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모처럼 비 맞으면서, 야구장에 앉아 있었는데, 홍세완 선수 타구가 참 시원하게 넘어가더군요. 개인적으로 라인 드라이브로 맞아서 쭉 뻗는 타구 하나만 보고와도, 속이 시원하게 풀리니 기분이 좋고는 했는데, 그것도 다 팀이 잘 해서 한 경기 질 수도 있지, 싶을 때 얘기인가 봅니다. 토요일 정경배 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는 순간,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는 모조리 접었는데도, 여전히 제가 야구장에 갈 때만큼은 좀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은 사라지질 않는가 봅니다.

현대의 4강행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은 현재, 제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마도 모두가 그러하실 텐데 2, 3, 4위 싸움입니다. 롯데는 아주 미약하기는 하나, 아직도 희망이 남아 있다고 볼 때, 이번 마산 시리즈가 열리고 거기서 쏠쏠한 성적을 올린다면 점점 더 치열해 질 걸로 보입니다. 2위쪽 다툼에선 두산이 오늘도 승리를 거두면서 한 시름 놓긴 했는데요, SK의 상승세는 이제 겁도 안 나고 너무 당연해 보이니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이번 SK와의 시리즈 결과에 따라 삼성은 독주 체제를 굳히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롯데가 기회를 잡는다면, 네 팀 아니면 세 팀이 벌일 순위 다툼이 막판까지 프로야구 판을 흥겹게 달구길 바랍니다.

현재, 2, 3, 4위를 달리고 있는 팀 가운데 가장 무서운 팀을 꼽으라면, 단연 SK라고 생각합니다. 5월까지만 해도 전혀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는 팀이었는데요, 무섭게 치고 올라온 지금, 2위 두산에 1경기 뒤진 채로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반 게임 차이를 유지할 수도 있었을 형세입니다. 두산의 하향세가 맞물린 결과이기는 합니다만, 최근 SK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다만 상위팀의 하향세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확실히 강해 보입니다. 4, 5월 그리고 6, 7월 어떻게 이렇게 다른 성적을 낸 걸까요? 무엇이 그들을 각성하게 만들었을까요?

한번 그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엑셀 양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8월 경기를 제외한 7/31까지의 자료입니다.

먼저 승률 변동 그래프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



늘 그렇듯, 삼성은 저 위에서 혼자 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 멀리까지 달아났던 두산은 이제 주춤거립니다. 한화가 1승 1패 놀이를 하다가 기아에게 연패를 당한 사이, SK는 한화의 자리를 빼앗고 3위를 차지합니다. 어디서부터 올라왔는지 잘 보이지도 않네요 ^^; 롯데는 한화와 크로스 한 이후 쭈욱 밑에 쳐져 있다가 최근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상태고, 현대는 좀 하나 싶더니 두 게임 연속 완봉패. LG야 말로 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다가 연패 수렁에 빠지며 4위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했습니다. 기아는 패스 ^^

8팀이 한꺼번에 등장하니 좀 어지러우실지도 모를 일, SK만 한번 보겠습니다. ;


마치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상향세로 돌아선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5월 31일, 5할 승률에서 12경기나 뒤쳐져 있었는데 현재는 5할이 아래 있을 정도입니다. 4월과 5월, 그리고 6월과 7월 SK는 분명 다른 팀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먼저 공격부터 보겠습니다.


5월까지 .261/.350/.354 -> 6월부터 .285/.362/.451. 어떤 변화가 가장 확 들어오십니까? 장타율입니다. 출루율은 3.33% 늘었지만, 순수 출루율(출루율-타율)은 14.38% 감소했습니다. 반면 장타율은 27.24%, 순수 장타율(장타율-타율)은 76.94%나 증가했습니다. 실로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4.21점에서 5.35점으로 27% 가까이 상승한 데에는 바로 이 장타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경기당 평균 홈런 역시 5월까지 0.57개에서 이후 1.30개로 127.05%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장타 생산 능력의 향상이 득점권에서의 퍼포먼스 비율이 떨어졌음에도 (-12.80%) 더 높은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득점권 타율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좀더 바람직한 작업이겠으나, 애석하게도 득점권 타율을 구할 수가 없는 지라 ㅠㅠ) 말하자면, 득점권 상황에서의 퍼포먼스 빈도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장타가 기회를 살리는 역할로서는 물론, 기회를 만든다는 측면에 있어서도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방망이에 맞아 나간 타구가 안타로 연결 될 확률은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0.79%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맞아 나간 타구가 장타인 경우가 많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게다가 조범현 감독은 5월까지의 경기에 비해, 수치로는 22개, 비율로는 59.46% 많은 희생번트를 성공시켰습니다. 희생번트가 득점 확률 상승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입니다만, 점수를 짜내기 위해 감독이 보다 노력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도루에 있어서도 5월까지의 24개보다 79.17%가 늘어난 43개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성공률은 8.59% 상승에 그쳐, 여전히 도루로 인해 약 1점 정도를 손해 본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5월까지 약 2.4점 손해였다는 점에 비추면 이 역시 발전된 측면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건, 볼넷과 삼진수 역시 모두 줄었다는 것입니다. 볼넷은 20.11%, 삼진은 13.80% 줄었습니다. 볼넷이 줄었다는 건 타자들이 기다리기보다 방망이에 공을 가져다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할 텐데, 삼진수나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자들의 공략이 효율적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칭찬해줄 수만은 없는 것이 BB/K 부분에 있어서도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볼넷의 수가 줄어든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겠지만, 삼진수는 그만큼 줄이지 못한 게 사실인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거’는 어땠을까요? 5월까지 40개, 그 이후 30개로 10개가 줄었습니다. ^^;


