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배구는 실내 종목입니다. 비치발리볼하고 구분하려고 아예 '실내 배구(indoor volleyball)'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실외 배구' 경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입니다. 이탈리아는 9일(한국시간)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조별예선 A조 폴란드 경기를 로마에 있는 포로 이탈리코 스타디움에서 열었습니다. 원래는 야외 테니스장으로 쓰던 곳입니다. FIVB에 따르면 월드리그 경기가 야외에서 열린 건 이 경기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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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1963년 2월 1일 이전까지 국내에서 열린 모든 배구 경기는 실외 경기였습니다. 농구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 '실내 체육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 이 날은 장충체육관이 문을 연 날입니다. 장충체육관은 원래 육군체육관으로 쓰던 곳인데, 지붕은 없었습니다. 그 뒤 서울시에서 인수해 실내 경기장으로 개보수하면서 우리나라도 첫 번째 돔 경기장을 갖게 됐습니다.

1962년 10월 11일자 동아일보는 '하늘에서 본다' 꼭지를 통해 "가을햇볕을 받고 은빛으로 눈이 부신 이 원형의 반사는 무슨 괴기영화의 거대한 눈동자 같기도 하고, 무지무지하게 큰 '비니르(비닐)' 우산 같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경기장 위에 받친 1300평의 커다란 우산"이라며 "이젠 뜨거운 뙤약볕 밑에서 선수도 관중도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하느라, 또 구경하느라 고생 안 해도 되겠고, 동지섣달 겨울철에도 따뜻한 실내에서 온종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나 보다"고 지붕 완공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 혹자들은 이 체육관을 짓는 데 필리핀에서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장충체육관은 당시 서울시의 예산 5억6000여만환(5600만원)을 투입,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는 당시 국내 최고의 건축가 고 김정수씨가 맡았고, 설계한 건물이 제대로 됐는지 계산하는 구조설계는 고 최종완 건축사가 담당했다. 고 김정수씨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명동성모병원, 연세대 학생회관 등을 설계했고 고 최종완 건축사는 16대 건설부장관과 3대 과학기술처장관을 역임했다. 시공은 필리핀 건설사가 아닌 삼부토건이 담당했다.

1990년대만 해도 넓이는 여의도, 부피는 장충체육관이라고 할 정도로 장충체육관은 우리에게 친근했습니다. 넓이가 여의도 몇 배라면 부피는 장충체육관의 몇 배가 언론 단골 멘트였으니까요. 그러나 2012년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뒤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올 8해 완공 예정이고, 공사를 모두 끝나면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여자부 GS칼텍스가 이곳을 안방으로 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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