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흥국생명 전성기'하고 비교하면 최근 프로배구 여자부 인기가 조금 주춤한 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여자부가 그렇게 인기를 끄는 일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선수 인기는 여자부가 앞서는 모양입니다.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 팬 투표 1차 집계 결과 여자부 1위 현대건설 양효진(24·사진)이 1만6593표를 얻어 남자부 1위 우리카드 신영석(27·1만3208표)보다 표를 더 많이 받았으니까요.


김연경(26·페네르바흐체)이 터키서 뛴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국내에서 뛰는 선수 중에서는 양효진이 최고 인기 선수인 거죠. '거요미(거인+귀요미)' 양효진이 국내 최고 인기 배구 선수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을 옛날 인터뷰들을 모아서 한번 알아볼까요?



도둑처럼 찾아온 배구

양효진(사진 오른쪽)은 부산 출신 답게 이대호 여동생하고 친합니다. 실제로 왼쪽 선수는 이제는 은퇴한 서울 중앙여고 출신 레프트 김민지(28)입니다. 양효진은 치아 교정 전후 얼굴이 많이 바뀐 편에 속합니다.


양효진은 부산 수정초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역시나 또래들보다 키가 크다는 것. 그때 이미 165㎝나 됐고 6학년 때는 173㎝까지 자랐습니다. 양효진은 "저는 뛰는 걸 싫어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부모님도 딸이 운동하는 데 반대가 심하셨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집에 매일 찾아와서 계속 사정하시는 거예요. 결국 엄마가 '취미로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공을 만지게 됐어요. 그런데 중학교(부산여중)에 가니까 배구가 좋아지더라고요"하고 말했습니다.


부산 남성여고 재학 시절에는 다른 문제가 찾아왔습니다. 선수가 부족해 대회 출전이 쉽지 않았던 것. 주전 6명을 채우지 못해 다른 학교에서 급하게 선수를 수혈할 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팀 성적이 좋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러나 양효진은 이미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로 성격이 변한 지 오래였습니다. 양효진은 이런 팀을 전국 대회 3위까지 이끌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무조건 프로에 갈 선수"라고 부모님을 설득했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 말은 현실이 됐습니다. 양효진은 2007~2008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배유나(GS칼텍스)-이연주(인삼공사)-하준임(도로공사)에 이어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뽑혔습니다. 양효진은 드래프트 뒤 "어렸을 때 키만 크고 엄청 말라서 젓가락이라고 놀림받아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큰 키가 제 보물 1호가 됐어요"하고 말했습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키(190㎝)는 지금도 프로배구에서 가장 크지만 65㎏밖에 나가지 않는 몸무게가 문제였습니다. 점프력도 좋아 타점은 높았지만 프로에서는 파워가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현대건설은 드래프트 이후 곧바로 '양효진 살 찌우기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코칭스태프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보조 영양제를 듬뿍 선물했고(?) 하루 네 끼를 생활화하도록 했습니다. 한 끼 양도 다른 선수 두 배 정도였죠. 지금은 몸무게가 72㎏까지 늘었습니다.


그 결과 양효진은 2007~2008 시즌 신인 선수 중에서는 1위인 총 308득점(전체 13위)을 올리고 세트당 블로킹 0.57개(3위)를 잡아내면서 프로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단, 팀 성적이 꼴찌라 최우수신인상은 우승팀 GS칼텍스 배유나에게 양보해야했습니다. 이듬해 양효진은 357득점(8위), 블로킹 0.63개(3위)를 잡아내며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팀 성적은 여전히 5개팀 중 4위였습니다.


2009년 황현주 감독이 부임하면서 양효진은 속공 같은 세밀한 공격 기술을 본격적으로 익히게 됩니다. 사실 양효진은 부산 남성여고 시절까지만 해도 가장 기본적인 센터 공격 패턴인 속공을 전혀 쓰지 않는 이상한 선수였습니다. 또 세터 출신 황 감독은 상대 세터가 공을 세트(토스)하는 순간부터 블로킹을 준비하는 법도 일러줬습니다. 그 결과 2009~2010 시즌 양효진은 속공 성공률 44.4%로 1위에 오릅니다. 블로킹(0.98개) 역시 1위였죠.


