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오늘 <헤럴드 경제>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야마(山)만 살짝 인용해 보면 이렇다.

“최동원 같은 투수는 또 나올 수 있다” “아니다” 야구 이야기로 시비를 다투다 폭행한 두 사람이 불구속 입건됐다.

 

한마디로 최동원(한화이글스 2군 감독)이 최고 투수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 주먹다짐으로 변한 것이다.

 

역시 최동원 vs 선동열은 박찬호 vs 선동열과 함께 프로야구팬들에게 결코 질리지 않는 '떡밥'이다.

 

이 블로그를 찾을 정도로 열혈 스포츠팬이라면 물론 최동원이 다시 나오지 않을 최고 투수라고 망설임 없이 인정할 것이다. 물론 선동열을 빼고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고 전성기 3년을 놓고 벌이는 논쟁이라면 최동원이 선동열에 크게 뒤질 게 없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최동원 특유의 연투 능력이다.

 

최동원은 최전성기인 1984~1986 시즌에 776⅔이닝을 던졌다.

 

126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3시즌 규정 이닝은 378이닝이다. 최동원은 3년간 6시즌을 소화한 셈이다.

 

물론 장병부는 최동원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1983~1985 시즌에 장명부는 935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동안 장명부의 평균자책점은 3.39, 최동원은 1.97이었다.

 

최동원은 1983시즌(208⅔이닝)과 1987시즌(224이닝)에도 200이닝을 넘게 던졌다. 물론 투수 분업이 정착된 현재와 1980년대 초반을 비교하기는 무리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5시즌 연속으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최동원밖에 없었다.

 

시대 보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 프로야구의 모든 투수 비율 스탯은 선동열의 차지인 게 사실이다. 실제로 선동열은 최동원보다 삼진을 더 잘 잡았고, 안타도 잘 맞지 않았다.

 

때문에 점수도 훨씬 적게 내줬다. 최전성기인 1989~1991시즌 선동열의 평균 자책점은 1.3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3시즌 동안 선동열은 최동원보다 214⅓이닝이나 덜 던졌다.

 

물론 최동원이 214⅓ 이닝을 덜 던졌다고 해서 선동열과 같은 비율 스탯을 기록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선동열이 214⅓이닝을 더 던질 수 있었다고 기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 214⅓ 이닝이야 말로 1984 한국시리즈 4승보다 더욱 최동원의 "깡"과 근성을 잘 보여준다고 믿는다. 야구 만화에서 여드름 투성이 에이스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상대 라이벌이 꼭 금테 안경을 끼고 나오는 건 분명 최동원의 영향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오래 전 읽었던 문장이 여전히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우주인을 상대로 운명을 건 야구 경기를 벌여야 한다면 선발은 당연히 선동열일 테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건 최동원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그게 최동원이다. 야구팬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는 선동열이지만 그래도 내가 더 낫다는 자신감.

 

맞다. 최동원 같은 투수는 절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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