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뭐하고 놀지?"

VS.

"내일부터는 보고 싶은 프로 다 하겠네"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혹은 애국심으로 충만했다고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참 꿈만 같았던 나나들이 지났다.

반면 우리 외할머니처럼 '연속극'이 제때 하지 않아 속상했던 분들은 해방.

확실히 이제 근무시간에 대놓고 TV를 켰다가는 눈총 받기 십상. Hey, party's over.

하지만 감동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꼭 기억해야 할 것들 Best 10.


1. '뚝심 야구'로 9연승


어쩔 수 없는 "야빠의 선택". 이승엽이 "꼭 금메달 따고 싶다"고 했을 때 솔직히 안 믿었다. 예선서 쿠바에 이길 때 '설마…'했고, 준결승서 일본 또 만날 때 WBC 생각이 났다.

결승전에서 9회에 류현진이 또 올라올 때 불안했고, 강민호 퇴장에 'GG' 두 글자가 혀 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제 누가 뭐래도 우리 대표팀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야구팀이다.


2. 역대 최다 금메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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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종목이 늘어 메달 숫자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1988 서울올림픽 때(12개)보다 더 금메달을 많이 딴 건 확실히 주목할 만한 일이다.

또 예전처럼 '격투기' 편식 현상이 사라진 것도 우리 스포츠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는 기분 좋은 방증.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 267명 모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3. 박태환 "큰 물에서 잘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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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10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72년만에 딴 자유형 금메달이고,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 도전한 지 44년만에 나온 첫 (금)메달이다.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딸 때 1분44초85 역시 아시아신기록. 은메달을 땄을 때 그의 소감은 이랬다. "(금메달 딸 때와 다르게) 애국가가 안 나오던데요" 헤드폰, 시상대에서의 표정, 정말 녀석은 영략 없이 놀러나온 폼새였다.

그리고 정말 잘 놀았다.

아울러 마이클 펠스(미국)의 8관왕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모두 세계신기록이라면 더더욱. 정말 물고기 같은 녀석.


4. "加油" 소음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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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적으로 개최국의 '일방적인' 응원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엔 적정 수준의 '수위'라는 게 존재하게 마련이다. 응원부터 판정까지 이번 올림픽은 '너무 티나게' 중국에 유리했다.

또 올림픽 이면에 가려진 정치·문화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티베트, 위구르 지역에 가해진 인권 탄압. 빈민촌 감추기. 부시 미 대통령도 찾았다는 짝퉁 시장 '시우쉐이지(秀水街)'까지.

분명 성공한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문제가 많은 대회였다.


5.'선더' 볼트 세계신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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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이라면 마이클 펠프스가 더 많이 세웠다. 우리 여자 역도 장미란도 세계신기록은 5개. 그런 의미서 우사인 볼트가 이번 대회에서 세운 세계신기록 3개는 초라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파이크 끈이 풀렸는데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마지막에는 천천히 '산보하듯이' 뛰면서 말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역시 라이벌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폭발적인 '초반 스프린트', 덕분에 운동화 시장에서 푸마의 위상도 달라졌다.

'중거리 뛰기가 귀찮아서' 단거리로 전환했다는 볼트. 귀차니즘이 오히려 인생에 활력소가 될 때도 있다.

말하자면 '인간적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는 것, 그게 볼트가 5위를 차지한 이유다.


6. 세계 곳곳서 '여자 선수들 벗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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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유독 많은 선수들이 옷을 벗었다. 어차피 스포츠는 섹스를 파는 것이다. 내가 남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여자 선수들의 누드를 환영한다.

성적도 그렇다. 윗 사진의 주인공 레베카 로메로(영국·사이클)은 3분38초321의 기록으로 개인추발 3000m 금메달을 땄다. 이미 2004년 조정 쿼드러플 스컬 은메달을 딴 적이 있는 로메로는 종목을 바꿔 금메달을 딴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됐다.

