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공갈포 분들에 대한 경외심은 이미 신나게 자랑한 적이 있다.

그때 이분들 특징을 언급하면서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에게 패배는 야수에게 타구가 잡히는 것이 아니다. 승리의 주체도 패배의 대상도 모두 자기 자신뿐이다. 분명 투수에게 삼진을 당한 것이지만, 이들의 칼끝은 자기 자신을 향해 날카롭게 서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이들은 삼진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아니다. 일개 심판이 판정한 '세번째 스트라이크' 따위도 이들에게는 오직 부끄러움일 뿐이다. 진정 '싸나이'가 되기 위해서는 삼진도 자기 선택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이번 시즌 삼진을 가장 많이 기록한 타자는 두산 고영민이다.

고영민은 "108이라는 숫자는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헛스윙으로 삼진 하나를 추가하고 나서야 비로소 평상심이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헛스윙 전문가는 따로 있다. 롯데 가르시아는 고영민(66개)보다 17개 많은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다.

가르시아는 통역을 통해 "모 해설위원이 자꾸 높은 공에 방망이가 나간다고 지적하는데 그 코스를 포기하면 사직에서 홈런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타점 1위, 홈런 2위에게 약점을 논하는 건 공갈포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걸리기만 하면 홈런이지만 공이 와서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가르시아는 준플레이오프 때도 스스로에게 화내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윤상원 심판과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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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가르시아가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 뒤 보무도 당당하게 덕아웃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가르시아와 함께 롯데 타선을 이끈 강민호(57개), 김주찬(50개) 모두 이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대호는 헛스윙 삼진 개수(41개)는 물론 전체 삼진 대비 비율(73.2%)도 리그 평균(71.1%)과 큰 차이가 없었다.

비율 면에서 가장 압도적인 면모를 보인 선수는 두산 유재웅이다.

유재웅은 전체 삼진 49개 가운데 47개(95.9%)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유재웅은 "훌륭한 공갈포 선배들도 많은데 1위에 오른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내년에는 100%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부상으로 1군 경기에 55번밖에 나서지 않은 KIA 최희섭이 전체 삼진 41개 중 85.4%(35개)로 전직 메이저리거의 위용을 아낌없이 뽐냈다.

이에 대해 김풍기 심판은 "헛스윙 삼진은 심판이 투수의 혼을 평가할 기회를 박탈하는 짓"이라며 "내년에는 육망성존 회전을 더욱 강화해 공갈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신경현(50%), 강귀태(46.4%) 김상훈(38.5%) 등 구심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포수들은 헛스윙 삼진 비율 하위권을 차지해 김 심판 발언에 신빙성을 더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숫자는 '확실한 팩트'지만 인물들 워딩은 '100% 픽션'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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