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네'라고 딱 한 마디 해줬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신치용 단장(60·사진)은 임도헌 감독(43)에게 따로 해준 조언이 없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 단장은 "흥분하지 말라고 저렇게 얘기했다. 젊은 감독들은 뭔가 보여주려고 하더라. 그래서 '뭔가 보여주려고 하지 마라. 그럼 실수한다'고 한 마디 했다"면서 "이번 시즌에는 젊은 감독이 많은 만큼 실수 안 하기 싸움이다. 다들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다. (임 감독이) 나랑 10년을 함께 했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앞으로 늘 겸손하게 바빠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 감독이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얘기해도 '네가 알아서 하라'고만 답했다. 내가 말하는 게 좋지 않다. 힘은 감독에게 실려야 한다. 사실 현장을 떠났으니 조언할 것도 없다"면서 "팀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단장이라 신경이 더 쓰인다. 단장으로 '귀머거리 3년'을 보내려고 한다. 이번 시즌 내가 잘못하면 주변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기 쉽다. 성적이 나쁘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조심하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 단장은 21일 일본 도쿄(東京) 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월드컵 대회를 지켜봤습니다. 삼성화재는 17일부터 시즈오카(靜岡)에서 전지훈련 중입니다. 신 단장은 시즈오카로 건너가 24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할 예정입니다.
그는 "창단 감독으로서 모든 걸 만들었으니 팀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그래도 선수와 코치가 감독 눈치를 봐야지 내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임 감독도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신뢰관계가 있으니까 걱정 없이 지켜보려 한다"면서 "임 감독은 뚝심 배구를 할 걸로 예상한다. 지휘봉을 잡으면 선수 시절 팀 전술이나 스타일 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만 선수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지도하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임도헌 감독은 자신 있겠지만 항상 냉정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빠졌다고 팀 중심이 흔들리거나 팀 문화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신 단장은 "선수로서, 코치로서,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잘 알고 있다. 딱 내 역할에만 집중하려 한다. 넘쳐서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삼성화재가 그 동안 계속 우승할 수 있던 팀 문화였다. 정상에 계속 있으려면 모질지 않으면 못 지킨다. 잠시 방심하면 팀은 확 내려간다. 그래서 안 내려오려고 엄청 노력했다. 일명 버티기 작전이었다"며 웃었습니다.
신 단장은 선수 18년, 코치 12년, 감독 20년 등 50년 세월을 코트 위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 현장을 그리워한 적은 없다. 아마 (앞으로도) 안 그리워할 것 같다"며 "지금은 책상에 앉아 선수들이 은퇴 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사실 나부터 IFVB 코치위원회 활동을 부탁 받아도 영어가 안 돼 어렵다. 비시즌 때 일주일에 2~3시간 정도 영어 공부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강연에서 '배구 기술은 조금 떨어져도 노력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제일 잘 하더라'고 말했다. 역시 은퇴 후에도 노력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 단장은 두주불사(斗酒不辭)로 소문난 주당. 신 단장은 "감독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갔다면 지금은 매일 귀가한다. 이번 추석 연휴 때 내 식솔과 처음으로 3박4일 여행을 간다. 나는 돈만 지원하고 따라다니는 것"이라면서 웃은 뒤 "요즘 집에 가면 손녀랑 논다. 그 재미가 상당하다. 재미있다. 어제도 동네에서 손녀랑 놀고 있으니까 주민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손녀처럼 좋은 선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