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롯데는 19승 30패로 리그 7위였다. 이후 42경기에서 롯데는 29승 13패로 승률 .690을 기록했다. 순위도 3위 KIA에 3게임차 뒤진 4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여름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할 때 코웃음치던 팬들도 "이제 목표는 정규 시즌 2위"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롯데가 이렇게 달라진 힘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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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놀음

먼저 5월 31일에 그린 능력치 그래프부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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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올스타 브레이크 때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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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과 수비 수비 모두 좋아졌다. 공격에선 찬스 때 집중력이 여전한 가운데 출루가 늘었다. 득점이 늘어난 건 당연한 일. 그래도 수비력 향상이 더 눈에 띈다. 선발 구원 수비 모두 안정됐고 '위기 관리 능력'도 향상됐다.

사실 한 달 전쯤 4강을 예상하면서 롯데를 빼먹었다. 대신 "숫자는 손민한이 돌아왔다는 걸 모른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 효과가 발휘된 것일까?



투수에게 볼넷은 독(毒)

6월을 전후로 이 팀 수비 기록을 한번 나눠보자.

 기간  실점  삼진%  볼넷%  홈런%  BABIP  땅볼/뜬공
 ~5.31  5.69  13.2  10.3  2.7  .318  0.87
 6.2~  3.98  14.3  8.4  2.6  .297  0.89

타자가 페어 지역으로 공을 때렸을 때 안타가 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BABIP(Batting Avetages on Balls In Play)가 20포인트 가까이 좋아졌다. 수비 짜임새도 어느 정도 좋아졌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전체 상대 타자 중 10.3%에 내주던 볼넷 비율이 8.4%로 22.6% 줄어든 것이 가장 큰 특징. 제구가 잡히면서 자연스레 실점이 줄었다는 뜻이다. 선발과 구원 투수 모두 이런 업그레이드를 경험했다.

먼저 선발 투수부터 보면 ;

 기간  평균 이닝  9이닝당 실점  9이닝당 안타  9이닝당 삼진  9이닝당 볼넷
 ~5.31  5.29  6.18  10.3  5.87  4.34
 6.2~  5.98  4.37  8.9  5.51  3.40

삼진수는 소폭 줄었지만 볼넷 감소폭이 더 크다. 쓸데 없는 볼을 던지지 않으니 피안타가 줄고 자연스레 실점도 크게 줄었다. 평균 이닝이 늘어난 건 보너스.

업그레이드를 주도한 건 당연 송승준이다. 송승준은 5월 31일까지 10번 선발 등판해 평균 5.1이닝밖에 못 던졌다. 6월 이후에는 평균 7.13이닝이다. 9이닝당 삼진은 5.99개에서 4.91개로 한 개 넘게 줄었지만 볼넷은 5.46개에서 2.24개로 60% 가까이 줄였다. 덕분에 9이닝당 실점도 5.99점에서 2.8점으로 크게 줄었다.

구원 투수 쪽은 아예 업그레이드 바이러스가 퍼졌다.

 기간  평균 구원  9이닝당 실점  9이닝당 안타  9이닝당 삼진  9이닝당 볼넷
 ~5.31  2.88  5.60  9.7  4.61  4.00
 6.2~  2.36  3.37  9.7  5.47  2.92

애킨스 임경완 이정훈 모두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강영식도 '2008 버전'으로 돌아왔다. 이정민도 제자리를 찾았다. 덕분에 로이스터 감독은 구원 투수를 두 경기에 한 명씩 아낄 수 있게 됐다. 장기 레이스에서 불펜 과부하를 줄이는 건 퍽 중요한 과제다.

선발과 구원 모두 볼넷을 내주지 않으니 수비하는 쪽에서 부담이 덜하는 건 당연한 일. 수비 시간이 줄면서 공격력도 덩달아 올랐다.



볼넷은 '거들 뿐'

롯데 타선은 꼴찌 한화 다음으로 볼넷을 못 얻는다. 전체 타석에서 롯데 타자들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비율은 9%밖에 안 된다. 이 비율 1위 삼성은 11.3%다. 이것도 5월까지 7.9%였던 기록이 좋아진 결과다. 6월 이후 10.1%는 리그 평균 수준. 그러니까 볼넷 숫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공격력이 살아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기간  득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IsoD  IsoP  득점권
 ~5.31  4.29  .267  .324  .409  .064  .145  .275
 6.2~  5.40  .290  .368  .438  .078  .148  .288

가장 기본적인 타격 기록인 '타율'이 그 이유.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IsoD가 14포인트 늘어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타율은 23포인트나 늘었다. 득점권에서 집중력도 소폭 올랐다. 파워(IsoP=장타율-타율)에 큰 변화가 없어도 평균 득점을 1점 넘게 올릴 수 있던 원동력이다.

촉매 역할을 맡은 건 정보명. 5월까지 타율 .250에 그치던 정보명은 6월 이후 .349를 쳤다. OPS(출루율+장타율)도 .655에서 .887로 35% 좋아졌다. 가르시아가 살아난 것도 고무적인 일. 가르시아는 6월 이후 .296/.388/.507을 때려내며 '퇴출설'을 일축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타석수는 적지만 강민호도 6월 이후에는 OPS .854를 쳐내는 포수였다.

이들이 살아나면서 초반 '버닝 모드'가 끝난 이인구, 6월에 반짝한 박정준이 주춤해도 타선 전체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롯데 방망이는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



올해 가을엔 좀 길게~ 야구하자.

2005년 SK가 그랬던 것처럼 시즌 중에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법'을 몸으로 직접 터득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단기전 뛰듯 팀을 꾸려나가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이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는 지난해 8년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경험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무너지고 말았다. 올해는 '이겨야 하는 경기를 잡는 법'을 시즌 중에 선수들이 깨우쳐 가는 느낌. 하지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능구렁이 중의 능구렁이 삼성 라이온즈다.

좋든 싫든 아직도 삼성과 8경기가 남았다. 또 한 경기 차이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가을에 야구하고 싶다면 삼성을 이기는 법을 확실히 몸에 익혀야 한다. 삼성 타자들이 리그에서 가장 볼넷을 잘 얻어내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가을 야구도 결국 '볼넷'이 가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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