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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런던=AP 연합뉴스

 

테니스 역사상 최장 시간 경기 : '테니스 왕자'가 현실로…

70-68. 누가 봐도 농구 경기 점수라고 생각할 숫자. 하지만 이 점수는 테니스에서 나왔다. 존 이스너(미국 · 사진 왼쪽)가 니콜라 마위(프랑스)를 물리친 점수다. 두 선수는 2010 윔블던 1라운드에서 사흘에 걸쳐 11시간 5분 동안 문자 그대로 '사투'를 벌였다. 테니스 역사상 최장 시간 경기 기록이다.

이전까지 테니스 역사에서 가장 긴 경기 시간은 6시간 33분이었다. 2004년 프랑스오픈에서 파프리스 산토로가 아르노 클레멘트(이상 프랑스)를 물리칠 때 걸린 시간이었다. 이때 5세트 게임스코어는 16-14였다.

5세트 게임스코어가 가장 큰 게임은 2000년 윔블던에서 나왔다. 3라운드에서 마크 필리포시스(호주)는 솅 샬컨(네덜란드)을 20-18로 물리쳤다. 재미있는 건 마위는 지난 주 열린 윔블던 예선에서 알렉스 보그다노비치(영국)를 5세트 게임스코어 24-22로 꺾었다는 것.

그래도 이번 경기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24일(현지시간) 오후 경기를 시작했을 때 5세트 게임 스코어는 이미 59-59였다. 경기를 속개한 뒤에 두 선수는 자기 서비스 게임을 내주지 않았고 68-68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이스너가 자기 서비스 게임을 따내면서 69-68이 됐고 리턴 게임마저 따내면서 70-68로 결국 마무리됐다.

게임이 길어지면서 두 선수는 서브 에이스에서도 독보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 경기에서 이스너는 서브 에이스 112개, 마위는 103개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이보 카를로비치가 2009 데이비스컵에서 기록한 78개가 최고 기록이었다.


독특한 테니스 점수 체계 그리고 타이브레이크

테니스는 경기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타이브레이크(tiebreak)' 제도를 도입해 두고 있다.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테니스에서만 쓰는 독특한 점수 표기 방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통 1점씩 점수가 올라가는 다른 종목과 달리 테니스는 '0(love)-15-30-40-게임'으로 점수(point)를 표시한다. 결국 4점을 먼저 내는 선수가 한 게임(game)을 따게 되는 것이다. 게임 6개를 먼저 따면 한 세트(set)를 차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2세트 혹은 3세트를 먼저 딴 선수가 최종 승자다.

여기까지만 해도 복잡한데 '듀스(deuce)'라는 규칙까지 기다린다. 듀스는 점수가 40-40이 되거나 게임스코어가 5-5일 때를 가리킨다. 이 때는 두 점 또는 두 게임을 연속으로 따야 게임 또는 세트를 이긴 것으로 간주한다. 한 세트를 따내려면 게임스코어 7-5로 끝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게임스코어 6-6이 됐을 때다. 6-6이 되면 8-6처럼 승자가 나올 때까지 경기를 계속 진행하는 대신 '7점 타이브레이크'를 시작한다. 타이브레이크를 시작하면 점수는 1점부터 차례대로 한 점씩 올라간다. 이 때 승자를 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7점 이상을 낼 것 △상대보다 2점 이상 많을 것.

이를테면 타이브레이크 6-5 상황에서 6점을 얻고 있던 선수가 일곱 번 째 점수를 기록하면 7-5로 이 선수가 세트를 이긴 게 된다. 7점 이상 냈고 상대방과 2점 이상 차이를 냈기 때문이다. 반면 6-6이 되면 7-6이 돼도 타이브레이크를 계속해야 한다. 두 점 차 이상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가 필요하다.

1969 윔블던에서 판초 곤잘레스와 찰리 파서렐(이상 미국)은 이틀에 걸쳐 5시간 12분 동안 경기(22-24, 1-6, 16-14, 6-3, 11-9)를 벌였다. 결국 1년 동안 논의를 거쳐 1971년부터 게임스코어 8-8에서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하기로 했고 1979년에는 6-6으로 기준을 바꿨다.

그런데 4대 테니스 대회 중 윔블던 프랑스 호주 오픈에서는 마지막 세트에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는다. 최종 승자는 진짜 승부를 통해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세트 때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는 건 US 오픈뿐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스너-마후 경기 자체가 재미있던 건 아니었다. 두 선수 모두 서비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리턴이 형편없었다. '왜 마지막 세트에만 타이브레이크가 없는 거야?'하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ESPN 등 해외 스포츠 언론도 이번 경기를 계기로 타이브레이크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말이지 이런 경기는 역사상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스너 기록에 도전하고 싶은 테니스 꿈나무가 있다면 미안한 얘기겠지만 5세트 타이브레이크 규칙은 US오픈 테니스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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