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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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최준석은 올해도 여전했다. 그는 홈 경기 때 .271/.336/.448을 쳤다. 같은 팀 이종욱과 엇비슷한 성적. 그러나 원정 경기에 나서면 .367/.451/.629로 옛 룸메이트 이대호가 된다. '홈 원정 가리기'는 잠실구장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LG가 홈일 때 최준석은 잠실에서 .417/.462/.806을 쳤다. 그러니까 '베어스나이트' 말고 다른 곳에서 장돈건을 찾는 게 낫다는 뜻.

KIA 최희섭도 홈에서 별 재미를 못 봤다. 광주 군산에서 .237/.345/.406에 머무는 동안 동안 다른 구장에선 .336/.452/.559를 쳤다. 홈에선 2루수 정근우, 원정에선 지명타자 홍성흔이 된 것. 최희섭은 홈에서 4타석 적게 들어섰지만 병살타는 2배 가까이 많이 쳤다. 홈 11개, 원정 6개.


• 거꾸로 한화 정원석은 '새 집'에서 자기 자리를 완전히 찾았다. 정원석은 대전 청주에서 .377/.460/.515를 쳤다. 원정 기록은 .231/.324/.360이다. 옛 팀 동료와 비교하자면 홈에선 김현수, 원정에선 오재원이 된 것. 정원석이 유니폼을 바꿔 입고 이렇게 잘할 줄 아무도 몰랐던 건 당연한 일. 이전 5년 동안 정원석은 대전 청주에서 20타수 2안타(타율 .100)밖에 못 쳤다.

롯데 전준우도 비슷하다. 전준우는 홈에서 .313/.362/.638, 원정에서 .268/.335/.390을 쳤다. 홈에서는 팀 동료 홍성흔에 버금가는 타자지만 원정에서는 잠실을 홈으로 쓰는 손시헌이 됐던 것. 그래도 중견수 자리에서 활약은 유격수 손시헌 못지 않으니 위안 삼아야 할까?


• SK 김성근 감독은 "김재현이 4, 5년은 더할 수 있는 은퇴해 안타깝다"고 했다. 리그 모든 투수가 우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김재현은 우투수를 상대로 .303/.422/.500을 쳤다. 삼성 3루수 박석민 부럽지 않은 불방망이. 하지만 좌투수를 상대로는 .182/.270/.212를 때리는데 그쳤다. 한화 3루수 오선진이 돼 버렸으니 서울 도련님 자존심이 은퇴 번복을 허락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작뱅' 이병규(등번호 24번)도 좌투수에 약했다. 작뱅은 우투수를 상대로 .355/.436/.555를 쳤지만 좌투수에게는 .161/.270/.287로 묶였다. 우투수에겐 두산 김현수를 뛰어 넘는 성적이지만 좌투수를 상대로는 넥센 강귀태보다 못쳤다. '라뱅' 이병규(등번호 9번)도 우투수 상대 .316/.365/.430, 좌투수 상대 .243/.309/.338로 우투수한테 더 잘 쳤지만 작뱅 수준은 아니었다.


• 역시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 물론 그렇다. 2010 시즌 좌타자들은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282를 기록했지만 좌투수에게는 .256에 그쳤다. 그러나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 LG 박용택은 좌투수를 상대로 .364/.442/.562로 지난해 못지않은 성적을 거뒀다. 우투수를 상대로는 .269/.337/.362였다. 좌투수에겐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홍성흔, 우투수에겐 커리어 로우에 가까운 정성훈이었다.

오정복도 리그를 정복하려면 '우정복'이 되어야 한다. 오정복은 좌투수에게 .310/.407/.504로 4번 타자 김동주 급이었지만 우투수에겐 .231/.286/.333으로 9번 타자 이대수가 됐다. 오정복이 우투수를 상대로 더 숫자가 큰 기록을 남긴 건 삼진과 희생번트뿐이다.


• 득점권에서 가장 달라지는 타자는 넥센 유한준이었다. 유한준은 주자가 없을 때 .229/.288/.317에 그쳤지만 주자가 있으면 /.353/.418/.490을 쳤다. 득점권이 되면 .384/.461/.536로 올라간다. 주자가 없을 때는 이대수였다가 주자가 있으면 김동주가 되고, 득점권에서는 다시 홍성흔이 되는 모양새다. 유한준은 동점 주자가 있을 때 .481/.517/.630을 쳤고 역전 주자가 있을 때도 .405/.455/.519를 쳤다.


• 어울리지 않게도 김동주는 반대다. 김동주는 주자가 없거나 1루에만 있을 때 .322/.416/.565를 쳤지만 득점권에서는 .221/.386/.346에 그쳤다. 홍성흔과 이종욱 차이다. 올 시즌 홈런 20개 중 득점권에서 때려낸 것도 3번밖에 안 됐다. 김동주는 또 동점 주자가 있을 때 .167/.360/.333, 역전 주자가 있을 때도 .230/.351/.443에 그쳤다.


.123/.456/.789는 차례대로 타율/출루율/장타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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