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 시리즈를 예상하면서, 애리조나가 시리즈를 가져오는 길은 컵스가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예상이 틀린 것에 대해 변명을 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컵스는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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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1차전에 카를로스 잠브라노를 너무 빨리 내린 것이 결국 루 피넬라 감독에게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4차전을 위해 팀의 에이스를 아끼는 건 확실히 섣부른 결정이었다.

물론 1년 내내 잘 던진 불펜 투수라면 그 어떤 감독이라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스 마몰이 마크 레이놀즈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순간, 그 믿음은 헛된 바람이 돼 버리고 말았다.

2차전 선발 테드 릴리는 2점의 리드를 홈런 한 방에 곧바로 날려 버렸고, 3차전에서는 상대 팀의 선두 타자에게 초구 홈런을 얻어맞으며 경기를 시작했다. 뛰어난 수비진도 장타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법. 컵스 투수들은 이번 시리즈에서 홈런을 6개나 내줬다.

게다가 중심 타선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알폰소 소리아노, 아라미스 라미레스 그리고 데릭 리로 이어진 컵스의 클린업 트리오는 도합 38타수 6안타(.158)에 그쳤고, 안타 6개도 모두 단타였다.

그렇다고 다른 타자들의 공격이 활발했던 것도 아니다. 컵스 타자들의 득점권 기록은 23타수 2안타(.087)가 전부였다. 잔루는 모두 27개. 득점하지 못하는 팀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반면 애리조나는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집중력과 투지가 결국 컵스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 역시 무색하게 만들었다.

어찌됐든 이긴 자만이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애리조나는 컵스를 또 한번 '염소의 저주' 속으로 밀어 넣었고, 리그 챔피언십 진출에 성공했다.

빌리 빈의 분노는 어김없이 올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재현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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