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테니얼 야구팀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단연 박노준 단장.

박 단장은 취임과 함께 "메이저리그식(式) 팀 운영을 선보이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여기서 박 단장이 이야기하는 메이저리그식 운영이란 감독(Field Manager)에게 경기 운영 전권을 위임하되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단장(General Manager)이 책임지는 형태를 뜻한다.

신임 이광환 감독 역시 “단장이 경기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이미 약속을 받았다. 선수 스카우트와 트레이드는 감독과 단장이 상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진짜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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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센테니얼의 최근 행보는 '메이저리그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니, 도대체 메이저리그식이라는 게 무엇일까? 혹시 우리가 흔히 "와, 쟤네는 저렇게도 하네."하면서 부러워했던 모든 것들이 '메이저리그식'이 아닐까?

그러니까 최신식 구장, 숨소리까지 들리는 가까운 그라운드, 안락한 의자, 방수포(防水布), 피규어, 버블헤드, 구장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먹을 거리, 경기 중간의 이벤트, 공격 중심의 전술, 토플리스 여자 관중 등이 바로 메이저리그식은 아닐까?

한 마디로 메이저리그식이라면 관중 중심, 팬 중심이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은 고객, 즉 팬들의 충성심(loyalty)에 호소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바로 이 점을 활용 팬들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켜 준 뒤 충성심을 높여 매출로 연결짓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유니콘스 팬들을 자처하는 팬덤은 어떤가? 연고지 이전, 이대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한 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선수가 좋고, 코칭 스탭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굳건히 버텨온 사람들이다. 체에 거르고 또 걸러 진정 충성심이 굳건한 이들만 따로 고른다고 해도 이만큼 검증이 가능할까.

그런데 지금 박 단장의 팀 운영 방식은 이 사람들 버리고 가겠다는 태도다. 흑자구조를 운운하면서 가장 충성심이 높은 고객은 일단 버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제는 상식이 돼 버린 이야기지만 전체 고객의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올려준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야 말로 바로 골수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이런 최우량 고객을 버리고 어디 가서 신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까?

그렇다고 조직 내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선수단이 불안감에 동요하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직원 한 명 없어 감독이 직접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다. 이런 게 메이저리그식이라면 차라리 한국식 야구가 계속되는 편이 낫다.

팬들은 침묵하는 구경꾼이 아니다. 고객 행복 추구에 실패하는 기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메이저리그는 이것을 알고 행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현재까지 박 단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흔적인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정말 메이저리그식 경영을 도입하기에 박 단장만한 적임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실체가 불분명한 구단 살림살이를 꾸려가며 실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박 단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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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5thBeatles 2008.02.05 17: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단 토플리스는 줄 잘 그으셨구요.... :) (뭐 저도 보고 싶습니다만 쿨럭)

    올해 팀 주축, 인기 선수들은 다 팔아버린, 그래서 그간 많은 지지를 보냈던 Fan들에게 원성을 사게 된 Oakland의 GM Billy Bean은 1월말의 Fanfest 현장에 '직접' 나와서 왜 자기가 그렇게 했는지를 설명해 주더군요....

    역사가 짧은, Fan을 알기를 오뉴월 혀를 내밀고 더위에 못 이겨 하는 X개보다도 무시하는 한국 프로 Sports의 구단 운영인데, GM이 Fan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생각을 설파하는 황송한 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Fan이 아니라 Team을 함께 꾸려나가야할, 그래서 돌아서려는 Fan들을, 같이 다시 찾아와야할 공동운명체인 선수와 Staff에게는 자신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일단, 위에서 정했으니 너네는 따라라라는 쌍팔년도.. 아니 군부독재 시절의 상명하복의 구단 운영이라니....

    단지 서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중동원이 되고 나름 다른 구단과 비슷한 적자 경영을 한다면, 정말 울고 싶어지는 한국의 Pro Sports 현실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을 거 같습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2.06 16:43 신고 BlogIcon kini

      선수단 내부로부터 비롯되는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 일단 지켜보고 싶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게 '합리적'인 이유에서 실시되는 것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일부 노장 선수 정리가 아마 그 맥락이겠죠.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쇄신이고, 개혁인지 현재로선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소통의 부재 역시 큰 문제고 말입니다.

  2. 시원 2008.02.07 09:0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광한 감독이 아니라 이광환 감독입니다 (악의 없습니다)

  3. BlogIcon 블로그스포츠 2008.02.13 19:1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블로그스포츠입니다. ^^
    kini 님의 위 포스트가 2월 첫째주 블스 조회수 베스트를 차지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