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서로 다른 두 팀이 제대로 붙었습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 그리고 패기와 관록의 대결입니다. 23일부터 시작하는 프로배구 2012~2013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대결 구도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기업은행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젊은 패기를 앞세워 최강의 공격력을 뽐냈고 2위 GS칼텍스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수비가 좋았습니다.. 기업은행은 창단 2년밖에 안 된 신생팀, GS칼텍스는 호남정유 시절 92연승을 기록했던 전통의 강호입니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공격 성공률 1위(44.69%) 팀. 오픈(43.3%), 속공(50.51%), 후위(46.68%) 역시 모두 1위입니다. 총 득점도 1위(2557점). 공격 선봉은 역시 외국인 선수 알레시아(라이트)입니다. 알레시아는 공격성공률(50.73%), 오픈(51.22%), 후위(49.05%)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팀 컬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공격 점유율은 43.5%.
하지만 기업은행은 GS칼텍스를 상대로는 제대로 날개를 못 폅니다. 공격 성공률이 39.7%로 떨어지는 게 가장 뼈아픈 대목. 5개 상대팀 중 가장 나쁜 기록입니다. 알레시아는 시즌 중 GS칼텍스 정대영(블로킹 8개)에게 가장 많이 가로막혔고, 베띠(7개), 한송이(6개)도 알레시아에게는 높은 벽입니다. 공격성공률은 43.99%.
김희진(센터) 역시 GS칼텍스를 상대로는 공격성공률이 39%밖에 안 됩니다. 시즌 전체로는 49.65%인데 말입니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이 "김희진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입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도 김희진이 베테랑들이 즐비한 GS칼텍스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정철 감독은 "김희진이 미쳐야 이긴다"고 했습니다.
거꾸로 GS칼텍스는 블로킹 1위(세트당 2.481개), 디그 1위(17.769개)에 올랐습니다. 리시브에서도 인삼공사(7.018개)에 이어 2위(6.894개). 덕분에 (디그성공+(리시브정확 – 리시브실패))로 계산하는 수비에서 1위(24.663개)입니다. 수비가 탄탄하니 세트(12.817개)에서도 1위에 오른 게 당연한 귀결.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겼습니다. 이소영(레프트)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거죠. 공격도 공격이지만 한송이(레프트)한테 리시브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겁니다. 이선구 감독은 "(한송이의) 리시브가 잘 되지 않으면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펼칠 수 없고 단순한 패턴으로만 공격하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선구 감독은 "최소영을 기용해 김희진과 박정아를 봉쇄하겠다"고 했습니다.
상대팀 이정철 감독으로서는 이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이정철 감독은 "이소영이 빠질 경우 베띠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 점을 노려 전술을 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GS칼텍스 리시브가 불안하면 베띠가 제대로 공을 처리할 수 없을 테고, 그러면 기업은행 베테랑 수비수들이 더 빛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일 겁니다.
그럼 누가 이길까요? 뻔한 결론이지만 실수를 적게하는 팀이 이길 겁니다. 박미희 KBSN 해설위원은 "오랫동안 쉰 기업은행은 실전 감각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은행이 1차전을 이기면 쉽게 갈 수 있다"며 "GS칼텍스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