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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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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볼(Money Ball)>, 야구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마이클 루이스의 베스트셀러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의미 심장한 부제가 하나 더 붙어 있다.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기는 법(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이 바로 그것.

현재 우리 프로야구 역시 불공정한 게임에 직면해 있다. 바로 약물 문제다. 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경쟁을 벌이는 것, 이것이야 말로 확실히 불공정한 게임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프로야구에는 이를 확인하고 제재할 아무런 장치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물론 도핑 테스트 실시를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계획대로라면 올 전반기에 이미 도핑 테스트가 한 차례 실시됐어야 한다. 하지만 선수협측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 '금지약물복용적발시 명단 공개'에 대해 선수협이 완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 도핑이 늦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국내 무대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펠릭스 호세는 약물 복용 혐의로 출장 정지 조치를 당했다. 호세가 국내 무대에서도 계속해서 약물을 사용해 왔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한 증거가 포착된 것이다. 게다가 진갑용과 박명환 등 국내 유명 선수들 또한 국제 대회 도핑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전례가 있던 것 역시 사실. 국내 프로야구 역시 약물 안전지대가 못 된다는 점이 여러 증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수협은 '명단 공개 불가 원칙'을 내세우며 도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선수들의 인권 보호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동감하는 바이지만, 현재 선수협의 태도는 약물 복용 의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약물 앞에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숨길 게 무엇인가? 일부러 오해를 낳고 있는 선수협의 태도에서 찝찝함을 지우기가 어렵다.

약물은 천국의 향기를 지닌 독극물이다.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도핑 테스트의 초점 역시 적발이 아닌 예방과 방지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어떤 선수가 적발되어서 어떤 처벌을 받느냐 보다 약물로부터 선수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프로 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약물 파동이 터진다면 프로야구는 타격을 입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소위 병풍(兵風)이 터지지 않았다면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현재처럼 투명화 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썩은 고름을 방치하다 더 큰 화를 입지 말자는 이야기다. 게다가 국내외 스포츠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반(反)도핑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선수협의 주장은 여러 가지로 명분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선수협 나진균 사무총장은 "지금껏 아무 문제없이 잘해왔는데 갑작스레 실시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우리 프로야구는 정말 공정한 게임으로 치러지고 있었을까? 도핑 테스트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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