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당초에는 신승현 선수의 호투를 예상(?)하고 신승현 선수의 투구 내용을 기록하려는 게 원래 의도였습니다만, 뜻밖에(?) 최영필 선수가 호투를 하는 바람에 최영필 선수의 투구 내용을 한번 추적(?)해 봤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빨리 감독님께서 내리실 줄은 몰랐지만, 김해님 선수를 마운드에 그리 오래 두시지 않을 거라고 봤기 때문에, 오래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신승현 선수에 초점을 맞춘 것뿐입니다.
그래서 경기 초반에는 최영필 선수의 투구를 기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호투가 계속되면서 최영필 선수로 타겟을 옮겼고, 앞부분에 놓친 건 ME의 재방송을 통해 채워넣었습니다. 생방송도 멈춰준다는 좋은 TV도 없고, TiVo는 더더욱 없는지라, 아마 실수한 곳도 많으리라고 봅니다. 그저 <노가다>해 놓은 게 아까워 올리는 글이니, 부족한 점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먼저 투구 로케이션별 기록입니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타자의 바깥쪽 아래를 가장 많이 겨냥했습니다. 괄호 안은 좌타자를 상대로 던진 투구수입니다. 우타자의 몸쪽 코스를 향한 투구가 많았습니다만, 그 가운데 우타자에게 던진 공은 8개밖에 던지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방심한 타자의 허를 찌르는 투구가 많았다는 점, 경기를 보신 분이면 기억하고 계시리라 봅니다. 대체로 좌우타자 모두와 상대할 때 바깥쪽 코스를 즐겨 던졌다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투구가 벨트 근처와 낮은 쪽에 대다수(약 80%) 분포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좋은 투구 내용을 펼쳤다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이어서 볼 카운트 별 기록입니다.



초구는 약 63%가량 직구로 던졌습니다. 상대 타자의 66%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는 점은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가 된 구질을 보면 직구와 변화구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납니다. (직구 10 : 변화구 8) 이처럼 계속해서 변화구와 직구를 거의 비슷한 빈도로 사용하면서, 타자의 리듬을 효과적으로 깨뜨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1스트라이크 2볼에서 타자에게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S 2B가 되는 것과 1S 3B가 되는 건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볼 카운트에서 공 4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직구를 먼저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2S 0B의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변화구를 2배의 비율로 던졌습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건 3B 카운트에서 1, 2 스트라이크 상황에서는 직구를 던진 반면, 2S 3B에서는 변화구만 던졌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변화가 컨트롤에 자신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직접 경기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절묘한 변화구 컨트롤과 허를 찌르는 몸쪽 직구로 SK 타자들의 게스 히팅을 철저하게 방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발견되고는 했습니다. 이 점은 신경현 선수의 리드를 칭찬해줄 만한 점이라고 봅니다.


3) 마지막으로 상대 라운드별 투구 내용입니다. 즉, 타순이 한바퀴 돌 때 마다 투구 패턴이 어떻게 변했나를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우타자를 상대로, 초반에는 직구와 변화구를 거의 비슷하게 던졌지만 이후 변화구 비율이 줄어 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에서 확인하셨던 대로, 바깥쪽 낮은 코스에 효율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좌타자를 상대로 해서는 그 비율에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조동화라는 발빠른 타자, 그리고 이진영, 김재현, 대타로 들어섰던 김재현 선수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변화구 구사 비율을 줄이기 어려웠던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혼자, 그것도 생방으로 보면서 적은 거라 실제 기록과는 많은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오차가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번 올려봅니다.

이런 기록에 오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제 최영필 선수가 전체 시리즈에 미친 영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어제의 승자는, 분명 최영필 선수였습니다. 4차전에서도 양 팀 투수들의 멋진 활약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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