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야구 기자 (최민규 일간스포츠 "탐사보도팀", 이용균 경향신문 "사회부") 주최로 "SK 2연패 기념 송년회"가 어제 서울 모처에서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제가 참여하는 사이트에서 기록 제공해준 것이 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마련했던 자리인데, 2연패를 하는 덕에 올해 또 한번 모이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는 SK 김정준 매니저도 참석했습니다. 김 매니저는 김성근 감독의 아드님 되시는 분으로, 국내에 전력 분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죠. 이 분이 털어 놓은 한국시리즈 이야기 두 꼭지:
• 조동화 KS 5차전 호수비는 사실 "쉬프트 미스"
김 매니저는 "(김)강민이었다면 절대 못 잡을 타구였다"고 말했습니다.
SK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홍성흔은 주자 1, 2루 때 밀어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견수인 조동화에 우익수 쪽으로 치우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홍성흔은 슬라이더를 당겨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완전히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였죠. 김 매니저는 "정말 'X됐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방망이 중심에 딱 공이 맞는 걸 봤는데 '성흔이 영웅심을 우리가 간과했구나'하고 반성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조동화는 컨디션이 극도로 안 좋아 소심해진 상태였고, 우익수 쪽으로 겨우 몇 발짝 떨어진 자리에 있더랍니다.
"혹시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제에 들더라고요. 결국 잡아내서 천만 다행이죠. 데이터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 그게 새로운 거죠"
결국 김강민은 분명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이동했을 것이기 때문에 잡지 못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 "박진만이 도와줘 우승 가능했다"
SK 전력분석팀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5차전까지 간다면 김현수가 20타석 정도 들어선다. (김)광현이가 좌완이니까 12타석 정도는 좌타자를 매치시킬 수 있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합니다.
김 매니저는 "현수는 뒷손목을 활용한 방망이 컨트롤이 아주 좋은 선수"라며 "(김)동주가 컨디션이 별로라고 생각해 현수랑 굳이 승부할 필요 없이 거를 땐 과감히 거를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서 박진만한테 연거푸 걸리면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 김현수 본인이 '아 이게 하닌가?'하고 흔들리는 게 보였다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시리즈에서 제 기량을 펴지 못했고 SK는 "이 기회에 밀어붙여서 완전히 리듬을 빼앗자"고 전략을 바꿨습니다.
대신 김동주가 컨디션이 살아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네요.
우승 확정 후 박경완이랑 끌어안았는데 그러더랍니다.
"형, 나 현수한테 지금 싱커 처음 쓴 거야"
비장의 무기를 활용해 볼 틈도 없이 김현수가 혼자서 무너지고 말았던 거죠.
어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왜 자라나는 새싹을 뒤흔드냐"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밖에:
△안경현은 2002년 FA 때도 90% LG 선수였다. 다음 날 계약하기로 약속했는데 그날 김 감독이 해임됐다. 현재 무서운 속도로 팀에 적응하고 있다. 내년엔 달라진 모습 확실히 보게 될 것이라는 말.
△이진영이 3할을 치면 방망이 실력은 1푼밖에 안 된다. 2할9푼은 눈에서 나온다. 우리 나름 파악한 정보가 있으니 내년에 우리랑 붙으면 재미있는 승부 나올 것이다.
△이숭용은 정말 탐나는 선수. 꼭 데려오고 싶었다.
△하와이로 가족 여행 갔는데 아버지가 한화 캠프 다녀오자고 해서 갔다 왔다.
이 정도였습니다.
꼭 뵙고 싶었던 분인데 만나서 이것저것 많이 묻고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황 기자, 나도 처음에는 야구를 더 작게, 더 작게 보려고 애썼는데 요즘엔 그게 아니라는 걸 많이 느껴요. 결국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별 것 아닌 충고였는데, 참 많은 걸 느끼게 하는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