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 글에는 확인이 끝나지 않은 각종 '썰(設)'이 난무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기자가 아니라 특정 팀 팬이 팬심을 가득 담아 쓴 '블로그 포스트'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끝내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습니다. 프로야구 넥센을 이끌던 염경엽 감독(48)이 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나자 먼저 결별을 선언했고, 구단도 이튿날 "염 감독의 사임 의사에 대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구단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좀더 보시죠.

 

8월 1일 올 시즌 종료 후 구단을 떠나겠다고 통보했던 염 감독에 대해 당시 구단에서는 만류와 동시에 더 좋은 환경을 위해 떠나겠다면 동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과는 별도로 준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후 소속팀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향후 구단에서는 지난 8월초부터 최근까지 구단은 물론,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었던 염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여러 내용에 대해 지난 4년간 팀을 이끌었던 부분을 인정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식 입장 표명은 물론 내용을 공개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많은 분들이 소위 '증권가 찌라시' 내용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달 30일 스포츠동아에서 기사로 쓰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저도 9월 중순에 관련 내용을 '정보 보고'로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정보 보고는 '취재를 하다가 이런 저런 얘기를 듣게 됐다. 다만 아직은 기사로 쓰기에 설익었다 또는 이건 기사로 쓰기에는 내용이 좀 거시기하다' 싶은 내용을 보고하는 걸 뜻합니다.


제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상 자진사퇴한 감독이 곧바로 팀을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쓰면서도 글 말미에 "실제 시즌이 끝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질지도 모를 터"라고 쓴 건 그런 까닭입니다. 종합지 기자인 제가 저때 보고했으니 아마 전문지(스포츠지) 기자 분들은 훨씬 먼저 관련 내용을 접했을 겁니다. 넥센 보도자료를 보면 염 감독이 팀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나서 달포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몰랐던 게 있습니다. 저는 저 글에 "아직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도 남았고 올해 일정이 모두 끝날 때까지 넥센 감독이 바뀔 일도 없으리라는 건 확실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취재 결과 구단에서는 정규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염 감독을 경질할 의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준플레이오프를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른다는 복안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염 감독이 계속 감독석에 앉았지만 이런 팀이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구단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했던 건 염 감독이 혼자만 팀을 옮기려고 했던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동아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B구단 내부에서는 '감독이 이미 코치들에게 (C구단으로)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대부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크게 실망한 분위기'"인 상황이었던 겁니다. 함께 이적하자고 제안을 받은 코치가 팀에 이 사실을 알린 뒤 감독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말도 들립니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염 감독이 이렇게 마음이 급했던 이유는 뭘까요? 사실 구단에서 그러니까 이장석 대표가 염 감독을 경질하겠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가 끝났을 때도 이 대표는 염 감독과 결별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합니다. 조상우(22) '볼질'로 끝난 그 경기 말입니다. 당시 제가 블로그를 통해 염 감독에게 "선수가 아니라 팀을 키울 때"라고 당부했던 건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염 감독이 넥센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도 자신이 성급했다고 생각했는지 올 시즌 초에 고급 승용차를 선물하면서 갈등 봉합에 나섰습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패장이 되고 말았지만, 염 감독이 적어도 정규시즌 때는 '팀 키우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프런트 직원(매니저)으로 출발한 염 감독이 갈수록 좋은 매니저(감독)로 성장하고 있습니다"하고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포스트시즌에는 제가 칼럼을 쓰지 않고, 그러면 염 감독을 평가할 기회가 딱 한 번이라고 생각해서 칼럼 소재를 고른 것이기도 하고요. 팬심이라고 할까요?


어차피 결별이 기정사실인 이상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진흙탕 싸움 하지 말고 (그나마) 아름답게 떠나는 모양새를 보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이마저 구단 표현처럼 염 감독이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하면서 볼 수 없는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 오지환(26)이 역전 적시타를 쳤을 때 회사 선배한테 "내일 염 감독 사퇴 기사 써야겠네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어제 바로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넥센에서 보낸 보도자료는 "염 감독의 사임에 따라 넥센히어로즈는 팀의 안정화를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감독 후보에 대한 인선 작업을 거쳐 차기 감독을 확정, 발표 할 예정"이라는 말로 끝납니다. 현재 구단 내부에서 장정석 운영팀장(43)을 포함해 세 명, 바깥에서 외국인 한 명(로이스터 전 감독은 아닙니다.) 정도가 물망에 오른 상태라고 합니다. 구단에서 보낸 것처럼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인물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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