독일 유도, 요트, 하키 대표와 함께 플레이보이 독일판에 누드 사진을 실었던 니콜 하인라트도 카약 4인승 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엘렌 후그(네덜란드)도 중국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 하키 대표팀의 일원. 후그는 누드는 아니지만 FHM에서 육감적은 몸매를 뽐냈다.  

다만 올림픽 개막 전 모피 반대 누드를 찍었던 아만다 비어드(미국·수영)는 예선 1차전을 통과하지 못해 '세월 무상'을 실감케 했다.
 

7. '우생타' 우리 생애 최고의 타임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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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은 이번이 마지막이잖아. 영란이 순영이 성옥이 정희 정호. 7명이잖아. 필희 정화 들어가"

종료 1분을 앞두고 5점을 이기고 있는 상황. 여느 경기 같으면 임영철 감독이 타임아웃을 부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작전타임 하나로 온 국민이 울었다.

정말 이럴 때만 찾지 말자. 4년마다 찾아가서 '비인기 종목이라 서럽지 않냐'는 질문 좀 그만하자. 하키도, 럭비도 마찬가지다.

코뼈 뿌러지는 데 뛰는 거 보이잖아. 두 돌도 안 된 딸 집에 놔두고 울면서 뛰는 거 못 보셨어? 아버지 돌아가신 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이역만리서 선수들 이름 하나 씩 불러주는 감독은?

경기장을 찾아라. 그리고 목 놓아 외쳐라. 4년에 한 번 같이 울어주는 것보다, 경기장에서 신나게 욕하는 것. 선수들에게는 분명 그게 더 반가울 테니까.

※ 순위로 따지면 겨우 7위겠냐만 진심으로 행운을 빌기 위해…


8. BMX "Being 어린이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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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이런 '놀이'가 정식종목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야구도 '퇴출 대상'에 오른 마당이니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BMX는 'Being 어린이'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해봤을 좌충우돌 자전거 경기. 그게 바로 BMX다. 아스팔트 위나 벨로드롬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 위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며 달리는 그 기분.

BMX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어른에게는 건전한 여가 선용의 기회를"이 거의 정확하게 작용하는 종목.

좀 더 어른스럽게 한번 이야기 해보자면 이렇다. 여자 결승전에 오른 16명의 출신 국가는 13곳. 남자는 11곳이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남기에 충분한 숫자다.


9.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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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철옹성일 것만 같던 우리 여자 양궁. 단체전은 금메달을 얻었지만 개인전에서는 아니었다. 물론 4의 이유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 중국 선수도 강했다. 한국 선수 셋을 연달아 무너뜨린 선수에게 단지 '운빨'을 운운하기는 어렵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첫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1점 차이로 코 앞서 놓쳤다. 여전히 절대적인 강국이지만 넘어서야 할 산이 하나 남아 있는 우리 양궁.

이번의 '작은 실패'가 '큰 성공'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10. 신수지, 이정준 '오아시스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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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는 아시아선수로는 유일하게 리듬체조에 자력 진출했다.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10위와 12위인 신수지와의 점수차는 겨우 0.675점. 그녀는 이제 겨우 만 17세다. 우리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우려 등)이 있다'는 잘못된 표현을 쓴다. '가능성'이란 2012년 신수지의 성장세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이정준도 20년만에 1차 예선을 통과한 한국 육상 트랙 선수가 됐다. 그가 110m 허들 2차 예선에서 탈락하며 세운 13초55는 한국신기록. 여전히 세계 레벨과 격차는 크지만 '불모지' 한국 육상의 '뜨거운 발견'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박태환이 올림픽서 메달 딸 줄 몰랐고, 김연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될지 몰랐다. 일본은 남자 4×100m 계주서 동메달을 땄다. 신수지, 이정준 아니 대한민국이라고 못할 것 없다.

두 이름은 존재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 그밖에

문대성 아시아 최초 선수 IOC 위원 당선, 최민호 연속 한판승, 태권도 4체급 정복, 이신바예바 또 세계신기록 등도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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