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우리 프로야구는 지난달 28일 13년만에 최소 경기 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야구 붐을 일으킨 데다 5월이 지날 때까지도 상위권은 상위권 대로 중하위권은 중하위권 대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

두 달 동안 각 팀이 보여준 전력을 '능력치 그래프'와 함께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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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 모두 안정감을 갖췄다. 타자들이 알아서 나가고 뛰고 불러들인다. 파워 부족이야 두산에게 있어 '잘 관리중인 당뇨병' 같은 것. 최근 슬럼프에 빠졌지만 최준석이 .335/.409/.529나 치고 있는 건 확실히 고무적이다. 지난해 이미 '완성형'이던 김현수도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마무리 이용찬을 중심으로 고창성, 임태훈, 이재우가 버티는 두산 불펜은 말 그대로 '철옹성'이다. 랜들이 빠지면 걱정됐던 선발도 아직 이상무. 고영민이 빠진 2루 자리도 김재호가 잘 메워주고 있다. 최승환이 돌아올 때까지 포수진이 어떤 모양새를 보여주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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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와이번스 경기를 보면 문제점 두 가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회를 잡아도 살리지 못하고, 경기에서 앞서고 있어도 상대에 추격을 허용하는 일이 잦다. 아직은 배부른 소리지만 시즌 내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 팀에서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박재홍(.278)으로 공동 20위고, 4번 타자 이호준은 .267로 24위다. 이승호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 팀이 내세울 수 있는 수준급 불펜 투수도 사실 정대현 하나뿐이다. 그렇다고 안심하지 마시라. 이 팀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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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김상현, 김원섭이 공격을 이끌면서 FC KIA는 벗어났만 아직 다소 부족하다. 팀 타율과 장타율 모두 꼴지. 득점권 타율이 중상위권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리고 아직 이 팀은 이용규를 제대로 기용해 보지도 않았다는 점도 기대가 되는 대목.

서재응이 빠져도 티가 안 나는 선발진은 리그 최고다. 5선발 체제로 바꾸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기주가 불안했지만 구원도 리그 평균은 된다. 확실히 KIA 수비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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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4위에 올라 있다는 건 일종의 '관성'이다. 가장 자랑거리이던 불펜도 예전만 못하고, 수비도 엉망진창이 됐지만 어떻게든 팀은 돌아간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삼진 머신이고, 정현욱-권혁도 아직은 리그 최고 필승 계투진이다.

타격에서는 지난해 맹활약했던 선수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최형우, 박석민, 우동균 모두 하한가를 쳤다. 반면 양준혁은 올해도 고군분투, 강봉규도 타격감이 좋다. 신명철의 유혹도 이번에는 유효기간이 퍽 길다. 채태인은 이 두 그룹 중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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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KIA와 반대다. 문제는 수비가 KIA 공격보다 더 떨어진다는 데 있다. 선발도 봉중근을 빼면 엉망이지만 불펜은 한국석탄공사에 미안함을 무릅쓰고 '막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수준. 얼마나 답답했으면 최동수를 마운드에 다 올렸을까.(물론 농담이다.) 박종호를 2루에 넣어도 수비는 여전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김정민도 사실상 시즌 아웃.

공격은 '우리 LG가 달라졌어요'를 확실히 보여준다. 특히 볼넷 숫자가 급증하면서 출루율이 좋아졌다. 전형적인 김용달 효과. 페타지니는 말할 것도 없이 리그 최고 타자고 박용택도 이제 '다른 팀 팬이 무서워하는 타자'가 됐다. 반면 2008 안치용은 사라졌고 박경수도 예전의 박경수일 뿐. 별다른 반등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5위 LG가 답답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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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발이 없다. 구원 투수들도 덩달아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 기대를 모았던 이상열-신철인 좌우 콤비도 흔들렸다. 강귀태는 나쁘지 않은 백업 포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황재균은 타격은 괜찮지만 수비에서는 쉬운 타구를 어렵게 처리하는 3루수였다. 전체적으로 신인 지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절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모양새.

최근 상승세는 베테랑들 경험 덕분이다. 김동수가 마스크를 쓰면서 투수진이 안정을 되찾았고 2군에 다녀온 이숭용, 송지만이 타격을 주도했다. 또 전준호 대신 정수성이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다. 한 여름을 지날 때까지도 이 관록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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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 숫자 자체가 적으면 찬스 때 안타를 자주 쳐도 득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장타력도 없고 뛸 줄도 모르는 팀이라면 확실히 그렇다. 이대호는 야금야금 본 궤도에 올랐지만 작년 가르시아는 온 데 간 데 없고, 강민호도 공수 모두에서 기대 이하다. 김주찬, 이인구만으로 야구를 할 수는 없다는 얘기.

에이스가 빠졌으니 수비력이 문제인 것도 당연한 일. 야수진에게 필요한 것도 반짝 호수비가 아니라 꾸준하고 안정된 수비력이다. 롯데가 지난해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이렇듯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 손민한, 조성환이 돌아오면 짜임새는 조금 더 좋아지겠지만 지금 롯데에게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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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야구'는 많은 야구팬들의 로망이지만 야구는 홈런만으로 하는 경기가 아니다. 이 팀에 퀄리티스타트를 두 번 이상 기록한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류현진도 평균자책점이 4점을 넘는다. 한화에 디아즈가 아닌 선발형 외국인 투수가 필요한 건 그런 이유다.

타격에서도 김태균이 '뇌진탕 후유증'으로 로스터에서 빠지면서 중심이 사라진 느낌. 강동우가 부활했고 김태완이 연일 방망이 자랑을 하지만 완벽히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는 인상은 못 된다. 여기에 심판 판정에서도 별 도움을 못 받으면서 한화는 아직 꼴찌 모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그래프에 사용된 기록에 관해

  • 출루는 각 팀의 출루율을 기준으로 했으며, 장타력은 IsoP가 기준으로 사용됐다. IsoP는 Isolated Power의 약자로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값이다. 이는 장타율에 타율이 개입된 점을 고려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3타수 3안타를 모두 단타로 기록한 선수는 타율과 장타율이 모두 1.000이다. 실제 장타는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이 경우 ISO는 .000으로 해당 선수에게 장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 기동력은 각 팀의 경기당 평균 도루수를 기준으로 했으며, 클러치는 각 팀의 득점권 타율을 기준으로 작성됨.

  • 선발과 구원 투수의 능력 측정에는 FIP가 사용됐다.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로 전체 실점 가운데 투수가 책임져야 할 점수를 보여주는 메트릭이다. 보로스 맥라켄이 주장한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의 수학적 원리만을 뽑아 Tango Tiger로 알려진 세이버메트리션이 창안해 냈다. 공식은 FIP = ( 13 × 홈런 + 3 × 사사구 - 2 × 삼진 ) ÷ 이닝 + 보정용 상수

  • 야수의 수비 능력 측정에는 DER을 사용. DER은 Defense Efficiency Ratio의 약자로 인플레이된 타구(Balls In Play) 가운데 몇 %가 아웃으로 처리됐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대 타자가 10개의 공을 때려 그라운드 안에 공이 머물고 있을 때 이 가운데 3개만 안타로 연결됐다면 나머지 7개의 타구, 즉 70%의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 경우의 DER은 .700이다. 공식은 DER = ( 상대 타자 - 안타 - 삼진 - 사사구 - 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 상대 타자 -홈런 -삼진 -사사구 )

  • 잔루 처리 비율은 출루를 허용한 모든 주자수를 실점으로 나누어 계산.

  • 그래프에 사용된 수치는 정규화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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