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서는 잘하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잘할 줄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배가 아프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프로야구 넥센에서는 터지지 않을 재목이었으니까요. kt의 수호신 지위를 굳혀가고 있는 장시환(28·사진)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탈센(脫+넥센) 효과'를 증명한 셈이겠죠.
장시환은 2007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2차 1순위로 옛 현대에서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해 2차 지명에서 장시환보다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KIA 양현종(27)뿐이었습니다. 그만큼 기대치가 컸지만 팀 이름이 넥센으로 바뀐 뒤에도 장시환은 계속 별 볼 일 없는 투수였습니다. 현대~넥센에서 뛴 7시즌 동안 1군 무대서는 39경기에 등판해 6패 1세이브를 기록한 게 전부. 평균자책점도 7.37이나 됐습니다. 장시환은 결국 지난해 11월 28일 20인 보호명단 외 전력보강 선수로 지명을 받아 kt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kt 조범현 감독이 전반기 수훈 선수로 주저없이 꼽을 만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올 시즌 전반기 성적은 5승 3패 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38. 그저 성적만 좋은 게 아니라 kt의 첫 번째 역사에는 늘 장시환이 함께했습니다. 장시환은 kt가 4월 11일 목동 경기에서 넥센을 6-4로 꺾고 창단 첫 승을 거둘 때 세이브 투수였고, 같은 달 22일 Sk를 2-0으로 꺾고 안방 첫 승을 신고할 때는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이 승리는 장시환의 프로 데뷔 첫 승이기도 했습니다.
장시환은 "다른 선수 중에도 트레이드가 된 뒤 잘하는 선수가 많다. 저마다 맞는 옷이 따로 있는 것 같다. kt에 와서 비로소 내게 맞는 색의 옷을 입은 것 같다"며 "(스프링)캠프 감독님께서 캠프 '볼을 던져라. 볼을 안 던지는 투수가 어디 있냐'고 격려해주셨다. 그 뒤로 그렇게 잡히지 않던 제구가 잡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kt에 오면서 많은 것을 내려놨다. 잘하자는 생각보다는 후회 없이 하고 그만두자고 생각했다"면서 "많은 야구 선수들이 프로야구를 그만두고 사회인 야구를 많이 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련이 생기지만 않게 하자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3년만 더 해보고 안 되면 접자'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도 나를 더욱 편하게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즌 개막 전 장시환의 목표는 100이닝 던지기. 장시환은 이미 58과 3분의 2이닝을 던졌습니다. 33경기에 등판했으니 경기당 1이닝을 넘게 소화한 것. 장시환은 "아직 힘들지는 않다.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웃은 뒤 "캠프 때 하체운동을 많이 했고, 공도 많이 던졌다. 지금에 와서도 체력이나 공의 스피드는 떨어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는 힘으로만 던졌는데 이제는 밸런스가 많이 잡혀서 100% 전력을 다 안 해도 공이 오히려 더 빨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전반기에는 중요한 수 싸움에서 타자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자가 깔렸으면 삼진을 잡는 피칭을 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승부를 들어갔다가 얻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실투가 조금 많았다. 하지만 이제 경험이 많이 쌓인 만큼 후반기에는 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8일 수원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장시환은 "안방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내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돼서 기분이 좋고 남다르다. 우수투수상을 타서 상금을 받아보고 싶다"며 "그것보다 더 설레는 건 (투구에 대해) 평소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최고 선수들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투수가 넥센을 떠나 제 몫을 하기 시작한 건 장시환은 처음은 아닙니다. NC 임창민(30), SK 전유수(29), LG 윤지웅(27), NC 이태양(22) 모두 팀을 옮기게 된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선수들이었죠. 그러니 김영민(28)이랄지 문성현(23)이랄지 이런 선수들도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나중에 아까운 건 아까운 일이더라도 당장 속이 터져서 ㅡ.,-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