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투수들은 평균 자책점을 골랐다. 타자들은 타점이었다.

SI.com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현역 타자 257명을 대상으로 '가장 의미있는' 타격 기록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105명(41%)이 주자를  불러들이는 타점이 가장 중요한 타격 기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9명(19%)의 선택을 받은 출루율이 2위, 타율(13%)과 OPS(11%)가 10%가 넘는 선수들 지지를 받았다. OPS의 한 축을 이루는 장타율은 겨우 1%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고 야구팬들이 타자의 '절대 덕목'으로 생각하는 득점권 타율 역시 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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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메이저리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요미우리 이승엽 역시 "홈런을 몇 개 치느냐 하는 것보다 많은 타점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타자가 자기 능력만으로 타점을 기록할 수 있는 건 '솔로 홈런'뿐이다. 루상에 주자가 없으면 타점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1루 주자보다는 2루 주자가, 2루 주자보다는 3루 주자가 타자에게는 타점을 올릴 좀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한번 이런 '기회'를 점수로 바꿔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주자 상태를 점수로 환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자가 없는 경우에는 1점부터 시작해 만루일 때 10점까지 각각 주자 상황에 따라 누적치를 계산해 보자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타자 A가 한 경기에서 모두 4번 타석에 들어섰다고 하자. 첫 타석은 2회 선두 타자(1점), 두 번째는 4회 1, 2루(2점+3점=5점),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각각 주자 3루(4점), 2루 상황(3점)이었다. 그럼 이날 경기에서 타자 A의 기회는 모두 13점이 된다.

이런 식으로 시즌 전체에 걸쳐 조사할 수 있고 원한다면 커리어 전체도 가능하다. 이번에는 2005~2006 두 시즌 기록으로 해보자. (편의상 이 점수를 '기회'라고 부르기로 하자.)

지난 두 시즌 동안 가장 기회가 많았던 선수는 한화 김태균. 김태균의 기회는 총 2196점으로 가장 많았고 173 타점 역시 가장 많은 기록이었다. 김태균이 타점이 많은 데에는 동료 타자들 도움이 컸다는 뜻이다.

타점 2위 롯데 이대호(168타점)가 얻은 기회는 2041점으로 전체 5위다. 타점 5위를 차지한 장성호(153타점)도 2079점으로 네 번째로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다. 얼핏 보기에도 기회가 많을수록 많은 타점을 올리기에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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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와 타점 사이의 설명력(R-square)는 94.5%나 된다. 많은 타점을 올리는 데 있어 기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하다는 것. 많은 타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동료 타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두번째로 기회가 많았던 박한이(2121점)는 102타점으로 21위에 그쳤다. 거꾸로 타점 3위(163타점)에 빛나는 현대 래리 서튼은 기회에서는 18위(1898점)에 만족해야했다. 김민재는 서튼보다 기회가 51점 모자랄 뿐이지만 타점은 99개나 적었다.

그러니까 기회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5.5%의 어떤 요소가 전체 타점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요소는 다름 아닌 장타율이다. 래리 서튼은 이 두 시즌 동안 장타율 .547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김민재는 규정 타석을 채운 가운데 장타율(.317)이 가장 낮았다.

장타율을 구성하는 총루타수와 타점의 상관 관계 역시 이런 사실을 지지한다. 둘의 상관관계는 97.6%로 기회와 타점 사이의 상관관계보다도 높다. 장타를 많이 날릴수록 타점을 많이 올린다는 건 물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타점과 가장 큰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장타력이다. 그리고 장타력이 좋은 타자 앞에 주자가 많을수록 타점 역시 늘어난다. 타점이란 기회와 장타력의 산물이다.

팀 내에서 4번 타자가 가장 타점이 많은 것 역시 이런 까닭이다. 4번 타자와 3번 타자의 총루타수는 12개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타점 111개나 차이를 보인다. 기회에서 444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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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타자가 타점을 많이 올리기 위해서는 일단 장타력을 갖춰야 한다. 또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는 팀 그러니까 뛰어난 타자들이 주로 타선에 포진한 팀에서 뛰어야 한다. 기왕이면 4번 타자로 나서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니까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타점이 최고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다는 건 빅 마켓 팀 4번 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의 반영이 아닐까?


댓글, 2

  •  댓글  수정/삭제 Anakin
    2007.09.29 02:07 신고

    저거 SI지 설문결과 보고 잠시동안 멍해졌었습니다. 아니 타자들이 정말 이렇게 바보인거야? 하구여...

    •  수정/삭제 kini
      2007.09.29 17:51 신고

      출루율이 타율보다 더 위라는 것과 타점이 제일 높다는 건 참 묘한 느낌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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