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어제 두산이 승기를 날린 장면은 10회초 정원석 선수의 쓰리번트 실패였다고 봅니다. 저는 김재박 감독님께서 경기를 풀어나가시는 팀을 응원하기에, 국내 야구에서 번트란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한다고 믿습니다. 실제 데이터가 그런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세뇌를 당한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MLB에서는 거꾸로 뻥야구의 대명사팀을 응원하는지도 -_-;

그 순간 경기를 중계하던 하일성 위원의 말씀 "지금 번트 성공은 안타 하나보다도 값진 거예요." 물론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사실 '오바'라고 생각합니다. 안타 하나가 터지면, 게다가 2루 주자가 발승균 선수였다는 걸 감안할 때, 충분히 한 점을 낼 수 있는데 또 다음 타자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번트가 안타보다 값지다니요? 물론 그만큼 번트 성공이 중요하다는 의미였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 동의하시지 않으십니까?

(사실 선수들을 별명으로 부르는 걸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윤승균 선수는 자꾸만 발승균으로 쓰게 되네요 -_-)

그럼 그 순간 성공시킨 번트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말씀드리자면, 감독이 선택한 번트 작전이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닐까 하는 걸 한번 알아보자는 얘기입니다. 정말 제가 세뇌 당한 게 맞는지, 아니면 정말 그럴 만한 까닭이 있는지 알아보자는 얘기입니다. 10회초 무사 1,2루에 번트를 대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분을 위해 밝히자면 이 타이밍엔 감독이 번트를 지시하는 게 아주 근소한 차이로 옳은 선택입니다. 정말 그럴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실 분이라면 수학을 참으셔야 합니다. -_-

(눈치 채신 분이 계시겠지만, 陸遜 님께서 하셨던 작업을 10회초 무사 1, 2루라는 특정한 상황에만 국한 시켜 알아보자는 얘기입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할 것은, 중 ·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기댓값입니다. 사건이 발생할 확률과 경우의 수를 곱하고, 각각의 값을 더해서 얻어지는 그 수치 말입니다. 크게 어려운 건 아닌데, 벌써부터 스크롤을 내리시는 분들이 몇몇 목격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분명 수학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참을성을 가지고 읽어주실 몇몇 분들을 위해 계속 글을 적어 나가겠습니다.

각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은 이번 시즌 전체 38976 타석에서 발생한 빈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대 득점은 육손 님께서 올려주셨던 자료임을 밝힙니다. 번트를 지시하는 것과 강공으로 나가는 것으로 케이스를 나누어서 먼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단타의 경우 2루 주자가 득점에 성공하는 걸 제외하고는 윷놀이 방식(?)으로 진루한다는 사실을 미리 일러드립니다.

먼저 번트 지시 상황입니다.



이 경우 약 1.470의 득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강공 지시 ;



이때는 1.624의 기대 득점이 나옵니다.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야, 너 분명 번트를 지시하는 게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고 하지 않았니? 네,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얘기를 꺼내고 있을까요? 그러니까 다득점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강공 지시가 유리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득점을 많이 올리면 분명 이기는 데 유리한 법이니까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득점을 많이 올리는 일이 아니라, 경기에서 이기는 일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건 기대 득점이 아닌 기대 승률이죠. WP, Win Probability 말입니다. 역시나 상황별로 나누어 계산해 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번트 ;



이어서 강공 ;



번트로 갈 경우 .710, 강공은 .706입니다. 아주 미미한 차이입니다만 번트를 지시하는 게 낫긴 낫네요. 사실 생각보다 굉장히 적은 차이였습니다. 그 원인으로 생각해 본 건 여기 사용된 이벤트 발생 확률이 주자 1, 2루라는 상황이 아닌 전체 상황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감독들이 가장 우려하는 병살타의 비율이 이 상황에선 다소 증가할 겁니다. 따라서 번트를 지시한 경우의 기대 승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국내 자료를 찾기 어려워 MLB의 경우, 그러니까 주자 1,2루 상황에서의 이벤트 발생 비율을 토대로 이를 다시 확인해 보면 ;



강공으로 갈 경우의 승률이 .691로 조금 줄어듭니다. 결국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대로, 이 상황에선 번트를 대는 게 확실히 승리에 가까이 가는데 더더욱 적합한 선택입니다. 감독들이 기회를 극대화하기보다 실패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할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실패 최소화의 노력이 결국 상황적으로 더 옳은 선택이라는 점 역시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일성 위원의 발언을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정말 번트 성공이 안타보다 나은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성공했을 때는 당연히 안타가 낫습니다. 하지만 안타가 발생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기대값만 따져보면 단타는 단타부터 홈런까지의 기대 승률은 .267, 번트 성공은 .644입니다. 물론 이론상에서만 존재하는 거긴 하지만, 정말 이 양반 혹시 이런 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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