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슬로비 [slobbie←slower but better working]
느리지만 더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

신해철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1년 N.EX.T 데뷔 앨범을 통해 '빨리 빨리'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도시인의 애환을 노래한 바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의 속도는 더 빨라져 가기만 한다.

이런 현상으로부터 스포츠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하기는 1990년 파리 올림픽에서 채택된 표어 가운데 하나가 '더 빠르게(Citius)'였으니 이런 현상은 스포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범위를 좁혀 보면 이런 조급증이 가장 심한 종목이 바로 야구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선수들 몸값 만큼이나 투수들 구속도 미친 듯이 올랐다. 이제 90마일 중반대 구속을 가지고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도 슬로비族 면모를 잃지 않는 이들이 자랑스럽다. 다음은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속구 평균 구속이 낮은 10명의 면면(최저 140이닝 투구 기준).

• Mark Buehrle (CWS) ; 137km/h


"공이 느리다고 힘이 덜 드는 건 아닌데 사람들이 잘 몰라주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 Matt Chico (WSH) ; 137km/h


"게다가 한국에서 137킬로 정도면 그렇게 느린 공이 아니라는 소문도 도는데 말이죠."


• Greg Maddux (SDP) ; 136km/h


"그래도 이게 작년보다 한 1.5km/h 빨라진 거라니까요."


• Barry Zito (SFG) ; 135km/h


"제 주무기는 잘생긴 얼굴이지 커브지 속구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옛 팀동료 공을 넘기고 싶냐?"


• Paul Byrd (CLE) ; 136km/h


"제 공이 깃털처럼 가볍다고 그래서 제 이름이 버드인 거죠 -_-;;"


• Doug Davis (ARI) ; 135km/h


"저도 이 구속 가지고는 떡실신 당한대서 이름이 떡입니다. ㅡ,.ㅡ"


• Tom Glavine (NYM) ; 134km/h


"오죽하면 야구를 향한 열정이 스피드 건에 안 찍히겠다고 그랬겠습니까?"


• Livan Hernandez (WSH) ; 134km/h


"그래도 제가 이 구속으로 1년에 몇 이닝이나 먹는 줄 아시죠?"


• Jamie Moyer (PHI) ; 130km/h


"그래도 제가 NL, 왼손 투수 가운데서는 1위랍니다 -_-)/"


• Tim Wakefield (BOS) ; 112km/h


"나보다 최소 20km/h씩 빠른 놈들이 지금 뭐라는겨?"

공이 느리기로 저마다 한 가닥(?) 하는 선수들이 거의 모두 포함 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누구도 티미翁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게다가 몇 년 째 소문만 이따금 들려올 뿐 신예 너클볼러가 등장하지 않으니 이 또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MLB 슬로비 클럽이 신속히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이길 희망해 본다.

※출처 <Bill James Handbook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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