그럼 이어서 투수력을 알아보겠습니다. ;


투수진의 각성 역시 놀랍습니다. 실점이 25%나 줄었습니다. 5월 이전까지는 득점보다 실점이 더 많았는데, 이젠 실점이 훨씬 적습니다. 투타가 균형을 맞추어 각성했다는 증거로 삼아도 될 듯 합니다. WHIP(13%)도, SO%(10%)도, BB%(7%)도, HR%(24%)도 모두 줄었습니다. BABIP 역시 12%가 줄었습니다. 그만큼 수비수들의 활약도 좋아진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진과 홈런이 많이 줄어들어서, 야수들이 상대할 타구의 양이 훨씬 많아졌을 텐데도, BABIP 수치가 하락했다는 점은 칭찬해 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러는 늘었단 뜻이겠죠? ^^;)


그럼 선발과 불펜으로 한번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선발진입니다. ;


선발진 엄청난 각성입니다. 특히 실점을 32.57%나 줄였습니다. 삼진수가 줄었습니다만, 볼넷 허용 역시 줄었습니다. 동시에 안타도 적게 맞으면서, WHIP을 14.33% 끌어 내렸습니다. 또한 선발당 평균 투구 이닝으로는 13.28%, 이닝 분담율에 있어서는 9.78% 상승하면서 구원 투수들의 조기 투입을 예방하기도 했습니다.

12승 22패, 방어율 5.52였던 선발 투수진의 성적이 22승 9패, 방어율 3.23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와우입니다 ^_^


이어서 구원 투수진을 보겠습니다. ;


마찬가지로 와우입니다. 실점(20.53%), H/9(11/19%) 줄었습니다. 경기당 투입된 구원 투수진의 숫자도 미약하기는(1.26%) 하지만 줄었습니다. 선발진과 구원진 모두 엄청난 각성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급 에이스의 부재가 약점이라던 지적도 최근 크루즈의 모습을 보면, 아닌 것도 같고 ^^; 정말 SK 무섭습니다.

구원 투수진의 성적은 5승 6패 7세이브 14홀드, 방어율 3.53에서 8승 4패 12세이브 12홀드로 홀드가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엄청난 각성입니다. 방어율은 왜 빼먹었냐구요? 무려 2.58로 낮아졌습니다. 26.76% 향상입니다. 다시 한번, 정말 무섭습니다.

어떤 선수가 좋아졌는지, 또 어떤 선수는 꾸준했는지 적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SK의 상승세에도 분명 그런 원동력을 제공한 선수가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팀 전체의 분위기가 정말 놀랍다는 생각입니다. 찬스를 잡았을 때 몰아붙이는 모습은 정말 집요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타자 가운데 딱 세 선수만 간단히 언급해 보겠습니다. 5월 31일까지 이진영 선수의 득점권 타율은 .171이었습니다. 현재 득점권 타율이 .225까지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기간별 차이가 아니라, 5/31 기준 .171, 7/1기준 .225입니다.) 정경배 선수는 .244에서 .303으로. 그리고 박경완 선수 역시 .275의 득점권 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경완 선수의 시즌 타율은 .261입니다.)

득점권 타율이 타자의 성향을 제시해주느냐 하는 것은 논란거리지만, 그래도 득점권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다는 증거는 된다고 생각하기에 한번 뽑아 봤습니다. 표본이 적어서 더 이상 자세한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만약 투수를 굳이 적는다면 위재영 선수가 빠질 수 없겠죠? ^^

하지만 이 이상은 아무래도 타팀이기에 함부로 선수들을 논하기가 조심스러워, 그 부분은 SK 팬 여러분 및 고수님들에게 맡기도록 하고, 엑셀 양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타자와 투수진, 모두가 동시에 각성하게 해준 건 결국 누구 덕일까요? ^^; 하위권을 맴돌 때도 믿고 응원해주신 바로 팬 여러분 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