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 번만 더 이겨라!" 이제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렇게 '러시안 뷰티' 마리야 샤라포바(30·사진)를 응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샤라포바가 한번만 더 이기면 이들이 고민을 덜 수 있거든요.
샤라포바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2017 포르셰 그랑프리 8강전에서 아네트 콘타베이트(22·에스토니아·세계랭킹 74위)에 2-0(6-3, 6-4) 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포르셰 그랑프리는 WTA에서 '프리미어 700'이라고 구분하는 등급에 속합니다. 이 등급 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면 랭킹 포인트 185점을 받습니다. 결승에 진출하면 305점을 받고 우승까지 하면 470점입니다.
남녀 프로 테니스 모두 랭킹은 최근 52주(1년) 성적이 기준입니다. 샤라포바는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으로 15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가 모두 사라진 상태. 제로(0)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확보한 185점이면 샤라포바는 다음달 2일 WTA에서 랭킹을 발표할 때 264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결승에 오르면 183위, 우승하면 119위입니다.
그러면 264위와 최소 183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프랑스 오픈은 호주 오픈, 윔블던, US 오픈과 함께 4대 메이저 대회로 손꼽힙니다. 메이저 대회 본선에는 128명이 참가합니다. 먼저 랭킹 1위부터 104위까지 본선 자동 출전권을 주고 나머지 선수 중에서 랭킹이 높은 120명은 예선 출전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랭킹 224위 안에 이름을 올려야 메이저 대회 예선이라도 나갈 수 있는 겁니다.
만약 샤라포바가 최소 183위에 오르면 프랑스 오픈 조직위는 샤라포바에게 "올해는 예선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냥 264위면 와일드카드(특별 출전권)를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와일드카드 자체가 아주 특혜는 아닙니다. 예선 출전 선수가 128명인데 세계랭킹으로 120명까지만 자르는 이유가 와일드카드 때문에 자리를 빼둔 거니까요. 본선 출전 와일드카드 역시 똑같이 8장입니다.
샤라포바에게 준결승이 중요한 건 올해 프랑스 오픈은 다음달 29일 시작하지만 이번 주가 참가 신청 '데드라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오픈 때 적용하는 랭킹 포인트는 이번 주 성적이 끝입니다. 샤라포바가 결승이 진출하지 못한다면 와일드 카드 없이는 프랑스 오픈 예선에도 나갈 수 없습니다.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프랑스 오픈 조직위는 이미 다음달 17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와일드카드 부여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2012, 2014년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 샤라포바는 올해 대회 때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요? 만약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유야 어찌됐든 도핑은 선수 혼자만 좀 먹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