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UFO에 다녀와서


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
A UFO is an object seen in the sky or landing on earth which cannot be identified and which is often believed to be from another planet.

제가 다녀왔던 UFO입니다.

먼저 지난 주말, 제 눈 상태를 걱정해 주셨던 여러분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저희 커플을 유심히 관찰하셨던 분이라면, 飛군은 생각보다 그리 저를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노래방에서 그리 쿨쿨 자지는 못했겠죠.

거기엔 그 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제가 히로 누님의 호출에 쉽사리 신촌까지 달려가지 못했던 데에도, 玉감독님의 목소리에도 까칠하게 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말입니다. 그건 제가 그 시각에 UFO 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지난 번에 <너, 어느 별에서 왔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푸 말씀드렸듯, 외계인들이란 그리 거친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UFO 안팎의 온도/압력 차이에 적응을 못해, 특히 기압과 기온에 민감한 눈이 충혈됐던 것뿐입니다. 다행히 히로 누나께서 안약을 공급해 주신 바람에, 또 병원 신세를 한 차례 지고 났더니, 이제는 거의 완치가 된 상황입니다.

눈에 약간의 장애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유용한 자료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지난 번, 외계인 타자들을 알게 된 것처럼 외계인 투수들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저는 ML에서 활약하고 있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외에는 외계인 투수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요한 산타나를 보고 나서, 또 다른 외계인도 존재하는구나 싶었지만, 그들이 국내 리그에까지 침투한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음은 각 별 출신 투수들의 명단입니다.


- Hamal ; 배영수 RSAA +12 ERA 0.72 IP 25.0 K/9 9.72 WHIP 0.44 2승 1패


(앞으로 별다른 설명이 없다면 α가 붙은 별이 해당 별입니다.)

사실 이 기간 동안 실점은 달랑 두 점이다. 對 현대 경기에서 내 준 두 점, 이 경기에서 패전의 멍에를 쓰기는 했지만, GS로 따진 이번 시즌 CMB의 최고 경기였다. 그의 고향별에선 이때 농부 패션이 최고 인기를 끌기도 했다는 소문이다.


- Aldebaran ; 이용훈 RSAA +6 ERA 2.87 IP 37.6 K/9 7.88 WHIP 1.17 3승 0패



그는 이때 가장 유력한 삼진왕 후보였다. 그리고 그때 롯데 팬들은 모두 올해엔 기필코 가을에 야구하리라도 믿었다. 고향별에서 날아온 UFO만 아니었더라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 Castor ; 정병희 RSAA +8 ERA 1.64 IP 22.0 K/9 5.73 WHIP 1.23 1승 1패 4홀드



이번 시즌 두 번의 9연전은 롯데에게는 악몽, 한화에게는 축복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화의 6월 9연전 한 가운데 바로 이 선수가 있었다. 독수리로는 고향별에 가지 못했던 걸까? 이제 비룡을 타고 고향별 더 가까이 날아오르길.


- Al Tarf ; 이승호 RSAA +8 ERA 2.10 IP 34.3 K/9 5.24 WHIP 0.96 4승 1패


β입니다.

고향별에서 올 UFO에 부상 치료제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은하계 전체에 큰 축제가 벌어져서 길이 막혀 좀 늦었다. 이 감독이 그걸 기다리지 못했다. 결국 치료 이전에 등판했던 후유증은 피해갈 수 없었다.


- Regulus ; 리오스 RSAA +14 ERA 1.21 IP 44.6 K/9 7.25 WHIP 0.87 4승 1패



이상하다? 왜 사자자리에 속한 별에서 왔으면서, 라이온즈에게는 그리 약했을까? 아, 삼성 타자 가운데 사자자리에서 온 선수는 진갑용 선수였다. 그가 고향 특유의 투구 패턴을 선수단 전체에 일러준 게 틀림없다.


- Spica ; 신승현 RSAA +10 ERA 1.24 IP 29.0 K/9 5.59 WHIP 1.07 2승 0패



리오스와 신승현 선수 사이에서 갈등했다. 리오스의 성적도 물론 빼어나다. (RSAA +10, ERA 1.91 IP 37.6 K/9 8.60 WHIP 1.06) 이는 사실 리오스 선수의 부모님이 국경이 아닌 성경(星境)을 뛰어 넘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승현 선수의 경우는 다르다. 고향별 세력은 여전히 순혈주의를 주장해 왔다. 그래서 신승현이다.


- Zubenelgenub ; 최영필



한글자만 더하고 뺀 두 낱말만 쓰겠습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2)

제가 탔던 UFO는 틀림없이, 오승환 선수의 고향 별에서 온 UFO였던 모양입니다. 이런 정보를 흘리고도 오승환 선수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는 게 말입니다. 하긴 꾸준히 외계인 모드인 선수는 어느 별에서 왔는지, 외계인들조차 헷갈려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그들 역시 모든 걸 다 알지 못하고, 그들 역시 우리처럼 감정을 가진 따듯한 인격체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그들을 '틀렸다'고 말하거나, 피하고 무시하고 또는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 따듯한 시선으로 외계인들을 대해보면 어떨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타행성인'도 배려하는 파울볼러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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