병현  김영광(KIA)    5
 2015.04.08  이성열 허도환  양훈(한화)    
 2016.03.22  김대우  채태인(삼성)    
 2016.04.06  서동욱  KIA    
 2017.03.17  강윤구  김한별(NC)    1
 2017.05.18  김택형  김성민(SK)    
 2017.07.07  윤석민  서의태 정대현(KT)    5
 2017.07.31   김세현 유재신  손동욱 이승호(KIA)    
 2018.01.12  채태인  박성민(롯데)    


히어로즈 출범 후 23차례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이전까지 이 구단에서 '현금을 받았다'고 밝힌 건 총 58억 원(4건)이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실제로는 189억5000만 원(12건)을 받았습니다. 131억5000만 원이 숨어 있던 것. 


상대 구단별로는 '현금 거래는 한 푼도 없었다'던 롯데가 실제로는 41억 원을 건네 이면계약 규모가 제일 컸습니다. 총액 기준으로는 LG가 박병호(32·사진) 트레이드 때 15억 원을 포함해 53억 원으로 현금 거래 규모가 제일 컸습니다. LG는 이택근(38) 트레이드 때 25억 원을 준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에 '언더 머니'는 28억 원으로 롯데보다는 적었습니다.


사실 프로야구에서 현금 트레이드 자체가 금지 사항인 건 아닙니다. 히어로즈만, 그것도 2010년에만 금지였습니다. KBO는 2009년 12월 30일 트레이드 세 건을 승인하면서 "히어로즈의 현금을 전제로한 트레이드는 원칙적으로 2010 시즌이 종료할 때까지 불허할 방침임을 히어로즈 구단에 통보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히어로즈는 일단 '간 보기'를 시도했습니다. 마일영(37·현 한화 코치)을 한화로 보내고 마정길(39·현 히어로즈 코치)을 받아오면서 추가로 3억 원을 받았다고 신고한 것. 당시 KBO는 "3억 원을 두 선수 가치를 맞추기 위해 넣은 금액이라고 한다. '현금을 전제로 한' 트레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는 12억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에 자신감이 생긴 히어로즈는 '축소 발표' 관행을 폐기하고 '현금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롯데로 황재균(31·현 KT·사진), 고원준(28·현 두산)을 보내면서 총 39억 원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신고했습니다. 그 뒤로도 히어로즈는 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된 이후로고 한 번도 KBO에 현금을 받았다고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고형욱 히어로즈 단장은 "이미 딜이 끝났는데 현금 때문에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까 봐 그랬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KBO 정금조 사무차장은 "구단 운영이 안정화된 이후로는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면서 "인센티브 지급을 숨기려고 그랬던 게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거짓말이 탄로났으니 이제 반성하는 기미를 보일 차례. KBO는 "히어로즈를 포함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은 과거 있었던 잘못된 양도·양수 계약에 대해 깊게 뉘우치며, 향후 이러한 일들이 절대 재발되지 않도록 KBO와 함께 리그의 회원사로서 전 구단이 노력하기로 다짐한다는 의지를 KBO에 알렸다"며 "KBO는 구단들의 자진 보고를 바탕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정밀 확인 작업을 진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상벌위원회 개최 및 이에 대한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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