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삼수를 하고 들어와서 학번은 두 개 아래지만, 나이는 동갑이라 친구를 먹어 버린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나름 열혈 롯데 팬을 자처하는 녀석은 심심할 때마다 '부산 갈매기'를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노래방에서도 당연히 부르고 넘어가야 했던 그 노래. (참고로 녀석은 정말 지독한 음치입니다.) 그래도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이 부분밖에는 외우지 못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올해, 그냥 야구를 본 것뿐인데 가사를 통째로 다 외우게 됐습니다. 그것도 아마 4-5월 사이에 벌어진 일일 겁니다. 그만큼 정말 대단한 초반 기세였습니다. 그리고 폭발적인 인기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이었던 '가을에도 야구하자.' 결국 올해도 이 바램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탈꼴지에 성공한 뜻깊은 한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05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리뷰, 가보겠습니다.

# 0. '가을에도 야구하자!'

2005 시즌은 프로야구가 다시 중흥을 맞은 한 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롯데 자이언츠가 있었다. 벗어날 줄 모르는 꼴찌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었음에도, 부산팬들은 홈 개막전 만원을 시작으로, 5월 13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고 만원을 기록하는 10년만의 진풍경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스타는 베스트 10 모두가 롯데 선수들로 채워질 듯 매서운 독주가 이어졌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롯데 역시 시즌 초반 삼성, 두산과 함께 3강을 형성하며 '가을에도 야구하'는 팀이 되기에 충분해 보이기도 했다. 특히 LG와의, 이른바 '잠실 대첩'은 롯데가 더 이상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야구팬에게 알린 듯 보이기까지 했다. 정수근은 연일 티비에 나와 롯데 사랑을 호소했으며, 손민한은 배영수, 박명환과 함께 빅 3 구도를 형성 리그 에이스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6월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승패 그래프를 보면  와 같다. 역시 9연전이 문제였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4강 4약이 나뉜 시즌에 '그들만의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했다. 결국 팀을 재정비한 공로 여부를 떠나 양상문 감독은 경질되기에 이르렀고, 손민한 역시 20승 달성에 실패했다. 초반의 상승세가 너무도 화려했기에, 다소 결과가 믿기지 않던 아쉬운 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초반의 주인공으로서, 또 프로야구의 재도약을 이끈 공로자로서, 2005 시즌 롯데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이제 이 팀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 1. 가을에도 야구하자?



전체 58승 가운데 약 31%에 해당하는 18승이 손민한 선수의 몫이었다. 그만큼 다른 투수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특히 염종석 선수의 경우 3.77이라는 준수한 방어율을 가지고도 3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겨우 500점밖에 뽑지 못한 공격력이 문제였다. 이는 리그 최소 득점이다. 

피타고리안 승률로 계산된 것보다 많은 승수 역시 수비를 잘한 영향이지 공격력으로 획득한 성적은 아니다. 롯데 타선은 리그 평균에 비해 61점이나 적은 점수를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괜히 호세에 대한 열정이 다시 끓어 오르는 게 아니다. 그럼 공격력이 도대체 얼마나 문제였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 2. 이번 '가을에도 야구 못한' 이유



롯데는 5월 31일까지 26승 23패로, 승률 5할에서 세 경기 앞서 있었다. 하지만 득/실점은 219 득점, 242 실점으로 오히려 실점이 더 많은(-23) 상태였다. 8승 16패를 기록한 6월의 득/실점은 104 득점, 106 실점으로 오히려 차이가 적었다. 하지만 원인은 단순하다. 이긴 8경기에서 62득점(평균 7.75점)이나 뽑아낸 데 비해, 패한 16경기에서는 42점(평균 2.63점)밖에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길 때는 평균 5.5점차이로 화끈하게 상대를 꺾은 반면, 질 때는 2.88점 정도로 상대적으로 아깝게 패했다. 이러니 팀 성적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1 ; 점수 뽑기 힘들다.

득점 분포를 살펴보면, 이번 시즌 롯데가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4점 이하의 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모두 82경기에 달한다. 이는 전체 126 게임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수치다. 좋을 승률을 기대하기 힘든 이 점수대에서 승률은 겨우 .280에 지나지 않았다. 석 점 이하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3 득점 이하 경기는 65경기였다. 전체 경기의 절반을 넘는(52%) 수치다. 승률은 .169, 이러니 사실 5위라도 한 게 칭찬받을 수준이다. 사실 이 팀은 넉 점만 뽑으면 이기는 팀이다. 4득점 시 승률이 무려 .706(12승 5패)에 달한다. (리그 평균은 .530이다.) 그 이상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안타를 생산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직 구장은 사실 안타가 늘어나는 구장이다. 그런 구장을 쓰면서 .253의 팀 타율로 꼴찌를 차지한 건 반성할 만한 부분이다. 안타수가 적은 데는 삼진을 많이 당한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실제로 LG(915)에 이어 많은 수의 삼진(856)을 당했는데, 전체 타석의 18%에서 타자들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 역시 LG(19%)에 이은 최고 2위 기록이다.

