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해 1월 스포츠부 발령을 받기 전까지 저는 경영전략실 미디어전략팀이라는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덕에 소위 미디어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현장에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일 많이 공부한 게 '미디어 노출 효과 측정'이었으니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아직 '온라인 버즈'는 믿을 게 못 됩니다. TV 시청률하고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방식으로 측정하는 시청률이 문제라는 건 미디어 업계 관련자라면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미 N스크린 시대가 열린 게 언제인데 계속 TV만 가지고 인기를 따진다는 건 확실히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 맞습니다. 프로야구 관중이 한창 하락한다고 했을 때 온라인 상황을 파악해 이런 글을 썼던 이유죠. 그런데 그 무엇이 과연 시청률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일단 온라인은 첨가물은 될 수 있을지언정 본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TV 시청자가 온라인 사용자보다 더 훌륭한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보통 가정을 떠올렸을 때 누리꾼과 TV 시청자 중 누가 더 잘 고른 '표본'에 가까울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0조 가까운 돈이 오가는 광고 시장에서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시청률이 메인 기준인 겁니다.

그런데 '본방사수'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증명할 정도로 실제로 TV를 잘 보지 않는 세대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20~30대 여성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이유죠. 일단 이 세대가 가장 구매력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이 그렇습니다. 조금 더 나이든 여성은 돈은 더 쓸지 모르지만 자기를 위해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세대라도 남성 시청률은 덜 중요합니다. 여행 가서 맛집을 검색할 때 인터넷 검색창에 '지역+맛집'보다 '지역+오빠랑'을 검색하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돈은 남성이 낼지 모르지만 돈 쓸 곳은 여성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당신 지갑을 열어 달라'고 방영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 때문에 광고비를 책정할 때 20~30대 여성 시청률을 기준으로 삼는 회사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서 "온라인 버즈에서는 프로배구가 프로농구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는 자료를 내놓는다고 그게 '프로농구가 프로배구보다 훨씬 인기 있다'는 명제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 '스포츠토토 덕에 온라인에서는 인기가 많군'이라고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거죠.

반대로 KBSN에서 "닐슨 코리아 기준 2013~2014 V리그 남자부 여성 25-34세 최고 시청률이 0.722%(수도권), 평균 시청률은 0.180%(수도권)를 기록했다. 올해 프로야구 여성 25-34세 평균 시청률이 0.146%(수도권)인 점을 감안할때 남자 배구가 야구보다 더 많은 여성팬층을 사로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발표한 게 훨씬 유의미한 자료입니다.

물론 저 KBSN 주장도 완전히 참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로야구는 하루에 4경기를 하고, 프로농구도 주말(당연히 주중보다 시청률이 높습니다.)에는 여러 경기를 하지만 프로배구는 하루에 여러 경기를 치르는 방식을 이제 겨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시청률 분산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KBSN 주장 역시 자기들에게 유리한 근거만 가져다 주장을 펼친 셈이죠.

그렇지만 감히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하고 맞짱을 뜨겠다는 종목하고, 알고 보면 겨우 그 종목보다 앞선다고 주장하는 종목이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인기가 있는 걸까요? 프로농구가 인기 없는 이유를 찾으려면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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