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넥센이 주말 3연전에서 NC를 상대로 2승 1패로 이달 두 번째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그래도 좀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입니다. 정말 8연패를 당하면서 더럽게 안 따라줬던 운이 참 많이 따라준 주말 3연전이었고 말입니다.

넥센이 8연패를 당할 때 일정을 살펴보면 KIA-롯데-LG-NC 순서였습니다. 한창 오름세인 '엘롯기'하고 연달아 맞붙은 불운에 김민우·신현철은 사고 쳤고, 여기에 치명적 오심까지 더해지면서 운이 정말 없었습니다.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었죠. 그런데도 어쨌거나 여전히 2위입니다. 

사실 이런 기사를 쓸 때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박동원을 이렇게 벤치에 썩히게 만들고도 제게 흑마술사 기질이 있었다는 걸 깜빡했던 겁니다. (여담으로 여자배구 이소영 선수, 국가대표 탈락 죄송해요 ㅠㅠ)

물론 프로야구에서 진짜 강팀이 되려면 '맞수'가 없는 게 가장 좋지만, 올해 겨우 노는 물이 달라진 넥센으로서는 이 '진흙탕 싸움'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해도 사실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오름세인 팀들하고 주욱 붙었다는 건 이제 약체들하고 맞붙을 때가 됐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넥센은 이번 주중 3연전에서 SK를 시작으로 한화-NC하고 만납니다. 9연전 중 6승 정도는 충분히 거둘 수 있고, 또 거둬야 하는 일정입니다.

문제는 넥센의 그 다음 상대 LG 역시 나흘을 쉬고 SK-한화를 만난다는 것. 이 탓에 넥센으로서는 6승 3패를 해도 3위로 주말 3연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LG가 상하위팀을 가리지 않고 모두 연전연파하며 '강팀 증명'을 이미 마친 상태기 때문이죠

그래서 7월 5일부터 열리는 '넥엘라시코' 3연전이 이번 시즌 두 팀간 힘겨루기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 전에 전열을 가다듬는다는 차원에서라도 꼭 9연전에서 반등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장난질'만 없다면 못할 것도 없는 승부인 게 사실이죠.

넥센이 최근 몇 년 새 하도 약한 면모를 보여서 그렇지, 지금껏 버틴 건 퍽 잘한 일입니다.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졌어도 여전히 5할에서 10경기나 앞서 있습니다. 자만할 것도 업지만 '쫄 건 더더욱 없다'는 뜻입니다.

한편 1위 삼성은 한화-KIA-롯데-두산 순서입니다. (한화 팬들 읽으시면 죄송한 이야기겠지만 정말 한화가 제대로 걸렸습니다.) 삼성은 KIA-롯데 6연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 진흙탕 싸움에 낄지 홀로 독야청청할지 결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KIA는 역시 삼성하고 만나 어떤 모양새로 경기를 풀어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고 말입니다.

어느덧 옛 유니콘스 팬들 역시 가을야구라는 걸 경험한 지 7년이나 지났습니다. 우승한 건 9년 전. 올해 넥센도 사실 콘텐더(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팀)라고 보기는 조금 무리인 듯 합니다. 그래도 '가능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9연전은 LG뿐 아니라 넥센도 '올해는 다르다'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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