기본적으로 타율이 낮기 때문에 엄청난 수의 볼넷을 골라내지 않는 이상 출루율이 낮은 것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선구안 또안 좋지 못했다. BB/SO를 알아보면, 0.41을 기록 뒤에서 두 번째다. 삼진은 많이 당하고, BB/SO 비율이 나쁘다. 그래서 당연한 얘기가 되지만, 전체 타석대비 볼넷 비율이 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삼진과 비교해 생각해 볼 때, 그만큼 타자들이 서둘렀다는 뜻이다.

장타율 역시 '소총부대' 두산이 없었더라면 꼴찌를 차지했을 수준이었다. 사직 구장은 홈런의 감소는 확연하지만, 2루타 및 3루타도 늘어나는 구장이다. 그런 점에서 장타율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롯데 타자들은 GO/FO 비율 0.95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플라이 타구를 날려 보냈다. 반면 투수진은 1.16의 GO/FO 비율을 기록하며 가장 땅볼을 많이 유도해 냈다. 어느 쪽이 효율적이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2; 안 준다고 안 줬는데...

그럼 수비는 어땠을까? 롯데가 상대를 리그 평균 이하인 넉 점 아래로 묶은 경기는 모두 71 경기다. 이는 전체의 56%에 해당한다. 대단하다고 생각할 건 없다. 리그 평균(55.5%)과 유사한 수준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 대단하다고 생각할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 이 경우 리그 평균 승률은 .621이었다. 롯데의 경우 .704다. 80포인트 넘는 차이. 위에서 넉 점만 뽑으면 이긴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수비가 좋기만 했느냐? 사실 그런 건 아니다. 공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았다는 뜻이다. 가장 손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역시 펠로우의 외야 수비다. 우익수로 수비 위치를 변경한 후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의 좌익수 수비는 거의 재앙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매니 빙 매니보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외야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_-) 유격수 박기혁 역시 19개나 되는 실책을 저질렀다. 피구왕 통키 사건 역시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신명철과 박남섭도 각각 5, 4개의 실책을 더 보탰고, 3루수 이대호 선수는 12개의 실책은 물론이거니와 실책성 플레이 자체도 잦았다. 이원석 역시 11개의 수비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697의 DER은 상위 세 팀에 이은 리그 4위 기록이다. 그만큼 안타를 억제하는 데 있어 평균 이상의 효율은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수비력의 영향도 있겠지만, 투수력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편이 옳다. 특히 손민한을 비롯한 선발 투수진의 역할이 지대했다. 순수하게 투수의 능력만을 측정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FIP를 보면, 롯데의 투수진은 4.08을 기록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선발진은 3.86의 FIP를 기록, 선발 투수진 가운데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 선발진은 리그 선발진 평균에 비해 32점이나 더 막아 냈다. 이는 두산(61)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불펜진의 FIP 역시 3.93(4위) 정도로 팀에 손해를 끼칠 수준은 아니었다.

롯데의 득점과 실점을 합치면 1073점이 나온다. 이는 두산의 1061점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롯데 경기는 그만큼 점수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산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 두산은 실점이 적어서 합이 적었고, 롯데는 득점이 적어서 그랬다는 것 말이다. 점수가 많이 안 나는, 재미없다면 재미없을 경기, 두산과 롯데 팬 가운데 누가 더 재미 없는 경기를 봐야 했는지는 팀 순위가 이미 말해준다고 하겠다. 내년 시즌 정말 가을에 야구하고 싶다면, 무엇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지 해답은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자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강병철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오른 것은 어쩌면 잘된 일일는지도 모르겠다.


# 2. 왕기야 이모다!

그럼 이제, 그 어느 팀 선수보다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그래서 동시에 욕도 많이 먹었을 선수들을 한번 알아보자. 이번 시즌 롯데는 손민한의 팀이었다. 그래서 첫 순위는 손민한이다.




2005 시즌 정규리그 MVP, 공인된 이번 시즌 최고의 선수, 손민한. 비록 20승 달성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 속사정을 아는 분들이라면 누구도 그의 18승을 폄하하지 못할 것이다. 다승 1위, 방어율 1위. RSAA에선 오승환(+38)에 이어 2위다. 그만큼 실력과 운이 모두 따랐다는 뜻이다. 사실 전반기 막판 노장진 선수의 팀 이탈로 소위 '알바'까지 뛰면서 팀을 위해 희생했다. 그 결과 피로 누적으로 자진 2군행까지 감행하는 멋진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 무려 4패나 당하긴 했지만, 방어율은 2.29를 기록하며 오히려 전반기(2.53)보다도 나은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은퇴하기 전에 꼭 타석에 한번 들어서시길.