물론 이는 프로 무대 첫 감독이던 홍성진 감독이 밤마다 양효진에게 기본기 특별 훈련을 시켰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오전 훈련도 혼자서만 오후 2시까지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양효진은 "그때 훈련이 끝나면 입단 동기 백목화(24·현 인삼공사)를 매일 같이 붙잡고 울었어요.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죠"하고 회상했습니다.


여전히 이동 공격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제 양효진이 속공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배구 관계자는 없습니다. "양효진은 예전에는 무릎이 아파서 이동 공격 연습을 자주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에요. 이제는 조금씩 하고 있는데 아직 이동 공격보다 속공 같이 다른 공격 패턴에 더 자신감이 있어서 경기 중에 잘 나오지는 않아요. 키에 비해 느리다는 말 싫어해서 강하고 빨라 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블로킹을 살리면서 이동 공격 비율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블로킹 퀸

그래도 역시 양효진의 트레이트 마크는 블로킹. 양효진은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블로킹 1위를 차지했으며 올 시즌 현재도 1위(세트당 1.060개)입니다. 프로배구 역사에 세트당 한 개 넘에 블로킹을 성공한 선수는 양효진밖에 없으며, 지난 시즌에는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500 블로킹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양효진은 "블로킹 500개를 제일 먼저 기록한 선수가 저인 줄은 몰랐어요. 당연히 언니들이 먼저 세운 기록이라고 생각했죠. 아직 선수 생활을 할 날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사실 양효진의 블로킹은 세계적입니다. 양효진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 세트당 블로킹 0.55개(8위)를 기록하며 세계 최정상 공격수들도 함부로 뚫을 수 없는 크고 아름다운 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09년 월드그랜드챔피언십 때는 아예 1위(세트당 0.95개)를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황 감독은 "양효진의 블로킹은 타이밍 높이 손 모양 등 모든 면에서 블로킹의 교과서"라고 평합니다.


양효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 이후 국가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블로킹의 재미와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합니다. 양효진은 "그 전에는 블로킹에 대한 욕심이 지금보다 덜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국제 대회에 나가 보니까 큰 선수들이 엄청 많던데 이들을 막지 못하면 국가대표로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이 들었어요. 결국 '내가 할 건 블로킹'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하고 말했습니다.


이어 "2009년 월드그랑프리 때 브라질의 클라우디노 파비아나를 보고 많이 따라했어요. 이 선수는 (김)연경이 언니 팀(터키 페네르바흐체) 동료이기도 했는데 네트 너머까지 손을 뻗어 블로킹을 하더라고요. 그걸 고보 '이거다' 싶어서 매일 동작을 따라했더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블로킹에는 반전의 매력이 있어요. 블로킹 하나 성공하면 우리 팀으로 분위기가 넘어오니까요"하고 덧붙였습니다.



나중 목표는 교수님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스물 여섯이 되는 양효진. 한창 친구들하고 어울려 노는 게 좋을 나이지만 놀 거 다 놀면서 프로배구 여자부 연봉 퀸(2억5000만 원)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을 터. 연예인 중에서는 빅뱅의 G드래곤을 가장 좋아한다는 양효진은 "프로 입단 초기에는 다른 대학생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생활에 많이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합숙훈련 때문에 밖에 많이 못 나가지만 원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괜찮아요"하고 말합니다.


사실 양효진은 실력에 비해 상복은 없는 편입니다.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는 뽑힌 적이 있지만 정규시즌이나 챔피언결정전 MVP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대건설이 2010~2011 시즌 V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MVP는 팀 선배 황연주(27)였습니다. 양효진은 "물론 정규 시즌 MVP도 탐나지만 챔프전 MVP를 타는 게 훨씬 더 의미있을 것 같아요"하고 말합니다.


또 "어릴 때는 장소연(39) 언니가 제일 잘해서 닮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가능한 한 배구를 오래 잘하고 싶어요. 다만 평생 배구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교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TV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자기 계발 관련 책도 좋아하고 소설책도 가끔 읽어요. 책을 읽는 게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하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는 유독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습니다. 그 중 배구팬들은 세계그랑프리 배구대회와 인천 아시아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효진은 2012 런던올림픽 때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쏟았습니다. 2014년에는 그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옵니다. 양효진의 2014년이 더욱 아름다울 이유입니다.


※양효진 선수 인터뷰를 앞두고 질문 준비 차원에서 정리해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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