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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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구 유니폼은 남녀노소 누가 입어도 잘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옷감이 제일 큰 문제였고 디자인 솜씨도 부족해 기능성도 떨어졌다. 그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처럼 그럴 듯한 유니폼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야구 유니폼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한 번 알아보자.

1. 1849년 뉴욕 니커보커스는 처음으로 '야구 유니폼'이라는 것을 만들어 입었다. 이때 야구 유니품은 모직 바지와 플란넬(두꺼운 면) 셔츠였다. 옷은 훨씬 두꺼운데 여름 날씨는 지금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곧 선수들은 유니폼은 반팔로 하고 그 안에 땀을 흡수해주는 언더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지금 유니폼은 합성 섬유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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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때 모자는 밀짚 모자였다. 그 후로도 야구 팀들은 다양한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지금처럼 'hat'과 'cap'을 구분할 수 있는 모자를 처음 쓴 팀은 브루클린 엑셀시어즈였다. 1860년대로 알려져 잇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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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868년 신시내티 팀은 '니커스(kinickers)'라는 바지를 처음 선보였다. 보통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것과 달리 무릎까지만 바지가 내려오고 그 아래 스타킹을 올려 신는 방식이었다. 팀 원 모두가 빨간 스타킹을 신었기 때문에 이 팀은 레드스타킹스라고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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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882년 선수들은 포지션에 따라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같은 팀 소속이라는 사실은 똑같은 유니폼이 아니라 똑같은 스타킹 색깔이 드러냈다. 지금 신시내티 레즈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같은 팀 이름이 남아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양말은 영어로 'socks'지만 팀 이름은 'redsox', 'whites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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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9세기 후반에는 홈과 원정 유니폼을 구분해 입는 게 일반적이 됐다. 보통 홈에서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원정에서는 회색 또는 짙은 색깔 유니폼을 입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정 경기에 나서면 빨래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문제가 사라졌지만 회색 유니폼은 많은 팀에 전통으로 남아 있다. 물론 해태 타이거즈는 최근까지도 빨래 때문에 원정에서 검은 바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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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906년 뉴욕 자이언츠가 '옷깃(칼라) 없는' 유니폼을 처음 들고 나왔다. 그 전까지 야구 유니폼 상의는 문자 그대로 '셔츠'였다. 왼쪽 앞가슴에 주머니가 달리기도 했다. 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유행처럼 옷깃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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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907년 애틀란틱 리그 소속 마이너리그 팀 리딩 레드로지즈가 처음으로 유니폼에 번호를 달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유니폼에 번호를 새긴 팀은 191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였다. 이들은 등 대신 소매에 번호를 달았다. 등 번호는 1929년이 돼서야 등장한다. 역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시작했다. (양키스도 이해 개막과 함께 등 번호를 달고 경기를 뛰려고 했지만 경기가 비로 취소되는 바람에 클리블랜드가 1등이 됐다.) 등 번호와 함께 선수 이름도 처음 새긴 팀은 196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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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912년 뉴욕 양키스가 줄무늬(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채택했다. 많은 이들이 '뚱뚱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날씬하게 보일 수 있도록 양키스가 줄무늬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사실은 잘못된 상식이다. 베이브 루스는 이로부터 8년 뒤인 1920년부터 양키스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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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937년 시카고 컵스가 단추를 버리고 지퍼를 선택했다. 그 전에도 몇몇 팀은 단추 대신 레이스를 쓰기도 했다. 197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사상 처음으로 유니폼 상의를 티셔츠 형태로 만들었다. 또 바지에서 벨트를 없애는 대신 허리춤에 고무줄을 달았다. 피츠버그가 도입한 티셔츠 유니폼은 유행처럼 번졌지만 1993년 신시내티 레즈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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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97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반바지 유니폼을 시도했다. 이보다 앞서 1950년 퍼시픽코스트 리그 소속 마이너리그 팀 헐리우드 스타즈도 반바지 유니폼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 끔찍한 아이디어는 그 후로 어느 팀도 도전하지 않았다. 그게 이 아이디어가 끔찍함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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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포츠하고 비교할 때 야구 유니폼이 제일 재미있는 건 기본 형태가 '셔츠'라는 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시작으로 '티셔츠 입기' 운동이 번기지도 했지만 결국 셔츠로 돌아갔다. 우리나라 야구 팀도 티셔츠보다는 셔츠가 많다. 분명 활동하기에는 티셔츠가 훨씬 편할 텐데도 굳이 셔츠를 고집한다. 연습복은 티셔츠인데도 경기할 때는 셔츠를 입는다. 어쩌면 그것도 야구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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