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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는 악마의 제도"

30대 이상 스포츠 팬이라면 '말총머리' 로베르토 바지오를 기억하실 겁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한 아주리 군단의 스트라이커. 국제축구연맹(FIFA)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때부터 승부차기를 도입했지만 월드컵 결승전이 승부차기로 갈린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바지오 덕분에 결승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런데 바지오가 승부차기에서 '홈런'을 날리는 바람에 우승컵은 브라질이 차지하고 맙니다.


당시 이탈리아 언론은 "승부차기는 악마가 만든 제도"라며 승부차기 폐지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해야 한다는 거였죠.


FIFA 회장 "나도 승부차기 싫다"

12년이 흘러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도 승부차기까지 갔습니다. 독일 월드컵이 끝나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는 더 이상 보기 싫다"며 "재경기를 하든지 선수 몇 명을 빼고 골든볼로 정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골든볼은 연장전 때 어떤 팀이든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이기는 제도죠. 대한민국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이겼을 때 안정환 선수가 넣은 골이 바로 골든골이었습니다. 골든골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걸 최대한 막아보자고 내놓은 제도였습니다.

비슷한 제도로 실버골도 있었습니다. 축구 연장전은 전후반 15분으로 나뉩니다. 원래 연장전은 한 팀이 골을 넣어도 이 30분을 다 소화하죠. 실버골은 연장 전반에 승부가 갈리면 경기를 그대로 끝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FIFA는 2004년 골든골, 실버골 시스템을 폐지하고 예전 연장전 방식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골이라도 먹으면 진다'는 생각에 각 팀이 수비에만 매달렸기 때문이죠. 자연스레 승부차기로 이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블래터 회장이 '선수 몇 명을 빼자'는 조건을 내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득점이 좀더 쉬운 환경을 만들어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하겠다는 거죠. 연장전에서 골로 승부를 보라는 주문입니다.

이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정규 시즌 연장전에 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아이스하키는 원래 6명이 하는 종목이지만 연장전은 4 대 4 또는 3 대 3으로 벌이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선수를 줄인다고 꼭 승부가 갈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이스하키에도 승부치기는 있습니다.)


연장전 앞서 승부차기부터

승부차기부터 하고 연장전을 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축구 TV 중계권 협상가 헨리 버틀스 씨가 제일 먼저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새 시스템을 '어드밴티지(The Advantage)'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하는 겁니다. 먼저 승부차기를 합니다. 이 승부차기 결과는 연장전이 무승부로 끝났을 때만 유효합니다. 승부차기에서 이긴 팀은 연장전이 무승부로 끝나고 자기네가 이기니까 수비 위주로 나갈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 팀은 연장전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골을 넣으려 안간힘을 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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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스 씨는 "이 시스템은 축구 친화적이고 선수 친화적이고 언론 친화적이다"면서 "어드밴티지야 말로 (승부차기보다) 더 공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버틀스 씨는 연장전 이전에 실시하는 승부차기도 지금처럼 팀당 5명이 차는 게 아니라 3명씩만 차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

ADG(Attacker Defender Goalkeeper)는 이름 그대로 공격수 한 명, 수비수 한 명, 골키퍼 한 명만 경기장에 나옵니다. 공격수는 중앙선부터 골을 몰고 가 득점을 노립니다. 수비수와 골키퍼는 이 공격을 막아내는 거죠. 각 팀이 10번씩 공격을 시도하고 골을 더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30초가 넘으면 공격을 실패한 걸로 간주합니다.

코너킥을 10번씩 차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각 팀에서 선수 5명을 뽑습니다. 수비하는 팀은 골키퍼를 포함해 5명. 공격팀이 코너킥을 차면 수비수는 이 공을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걷어내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득점을 많이 한 팀이 이기는 방식이죠.

아예 경기 중에 코너킥을 많이 얻은 팀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유효 슈팅이 많은 팀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하기도 합니다. 파울을 적게 한 팀이 이긴 걸로 하자는 의견도 있죠.

왜 이렇게 승부차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블래터 회장이 한 얘기가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결승전은 열정의 상징이다. 연장전에 가게 되면 드라마가 기다린다. 하지만 승부차기는 비극으로 끝날 뿐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그런데 승부차기는 너무 개인적이다."

여러분들은 승부차기에 어떤 대안을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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