지난해 롯데 팬들에게 이상목 선수는 재앙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좀 다르지 않을까? 팀이 하향세를 그리던 시점에 마운드에 복귀한 이상목은 초반 몇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LG戰 이후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록된 디시전은 6승 7패로 5할을 넘기지 못했지만, 전반기 40.6 이닝 방어율 3.10, 후반기 60.6 이닝 방어율 2.97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4.19에 달하는 K/BB 비율은 그의 컨트롤이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내년 시즌 강병철 감독과 재회하는 만큼, 시즌 초반부터 계속되는 활약을 기대해 본다. (혹사 얘기는 패스 -_-)




사실 전반기의 이정민은 불안했다. 중간 계투의 WHIP이 1.54나 됐고, K/BB 비율은 1을 겨우 웃도는 수준(1.13)이었다. 그만큼 제구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는 뜻이다. 게다가 멋진(?) 만루 홈런 한방을 얻어맞으며 롯데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비슷한 외모의 누군가가 절러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_-) 하지만 후반기 들어 1.22의 WHIP을 기록하며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분식회계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방어율 역시 3.90에서 3.67로 소폭이지만 하락했다. 노장진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며 세이브 7개도 챙겨갔다. 안정적인 제구력을 찾은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한다. 후반기 K/BB는 정확히 2.0이었다. 사실 이정민, 이정훈, 이용훈 선수 가운데 누구를 넣을지 고민했다. 어쩌면 원래 쓰려던 선수는 다른 선수였는데 이름 때문에 헷갈렸는지도 모르겠다. 




염 주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야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시즌 내내 뛰어난 필력을 과시하며 롯데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했다. 하지만 정작 타자들은 염 주장을 그리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선발로 22 경기에 출전했고, 방어율 3점대를 찍었던 투수 가운데 최소 승수는 4승이었다. 이제 염종석 선수의 3승이 최소 승수 기록이 됐다. 혹시 궁금해 하신 분이 계실까봐 밝히자면, 4승 투수는 2002 시즌의 손민한이었다. (142.3이닝 방어율 3.67) 시즌 내에도 몇 번 밝혔지만, 염 주장을 도와주지 않고는 가을에 야구할 수 없다.




이번 시즌 가장 놀랄 만한 경기를 꼽으라면, 안타깝게 노히트 노런을 놓친 장원준 선수의 對 기아 경기를 꼽고 싶다. 그날은 정말 유난히 잘 긁혔던 것 같다. 사실 지난 번 QS에 관한 拙稿에서 밝혔듯이, 이는 특수한 현상은 아니지만, 장원준 선수의 경우 잘 던지고 못 던진 날의 편차가 좀 큰 것 같다. 승리를 거둔 다섯 경기에서는 평균 8이닝을 던졌지만, 패한 여섯 경기에서는 4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거꾸로 초반만 잘 넘기면 그만큼 무시무시한 투수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반기 7.38에 달하던 방어율이 후반기엔 3.48로 확실히 안정됐다. 양아버지가 떠나서 많이 아쉽겠지만, 내년에도 더더욱 성장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어서 이모는 아니지만, '왕기'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꿈틀대는 직구를 뿌려 대는 사이드암 투수는 좌완 투수만큼이나 수집하고 싶은 타입의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게다가 고졸 신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왜 그렇게 부산 야구팬들이 이왕기에 열광했을까? 그 입술 때문에? 물론 그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홈에서 방어율 3.41을 찍은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원정에선 4.50이었다. 노장진을 잇는 롯데의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길 기원하는 바이다.


이어서 타자편이다. 사실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문제다.




롯데 팬 여러분께는 별로 재미없을 것 같지만, 그냥 재미삼아서 한번 알아보자. 그가 과연 얼마나 못했는지 말이다. 1998년 선동열 감독은 타자로도 경기에 출전 RC/25 4.17을 기록했다. 1988년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4.26점 정도였으니 OWP .486 정도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러니까 타자 선동열로 9명이 꾸려진 로스터라면 승률 .486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마 승률은 훨씬 높게 계산되어야 할 것이다. 투수 선동열은 그해 방어율이 1.21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라이온 한 명으로 팀을 꾸리면 승률은 어떻게 될까? 기록에서 보듯 .471로 ‘타자' 선동열보다도 못하다. 이게 재미없는 이유는? 타자 선동열은 겨우 3타수 1안타를 때렸을 뿐이니까.




