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박종달 병무청장에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면제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만으로도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주장의 논거.

김 의원은 "미국의 테드 윌리엄스라는 전설적인 야구선수는 예비군임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 당시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뭐? 테드 윌리엄스가 6.25 전쟁에서 숨졌다고??

그럼 2002년 7월 5일에 돌아가신 이 할아버지는 누구실까?

김동성 의원님, 솔로몬의 선택 때는 그렇게 '똑똑한 척' 하시더니 어찌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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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윌리엄스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메이저리그 팬은 거의 없다. 커튼 콜에 모자를 벗지 않는 '고집'만큼이나 유명한 이야기.

테드 윌리엄스는 1942시즌 .356/.499/.648을 때려낸 것을 비롯해 홈런 36개, 137 타점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기 전 해군에 입영 신청을 했고 해군 조종사로 태평양전쟁에서 활약했다.

테드 윌리엄스가 다시 펜웨이파크로 돌아온 것은 1946년. 윌리엄스는 이 해 .342/.497/.667을 때려내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1947년에는 MVP마저 차지해 버렸다.

미군이 다시 윌리엄스를 찾은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윌리엄스는 "이번에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망설임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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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2월 16일, 테드 윌리엄스 대위는 평양 남쪽 보급 기지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받고 출격해 임무를 완수했다. 하지만 귀환도중 대공포에 한 방 맞은 윌리엄스는 가까스로 수원비행장까지 날아와 겨우 동체착륙에 성공했다. 이를 포함해 한국전쟁에서 총 38회 출격.

1953 시즌 윌리엄스는 살아서 펜웨이 파크에 돌아왔고 은퇴 타석에서 홈런을 날릴 때까지 8시즌을 더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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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윌리엄스가 왜 전사했다는 거야?!?


• 저기 가장 위대한 타자가 간다(There goes the greatest hitter who ever l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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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는 통산 .344/.482/.634, 521 홈런, 1839타점으로 커리어를 마감했다. 통산 타율 7위, 출루율 1위, 장타율 2위다.
 
하지만 5시즌이나 거른 탓에 홈런 공동 17위, 타점 13위로 누적 스탯에서는 손해를 봤다.

그를 사랑하는 세이버메트리션들은 이를 '어여삐' 여겨 컴퓨터를 돌렸고, 테드 윌리엄스가 참전하지 않았다면 홈런 222개를 더 쳐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통산 743 홈런은 행크 아론에 앞서 베이브 루스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데뷔 3년차이던 1941 시즌 456타수에서 185안타를 때려 타율 .406을 기록했다. 마지막 더블헤더에서 6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3995를 거부한 것도 수능 문제집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골 에피소드.

하지만 이 시즌 MVP는 56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낸 조 디마지오에 돌아갔다.

'프레스 플렌들리'한 디마지오의 성격도 표심을 가른 이유 가운데 하나였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4할은 그리 대단한(?) 기록이 못 됐다.

불과 11년 전인 1930년에도 뉴욕 자이언츠의 빌 테리가 .401을 때려냈다. 반면 20세기가 들어선 이래 45경기 이상 연속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테드 윌리엄스 '이후' 4할 타자는 단 한 명도 없지만, 조 디마지오 '이전'과 '이후' 모두 56 경기에서 계속 안타를 때려낸 선수도 없다.

"기록의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 디마지오가 한 수 위였다는 뜻이다.

그러니 레삭 네이션이여, 마릴린 먼로를 너무 원망 말자 -_-)/


• 타격의 과학

테드 윌리엄스가 쓴 'The science of hitting'은 야구 관계자들이 즐겨 읽는 타격 이론서 가운데 하나다. 개인적으로 소장한 책은 이렇게 생겼다.
 

감히 테드 윌리엄스의 이름 뒤에 사인을 한 주인공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그런데 이 녀석 저 위에 사인을 받는 게 어떤 의미인 줄도 모르고 이런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대호야, 저 할아버지가 계셔서, 네 군 면제도 가능했던 거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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