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결국 총대를 멨습니다. "우리가 남자 선수보다 몸값이 낮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연방 정부에 진정서를 낸 겁니다. 지난 번에 쓴 것처럼 축구는 남녀 선수 임금 차이가 심한 걸로 손꼽히는 종목입니다.
1일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대표팀 공동 주장 베키 사우어브런(31)와 칼리 로이드(34)를 비롯해 메건 러피노(31), 알렉스 모건(27), 호프 솔로(35) 등 미국 여자 축구 대표 선수 5명이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임금차별 실태와 미국축구협회의 급여 및 포상금 배분 구조를 조사해 달라며 진정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명의는 5명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대표팀 선수들이 뜻을 모은 것"이라며 "우리는 수년간 대표팀에서 우리 가치를 입증했다. 그런데 지난해 (여자) 월드컵 우승 이후에도 남자 선수들보다 포상금을 너무 적게 받았다. 임금차별 문제를 지적할 적절할 시점이 찾아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EEOC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남자 선수는 대표팀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5000 달러(약 570만2500 원)를 받습니다. 여자 선수는 3600 달러(약 410만5800 원)로 72% 수준입니다. 승리 수당까지 합치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남자 선수는 이길 때마다 8166 달러(약 931만3323 원)을 받는데 여자 선수는 1350 달러(약 153만9675 원)가 전부입니다. 이겼을 때 받는 총액을 비교하면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 2.7배 수준입니다.
15년간 대표팀 골키퍼로 활약한 솔로는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올림픽에서도 네 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도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그저 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더 받아 간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봐도 미국은 남자는 30위밖에 안 되지만 여자는 1위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는 남자 축구 인기가 더 좋은 게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반대입니다. 제일 유명한 미국 출신 축구 선수가 아예 여자 선수인 미아 햄(44)일 정도죠. 지난해 캐나다 여자 월드컵 때 미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따내는 장면을 폭스 TV로 지켜 본 시청자는 약 2670만 명. 미국 내 영어 채널에서 방영한 역대 축구 경기 최다 시청 기록입니다.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제프리 케슬러 변호사는 "EEOC에 미국축구협회를 제소한 건 첫 걸음일 뿐이다. 앞으로 협회와 협상을 거쳐 그 동안 제대로 받지 못한 돈까지 받아내도록 하겠다. 궁극적으로는 남녀 선수 임금 차별을 아예 종식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시장 크기가 다릅니다. 지난해 여자 월드컵 때 미국 대표팀이 FIFA에서 받은 우승 배당금은 200만 달러(약 22억8100만 원).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은 3500만 달러(약 399억1750만 원)를 받아갔습니다. 심지어 당시 16강에서 탈락한 미국 남자 대표팀도 900만 달러(약 102억6450만 원)를 받아갔습니다.
또 지난해 여자 월드컵이 인기가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아웃라이어(outlier)'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남자 축구 인기가 더 높은데, 그러니까 관중을 더 많이 끌어 모으는 데 특수한 예외를 가져다가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프로축구를 비교해 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사커(남자) 경기를 찾은 평균 관중은 2만1574명인데 미국여자프로축구(NWSL)는 4분의 1도 안 되는 5046명이었습니다.
물론 인기와 몸값이 꼭 비례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은 여자 경기가 더 인기 있지만 우승 상금은 남녀가 똑같습니다. 또 이들이 주장하는 건 국가대표 수당이지 프로 선수로서 연봉을 맞춰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현재로서는 남자 선수 수당을 깎아 맞추는 방법밖에 없을 듯한데 남자 대표팀은 이에 동의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