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결국 참다 못한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48·사진)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신이 다른 팀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도는 게 억울하다는 거였습니다. 잠깐 스포츠월드 기사를 인용해 보죠:


염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나에게 그러는지 모르겠다. 자꾸 나를 흔들면 다 놓고 떠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 감독이 발끈한 것은 넥센과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남은 상황에서 자신의 거취를 두고 온갖 억측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이 수도권 구단으로 옮길 거라는 내용을 소위 '증권가 찌라시'로 받아 본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사실 스포츠동아에서 지난달 30일 이렇게 기사로도 냈으니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최근 B구단에서는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 본인(감독)이 하기 싫다고 하는데 내년에 함께 할 수 있겠나. 우리도 차기 감독 후보군을 고심해야할 것 같아 마음이 무척 무겁고 안타깝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라는 탄식이 들린다.


B구단은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문제는 B구단의 A감독이 시즌 종료와 함께 C구단과 계약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점이다. 확인된 사실은 B구단과 A감독이 팀 운영 등 여러 문제를 두고 격한 마찰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B구단 내부에서는 "감독이 이미 코치들에게 (C구단으로)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대부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크게 실망한 분위기"라는 말까지 들린다.


이 기사에는 익명으로 나왔지만 염 감독 본이 A 감독이 자신이 맞다고 자인한 꼴이 됐습니다. 사실 염 감독이 C 구단으로 간다는 소문만 돈 건 아닙니다. 다시 스포츠월드 기사:

 

염 감독은 "사실 A구단 뿐 아니다. 시즌 중반에는 또 다른 구단으로 간다는 소문도 있었다. 최근에는 가을 야구에 실패한 다른 팀 이야기도 나오더라"면서 "내가 옮길 때 넥센 코칭스태프까지 데려간다는 말도 있는 데 이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코치 선임 등은 감독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사실 처음부터 염 감독이 마음대로 '작별을 준비'하는 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염 감독은 2014 시즌이 끝난 뒤 구단과 3년간 총액 14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니까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겁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에 들어 있는 감독·코치 계약서에는 이럴 때 이적을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제6조 (을)이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였을 경우에는 

가. 계약금의 배액을 (갑)에게 배상한다.

나. 잔여 계약기간 동안 다른 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 단, (을)이 잔여 계약기간 종료 후에 다른 구단에 입단할 것을 예정하고 당해 다른 구단과 통모하여 참가활동기간 중에 (갑)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갑)을 위한 업무를 태만하게 수행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총재는 당해 감독 또는 코치의 입단을 1년간 제한할 수 있다.


여기서 (갑)이 구단이고 (을)이 감독 또는 코치입니다. 따라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감독이 '일방적으로' 팀을 떠나려면 계약금 2배를 물어내야 합니다. 염 감독 경우에는 7억 원입니다. 또 다른 구단에 입단하려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때는 KBO 총재가 1년 동안 이적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꾸로 말해 쌍방이 합의해 계약을 파기했을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계약은 민사 영역이기 때문에 구단과 지도자가 합의하면 계약에서 빠져나올 수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넥센과 염 감독이 어떤 이유에서든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하거나 넥센에서 염 감독을 자를 때만 염 감독이 내년에 마음대로 다른 팀 감독석에 앉을 수 있는 겁니다.


이 역시 일단은 말이 안 된다는 게 염 감독 주장. 그는 "이장석 대표님이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현장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나와 구단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와전된 것이 많다. 지금은 이장석 대표와 전혀 문제가 없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어떤 분은 계속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고 믿으실 겁니다. 실제 시즌이 끝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질지도 모를 터. 하지만 아직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도 남았고 올해 일정이 모두 끝날 때까지 넥센 감독이 바뀔 일도 없으리라는 건 확실합니다. 아직까지 루머는 루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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