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잘 못 뛴 정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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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는 뛸 필요가 없었다. 아니, 뛰어서는 안 됐다.

동점인 상황에서 9회말 1사 주자 1루. 두 점도 필요 없고 딱 한 점이면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다.


● .674 → .646

물론 시대와 구장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1977년부터 2006까지 MLB팀은 같은 상황에서 WP(Win Probability) .674를 기록했다.

정근우의 안타가 터진 이후 1사 △주자 1, 3루 .838 △2, 3루 .796이었다. 2사 3루에서는 .646이다.

결국 정근우는 안타를 때리고도 주루 플레이 미스 때문에 팀이 이길 가능성(WP)을 떨어뜨린 것이다.

2루심의 오심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뛸 이유가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근우가 뛰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 제일 중요한 건 '아웃 카운트'

숫자는 집어 치우고 이야기해보자.

병살 우려 때문에 2루로 뛰었다고?

다음 타자는 제 아무리 부진해도 이승엽이다. 주자 1, 3루라고 해도 이승엽을 거를 확률이 높았다는 뜻이다.

거꾸로 우리는 병살만 피하면 승리다. 1사라면 외야 플라이 한 방에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타이밍이다.

병살이 나온다고 해도 우리가 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점수가 나지 않을수록 그 무엇보다 '아웃 카운트'를 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 영리한 과감함

'8·13 대사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서 정근우은 제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하지만 '정근우 야구'가 지닌 본질적인 문제점 역시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정근우는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치는 공격적인 선수다.

문제는 '요령 부족'. 사실 정근우가 지금껏 '가루가 되도록 까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모든 종목이 다 그렇지만 야구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경기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신중하고 영리한 야구로 '악동 이미지'를 벗는 정근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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