요요 현상만 없다면, 이대호는 확실히 2006 시즌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보여주어야만 한다. 타자 용병 둘로 간다고 하지만, 결국 중심을 잡아야 하는 선수는 이대호다. 5월까지 이대호의 타격라인은 .287/ .400/ .520이었다. 10홈런 45타점. 하지만 6월의 타격은 .205/ .286/ .375, 7.11이던 RC/25가 3.28까지 급락했다. 이대호의 성적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직을 홈으로 쓰면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2년 연속 기록했다는 건, 그의 거포 본능이 얼마나 매서운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내년 시즌 멋진 활약으로 어트 양과의 데이트가 대성공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RCAA로 봤을 때 롯데에서 최고로 득점에 많이 공헌한 타자는 펠로우다. 물론 이는 '양(量)'을 측정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4강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7월, 롯데 타선은 펠로우의 '계절 학기' 강의가 한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65/ .431/ .603의 타격 라인은 그 누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치(數値)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보다 더한 수치(羞恥)가 있다. 바로 그의 수비. 정말이지 그의 외야 수비는 재앙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떠날 사람임으로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4월에 정수근은 .370/ .426/ .457을 기록했다. 하지만 도루 7개를 기록하는 동안 네 번이나 잡혔고, 주루사 2개, 견제사 1까지 곁들인 상태였다. 그러니까 좀 '까불었다.' 하지만 저렇게 잘 치는데 어찌 팬들이 즐겁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덕분에 올스타 투표에서 전체 득표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만방에 과시했다. 하지만 그 후로 어떻게 됐던가? 도루수는 7-6-5-3-0-0으로 점점 줄었고, 팀이 하향세에 접어든 6월엔 도루자 5개, 주루사 5개를 기록하며 왜 뛰는지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이 되면 또 어김없이, 특유의 스타 기질을 발휘하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일 것이다. 누가 알았는가, 사직에 천연 잔디가 깔릴 거라고. '항복'을 외치던 그 제스처처럼, 어쩌면 그래서 미워할 수만은 없는 선수인가 보다.




6월말까지 그는 .311/ .391/ .403을 찍었다. 3할 타자에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을 기록한 9번 타자. 게다가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는 '각성' 기혁이라 불릴 만했다. 이 기간까지 그는 같은 아웃 카운트를 소비한 타자에 비해 9점 정도를 더 창출해 낸 생산력 높은 타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끝끝내 규정 타석조차 채우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7월 이후 그의 타격 라인은 .225/ .275/ .295, 예년의 박기혁이 돼 버리고야 말았다. 이유는? 체력 고갈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도 썼지만, 링거를 맞으며 뛰는 투혼보다 중요한 건 링거를 맞지 않아도 될 체력을 기르는 일이다. 대호는 빼고, 기혁이는 찌우고. 이게 이번 시즌 롯데의 겨울 과제 아닐까?


# 3. 이래가꼬 '내년' 가을에 야구 하겠나?

'이래가꼬 가을에 야구 하겠나.', 가을에 야구하자던 플래카드만큼이나 롯데 팬들의 염원을 잘 담아낸 문구였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몇 차례 밝혔지만, 팀에 대한 열정과 (좋은 의미에서의) 극성스러움이라고 한다면 롯데 팬이 국내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서튼이 MVP를 탔대도 머리에 된장을 못 발랐을 것 같다. 롯데가 살아나야 프로야구가 산다던 말이 참인 명제라는 걸, 이번 시즌 롯데 팬들은 너무도 멋지게 증명해 냈다.

이제는 구단과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차례다. 확실히 타선에서 득점 지원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디 숨겨 뒀는지 모를 '황금 송아지'를 한번쯤 꺼낼 필요가 있다. 장성호를 놓쳤다고 FA 시장이 끝난 건 아니다. 박재홍, 송지만 모두 펠로우보다 높은 RCAA를 기록한 타자들이다. 게다가 외야, 심지어 중견수 수비까지 가능한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을 왜 보고만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다.

호세가 올까? 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온다고 예전 같을까? 이 역시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팬들은 왜 호세를 그리워할까? 보여줄 게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처럽 보이는 마해영을 그리워할까? 롯데 팬들은 해결사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팀의 공격을 이끌고, 이대호를 보호해주고 성장시킬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공격의 물꼬를 틀 최선책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움이 든다.

투자는 이럴 때 하는 것이다. 팬들의 성화가 열화와 같을 때, 리그 최고의 에이스가 팀을 이끌고 있을 때, 작은 퍼즐 한두 개만 맞춰지면 '가을에도 야구'할 희망이 보일 때. 그리고 팀을 두 번이나 한국 시리즈로 이끈 감독이 팀을 맡고 있을 때. 이럴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 투자를 한단 말인가. 우승하길 바라는 팬들과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프런트? 설마, 그런 게 아니길 바라며 글을 마칠까 한다.


다시 한번, 오탈자 지적 대환영입니다. 물론 잘못 알고 있거나, 잘못 생각한 내용, 지적해주시는 것 역시 쌍수 들고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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