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히어로즈 노우트



• 프로야구 넥센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원래 야구에서 4월 성적은 믿을 게 못 되고 믿어서도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번이 아니면 이번 시즌에 쓸 날이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써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볼 일이 있을까 적어 놓자면 넥센은 10일까지 5승 1무 3패(승률 .625)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 네, 저도 넥센이 깜짝 선두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잠깐 선두에 가까운 분위기입니다. 어디까지나 아직 10경기도 안 했고, 넥센을 떠받치고 있는 기록에도 플루크운(運)이 많이 끼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저 지금 기분에 취하고 싶으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도 한번 남겨 보고 하는 거죠.


위원님 잊지 않겠습니다: 한 해설위원은 "넥센은 한꺼번에 전력이 너무 많이 빠졌다. 솔직히 나머지 9개 팀과 전력 차가 크게 날 것이다. 만약 넥센보다 못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lnk

kini's Sportugese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4월 10일 일요일


도대체 뭘 두고 운이라고 얘기하는 건지 타격 기록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단 출루율(.368)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대신 장타력(.355)은 뒤에서 2위입니다. 이런 엇박자로 득점(48점)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득점권 타율(.304) 덕이었습니다. 득점권 타율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결국 평균으로 수렴하는 기록입니다. 현재까지 대타 기록을 다 합쳐도 8타수 4안타 3타점이 되는데 역시나 이게 시즌 내내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장타력은 언제든 타점을 부르는 기록입니다. 넥센은 9경기에서 홈런을 4개 때리는 데 그쳤습니다. 두 경기 덜 치른 KIA하고 똑같은 숫자죠. 사실 이건 박병호(30·미네소타)나 유한준(35·kt) 등이 팀을 떠나면서 예상했던 것. 그렇다면 이 부족분을 상쇄할 방법을 찾는 게 공격에서 최고 관건일 겁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기동력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성공적입니다. 소위 '한 베이스 더 가는 베이스 러닝'에 아주 적극적이고 효율도 높습니다. 그래도 도루는 불만입니다. 넥센은 현재 도루(11개)도 1위, 도루 실패(8개)도 1위입니다. 사실 도루 성공률 57.9%면 뛰면 안 됩니다. 출루율이 높은데 뛰어서 주자를 없애고 있는 거니까요. 



• 타선에서 키 플레이어를 꼽자면 결국 채태인(34·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채태인은 지난 시즌까지 페어 타구를 날렸을 때 타율을 뜻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366으로 프로야구에서 20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중 역대 2위입니다. 채태인보다 이 기록이 높은 선수는 .371을 기록한 롯데 손아섭(28) 한 명뿐입니다.


이게 중요한 건 고척스카이돔 때문입니다. 고척스카이돔은 외야가 넓습니다. 이런 구장에서는 박병호처럼 뜬공을 멀리 보내는 타자만큼이나 라인드라이드 타구를 구석구석 보내줄 수 있는 타자가 유리합니다. BABIP가 높다는 건 라인드라이드 타구를 잘 만들어낸다는 충분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타율이 .345나 되는데 장타력이 .379밖에 되지 않는 게 안타깝습니다. 장타가 2루타 딱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점점 방망이 중심에 맞아가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어 봅니다. 넥센은 12일부터 열리는 주중 3연전을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게 됩니다. 채태인이 이 세 경기에서 이름값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 투수 쪽에서는 피어밴드(31)가 12이닝을 평균자책점 0.75로 틀어막으면서 에이스 노릇을 해내고 있는 게 제일 반가운 일입니다. 밴헤켄(37·세이부)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포크볼이 통하지 않아 애먹고 있는 걸 알면서도 '돌아오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올 시즌 넥센이 '절대 에이스'가 필요한 경기를 치를 확률이 높지 않을 테니 피어밴드 정도면 에이스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코엘로(32), 양훈(30), 신재영(27), 박주현(20·사진) 등 다른 선발진 역시 5이닝은 먹어주고 있는 걸로 만족입니다. 외국인 투수 둘을 제외하면 올 시즌 내내 선발이 아니라 '제일 먼저 나오는 투수'만 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그 정도는 아니죠. 특히 박주현은 1군 데뷔 첫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넥센 팬들마저 놀라게 했습니다. 기대가 아주 큽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직 진짜 터진 건 아니니 괜히 흑마술 저지르지 않게 여기까지.


구원진은 9일(토요일)에 7-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제법 구원진 같은 티가 납니다. 언제가 됐더라도 그 정도 수업료를 지급해야 했을 터. 앞으로 수업료를 아껴주기만 기대할 뿐입니다. 김세현(29·개명 전 김영민)을 마무리 투수로 쓰겠다는 염 감독 생각을 절대 이해하기 싫었는데, 지금도 이해하기 싫은데 또 생각해 보면 다른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



• 운도 쌓이면 실력이 되기 마련. 올 시즌 넥센이 성적을 낸다면 정말 '덤'일 겁니다. 복일 수도 있지요. 그래도 하루라도 더 늦게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빌어봅니다. 아니면 지난해처럼 '4위 산성'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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