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5시간 41분. MLB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긴 월드시리즈였다. 양 팀 도합 17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으며 총 43명의 선수(시카고 22, 휴스턴 21)가 경기에 나섰다. 사실 양 팀에서 경기에 뛰지 않은 포지션 플레이어는 각각 한 명뿐이다. 휴스턴의 포수 라울 샤베스, 그리고 시카고의 백업 내야수 파블로 오수나. 잔루는 15개씩 30개. 시카고 투수진은 12개의 볼넷을 허용했으며, 스캇 포세드닉은 8번이나 타석에 들어섰다. 이 모든 기록이 월드 시리즈 신기록이다. 


타이기록도 나왔다. 14이닝, 이는 1914년 베이브 루스가 브루클린 다저스를 상대로 완투 경기를 펼친 것과 똑같은 기록이다. 몸에 맞는 볼 세 개, 6개의 병살타도 모두 타이기록. 이 모든 승부가 끝난 건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 20분. 양 팀 투수들이 모두 482개의 투구를 마친 뒤였다. (시카고 245, 휴스턴 237) 휴스턴의 애덤 에버릿을 유격수 뜬볼로 잡아낸 마지막 투구를 던진 투수는 선발 요원 마크 벌리, 팀의 9번째 투수였다. 이렇게 많은 기록이 양산될 만큼 참 길고, 또 흥미롭고 동시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먼저 그래프를 보자.



첫번째 승부처는 4대 0으로 끌려가던 5회초, 시카고는 A.J. 피어진스키의 2루타로 경기를 5:4로 뒤집었다. 마운드에 있던 시카고의 선발 투수 갈랜드, 비록 4회까지 8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실망스러운 투구 내용을 보였지만, 5회와 6회 상태 타선을 삼자 범퇴로 돌려 세우며 완전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마지막 13 타자 가운데 12 타자를 범타로 처리, 확실히 감을 조율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휴스턴도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8회말 폴리트가 마운드에 올랐다. 팀의 두 번째 투수였다. 버크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을 비롯 2아웃. 하지만 엔스버그를 볼넷으로 출루 시켰다. 다음 타자는 램. 좌투수 코츠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램 역시 볼넷. 브렌틀럿이 램을 대신해 대주자로 들어갔다. 레인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시카고 투수는 허만슨. 하지만 그는 레인에게 3루를 넘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며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야 만다. 하지만 다음 타자 어스머스를 상대로 몸쪽 코너로 들어오는 멋진 투구를 던지며 루킹 삼진. 

그리고 블럼의 솔로 홈런이 터질 때까지 양 팀은 0의 행진을 계속했다. 찬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느 쪽도 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블럼의 홈런이 터졌다. 2아웃 이후의 홈런이라 그 의미는 더더욱 컸다. 정말 모두가 그릴, 꿈 같은 홈런이었다. 이후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내며 7:5, 경기 최종 스코어였다. 

WPA에 있어서는 결승 홈런을 터뜨린 블럼이 .411로 시카고에서 1위, 휴스턴에서는 구원 투수 퀄스가 .471로 소속팀은 물론 양 팀 통틀어 1위를 기록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4차전은 내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선발 투수는 가르시아(시카고)와 베키(휴스턴)가 각각 내정돼 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를 4차전, 시카고가 그대로 월드 챔피언이 될지, 휴스턴에서 월드 시리즈 세 번째 경기가 열릴 수 있을지 지켜보자. 


시카고 WPA



휴스턴 W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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