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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박병호가 MVP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21일 대전 경기서 30홈런-100타점을 넘어섰다. 장타율(.567)도 제일 높고 도루(17개)가 더 많은 선수도 몇 안 된다. 이것만으로도 박병호는 이미 데뷔 이후 7년 만에 MVP(Most Valuable Park)로 자리매김했다. 박병호는 정말 이번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힐 수 있을까.

홈런왕은 MVP 보증 수표. 역대 MVP 30명 중 과반(53.3%)이 홈런왕이다. 타점왕까지 차지한다면 타자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차지한 타자를 제쳐두고 다른 타자가 MVP를 차지한 적은 없다.

1위 팀 삼성 박석민(88타점·2위), 2위 SK 최정(24홈런·2위)의 활약도 인상적이지만 박병호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태균은 OPS(출루율+장타율) 1.030으로 1위지만 꼴찌 팀 4번 타자에게 MVP를 주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비상식적이다. 게다가 김태균은 홈런(16개)과 타점(77점) 기록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홈런·타점왕 대신 투수를 선택한 건 총 8번. 1984년 최동원은 27승을 거뒀고 1986년 선동열도 24승이었다. 선동열은 1990년에도 평균 자책점 1.13으로 22승을 거뒀다. 1996년 구대성은 18승 3패 24세이브로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했다. 2005년 손민한은 문자 그대로 리그 '에이스'였고, 2006년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리오스는 13년 만에 나온 20승 투수였다. 지난해 윤석민도 선동열 이후 첫 번째 트리플 크라운 주인공이었다.

올해 이만한 활약을 보인 투수가 있을까. 있다면 같은 팀 브랜든 나이트다. 나이트는 다승(15승)과 평균 자책점(2.27) 1위. 선발 등판 28번 중 25번이 퀄리티스타트였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인데다 투수라는 건 MVP 투표에서 결코 장점이 되지 못한다는 것.

30홀드를 기록한 SK 박희수도 올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을 세운 오승환도 타지 못한 게 MVP다. 중간 계투 투수에게 MVP가 돌아가기엔 여전히 벽이 너무 높아 보인다.

관건은 역시나 팀 성적. 현재 방식으로 포스트 시즌을 진행한 뒤 4강 진출 실패 팀에서 MVP가 나온 건 2005년 손민한뿐이다. 손민한은 전년도 꼴찌였던 팀 성적을 5위로 끌어올린 공을 평가 받았다. 넥센도 지난 시즌 최하위였다. 박병호는 "MVP 후보로 올랐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라며 "남은 경기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면 개인 타이틀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맞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진짜 MVP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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