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이라는 이름을 듣고 프로야구 한화 투수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지독한 '야구 병' 환자가 틀림없다. 그러나 올 시즌 송창식(28·사진)의 활약은 인기 가수 가창력 못지않다. 그는 팀이 이긴 4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챙겼고 11경기 동안 17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 1.04를 기록하고 있다.
세광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2004년 중반만 해도 송창식은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혔다. 송창식은 그해 6월 13일까지 팀 내 최다승(6승) 투수였다. 5월 29일 경기에서는 완투승도 거뒀다. 2002년 KIA 김진우에 이어 2년 만에 나온 신인 완투승이었다. 시즌 최종 기록은 8승 7패, 평균자책 5.13. 초반 활약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고졸 신인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였다.
문제는 시즌 막판 오른쪽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던 것. 그는 수술을 받았고 2005년을 통째로 날렸다. 2006~2007년도 후유증에 시달렸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에 손끝에 피가 통하지 않으면서 감각이 사라지는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힘 있게 공을 채야 하는 투수한테는 치명적인 병이었다.
송창식은 2008년 "치료를 받고 오겠다"며 팀을 떠났다. 그 뒤로 야구팬들은 그의 이름을 잊어갔다. 사실 그렇게 사라지는 ‘반짝 신인’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 사이 송창식은 모교로 돌아가 투수 코치로 일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공을 던지며 손가락 감각을 되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2009년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왔다. 송창식은 2010년 입단 테스트를 받고 다시 한화로 돌아왔다. 계약금만 2억 원을 받았던 신인투수는 6년이 지나 연봉 3000만 원에 계약서를 쓰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부활의 전주곡이 들린 건 2011년 8월 21일. 송창식은 이날 데뷔 시즌 이후 처음으로 2573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불펜에서 활약하며 12홀드(평균자책 2.91)로 '부활 찬가'를 연주했다.
동명이인 가수는 히트곡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산이 높아 우는 철부지 구름아, 내 피리 소리를 들으려무나"하고 노래했다. 가만히 들어보자. 투수 송창식이 던지는 공에서도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희망의 피리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