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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스테이플스센터는 지난 주 김연아가 참여한 '2010 올댓스케이트 LA'가 열린 곳입니다. 음악 마니아들에게는 '그래미상' 시상식을 진행하는 곳으로도 유명하죠. 유명 가수들도 이곳에서 콘서트를 엽니다.

하지만 역시 스테이플스센터는 LA를 본거지로 삼고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그리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킹스 팀 홈구장으로 제일 유명합니다. 마룻바닥에서 경기를 하는 농구와 얼음 위에서 하는 아이스하키가 어떻게 똑같은 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쓸 수 있는 걸까요?

바닥이 문제니까 해결법도 간단합니다. 바닥을 바꾸면 그만인 겁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죠.


미국에는 이렇게 NBA와 NHL이 같이 쓰는 구장이 11곳이나 됩니다. 바닥을 바꾸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홈구장을 바꿀 때는 얼음을 녹이고 얼릴 필요가 없으니 시간이 더 적게 걸립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에 있는 돔 구장은 이보다 스케일이 더 크죠. 인조잔디 야구장이 천연잔디 축구장으로 변합니다.


삿포로돔은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소속 니혼햄 파이터즈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콘사도레 삿포로가 나란히 홈구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실외 구장을 경기 때마다 조금씩 손봐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이 같이 쓰기도 하죠.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클랜드-알라메다 카운티 콜로세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있는 선라이프 스타디움은 야구와 미식축구 경기가 모두 열립니다.

아예 경기장 형태를 바꾼 적도 있죠.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구장 터너 필드는 원래 1996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썼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개보수 과정을 거쳐 이듬해부터 브레이브스 홈구장이 됐습니다. 이렇게 빨리 바꿀 수 있던 건 이미 그렇게 하기로 예정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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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천은 완공한 지 10년도 안 된 문학 월드컵경기장을 놔두고 새 구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현재 이 경기장은 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데요, 축구 열기가 너무 높아서 도저히 문학 구장을 포기할 수 없던 걸까요?

사실은 순서가 반대죠. 인천유나이티드가 창단한 건 2003년입니다. 경기장부터 먼저 짓고 이 구장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해 나온 결과가 프로축구 팀이었던 겁니다.

문학 월드컵경기장 옆에는 문학 야구장도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시작할 때부터 인천에는 계속 프로야구 팀이 있었죠. 그럼 이 경기장에서 월드컵 기간에는 축구를 하고 이후 개보수를 거쳐 야구장으로 쓰면 안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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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나 광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경기장부터 짓고 나서 활용 방안을 고민했죠. 광주는 군인 팀 상무가 쓰고 있습니다. 이미 생긴 팀을 이제 와 없앨 수는 없지만 경기장을 짓기 전 조금 더 고민했으면 어땠을까요?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인천 1만499명 △대구 8541명 △광주 7719명으로 세 구장 모두 리그 평균(1만1226명)보다 떨어집니다. 인구 규모도 적고 경기장 시설도 떨어지는 강릉·춘천(1만2236명), 창원(1만2273명)보다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진작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던 구장을 두고 대구와 광주는 새 야구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인천이 새로 짓겠다는 경기장은 사실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지 모릅니다. 선수촌 아파트가 진짜 이유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추진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두 형태 모두 결국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이미 적자를 내는 구장이 있는데 또 건설비를 투입하고 나중에 운영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물론 이제 와 이 구장을 '다용도'로 바꾸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 경기장을 지을 때는 "부활절 때문에 교회를 짓지 말라"던 미국 속담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땅이 넓고, 천문학적 금액을 프로 스포츠에 투자하는 미국이 땅도 없고 돈도 없어서 저렇게 '유틸리티' 경기장을 쓰고 있는 건 아닐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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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다르지만 올해 1월 미국 보스턴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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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실외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거죠 :-) 원래 아이스하키는 실내 경기장에서 열리지만 '윈터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실외 구장에서 경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NHL 팀 보스턴 브루인스는 그 장소로 펜웨이 파크를 선택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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