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피겨스케이팅에서 나온 멋진 장면을 편집해 올린 하이트라이트 영상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다는 표현을 쓴 건 맨 처음 등장하는 백플립(back flip·위 GIF) 기술 때문입니다.

 

이 동영상 속에서 비발디 '사계' 가운데 겨울에 맞춰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선수는 수리야 보날리(44·프랑스).

 

보날리는 1988년 나가노(長野) 겨울올림픽 때 저 말도 안 되는 기술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쳤습니다.

 

백플립은 그때나 지금이나 국제빙상연맹(ISU)에서 금지 기술입니다.

 

그래서 저 동영상이 재미있다는 겁니다.

 

 

실전에서 백플립을 처음 사용한 선수는 테리 쿠비츠카(61)였습니다.

 

쿠비츠카는 역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던 1976년 인스브루크 대회 프리스케이팅(위 영상)에서도 이 기술을 구사했습니다.

 

그리고 이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SU는 백플립을 금지했습니다.

 

'쇼 무대에나 어울리는 기술'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쿠비츠카는 올림픽에서 백플립을 합법적으로 구사한 처음이자 마지막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구사하면 벌점을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구사한 선수가 바로 보날리였습니다.

 

 

보날리는 유럽 챔피언에 다섯 번 올랐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만 세 개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준우승한 1994년 지바(千葉) 세계선수권 때는 시상대에 오르는 것조차 거부했습니다.

 

관중 야유에 떠밀려 겨우 시상대에 올랐지만 메달을 받자마자 풀어버렸습니다.

 

보날리는 자신이 세계 정상을 밟지 못하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부색이 다른 선수보다 진하기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나가노 대회는 보날리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었습니다.

 

아킬레스힘줄 부상을 안은 채 이 대회에 나선 보날리는 첫날 쇼트프로그램을 6위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 부상 때문에 프리스케이팅에서 자기 장기인 트리플러츠를 구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백플립을 구사하면서 끝내 오르지 못한 세계 정상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냈습니다.

 

보날리는 올림픽을 마친 뒤 프로로 전향했습니다.

 

보날리 이후로도 흑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피겨스케이팅은 백인이 흑인보다 동양인을 덜 무시하는 몇 안 되는 분야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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