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어떤 선수를 올스타로 뽑든 그것은 팬들의 자유다. 그 누가 됐든, 그 어떤 이유 때문이든 팬들이 해당 포지션에 최다 투표를 선물한 선수는 올스타가 된다. 올스타 투표의 아주 간단한 원리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선수에게 '올스타급'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올스타'의 의미가 달라진다. 리그 정상급의 선수를 일컬어 '올스타급'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올스타 선수는 인기가 우선이지만, 올스타급 선수라면 실력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이미 올스타 투표는 동군 1루수 이대호에게 역대 최다 투표를 안기며 마감됐다. 사실 이대호는 인기와 실력면에도 모두 최고다. 하지만 올스타로 선정된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한번 '올스타급' 선수들을 뽑아 보자.

기준은 윈쉐어(Win Shares, 이하 WS)다. 윈쉐어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창안해 낸 메트릭으로 해당 선수가 팀 승리에 기여한 정도를 숫자 하나로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간략하게 말해, 공수주 전체에 걸친 선수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표현해 주는 도구가 바로 윈쉐어라고 할 수 있다.


동군 (두산, 롯데, 삼성, SK)

투수 ; 리오스(두산, WS 12)

WS는 일반적으로 포수를 과대평가하고 선발투수를 과소평가하는 도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리오스보다 높은 WS를 기록한 선수는 오직 5명뿐이다.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가 올스타전에 빠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포수 ; 박경완(SK, WS 8)

물론 '강민호송'의 중독성은 야구 팬 모두가 인정한 바 있다. 그리고 '80년대에 태어난 포수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 역시 강민호다. 하지만 1위 팀 주전 포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1루수 ; 이대호(롯데, WS 17)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대호야 말로 'Mr. 올스타'다. 실력과 인기 모두 따라올 자가 없다.


2루수 ; 고영민(두산, WS 11)

1997년 롯데에서 배출한 올스타는 딱 한 명이었다. 바로 박현승이 그 주인공.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박현승은 다시 올스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박현승(WS 6)보다 거의 2배나 뛰어난 WS를 기록한 젊은 2루수가 있는 것을.


3루수 ; 김동주(두산, WS 14)

확실히 김동주는 리그 최고의 3루수다. 게다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지도 모른다. 기꺼이.


유격수 ; 정근우(SK, WS 10)

물론 1위 팀에서 유격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나주환이다. 하지만 그의 WS는 4밖에 되지 않는다. 팬들이 올스타로 뽑아준 박진만의 WS도 5로 큰 차이가 없다. 정근우는 투표용지에 유격수 후보로 기록 돼 있고, 올스타로 뽑힐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서 정근우다.


외야수 ; 이종욱(두산, WS 8), 박재홍(SK, WS 8), 박재상(SK, WS 7)

팬들도 박재홍이 올스타급 선수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종욱과 박재상 대신 박한이와 이승화를 선택했다. 이승화는 어차피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우니 일단 넘어가자. 하지만 박한이의 이번 시즌 WS는 5밖에 되지 않는다. 비인기팀 소속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박재상이 뒤질 게 없다는 뜻이다.


지명타자 ; 양준혁(삼성, WS 12)

팬들이 뽑지 않았더라도, 기록이 지금보다 더 나빴다고 하더라도, 양준혁은 2000안타만으로도 올스타전에 초청되어야 했을 선수다. 그래서 양준혁이 대단하다. 인기와 실력 그리고 대기록을 모두 가진 선수니까 말이다.


서군 (한화, 현대, KIA, LG)

투수 ; 류현진(한화, WS 9)

최고의 우완 선발 투수가 리오스라면, 좌완은 단연 류현진의 몫이다. 지난 시즌 MVP라는 이유만으로도 류현진은 올스타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말이다.


포수 ; 조인성(LG, WS 9)

물론 이 정도 성적을 올리는 것에 대해 소위 'FA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마 올해 성적이 조인성의 야구 인생에서 커리어 하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올스타로 뽑히는 데 어떤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인성은 확실히 현재까지 최고의 포수다.


1루수 ; 김태균(한화, WS 15)

올스타 게임처럼 별명을 만들기 좋은 경기가 또 있을까? 기대하시라, 그의 새로운 별명을.


2루수 ; 이종열(LG, WS 9)

해마다 시즌이 개막되기 전이면, 참 많은 이름이 LG 주전 2루수로 거론된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이 자리는 늘 그의 차지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종열은 꾸준하고 성실하다. 어쩌면 그래서 올스타에는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지환이라고? 그의 WS는 이종열의 ⅓밖에 되지 않는다.


3루수 ; 이범호(한화, WS 10)

.239밖에 안 되는 타율이 문제지만, 5일 현재 .375의 출루율은 전체 13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기록이다. 장타율 .468 역시 전체 11위로 수준급이다. 여기에 그가 수비에서 기록한 WS 2.6보다 뛰어난 수비를 자랑한 3루수는 없다.


유격수 ; 권용관(LG, WS 8)

물론 수비만 놓고 보자면 김민재(2.8)의 WS가 권용관(2.4)보다 낫다. 하지만 타율 .250만 치면 좋겠다던 권용관은 어느 덧 .278의 놀라운 타율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WS 총점에서 김민재보다 3점 앞선다. 진정한 '용달매직'의 수혜자가 아닐지.


외야수 ; 크루즈(한화, WS 16), 이택근(현대, WS 9), 박용택(LG, WS 9)

크루즈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종범의 WS는 말하기 창피한 수준이고, 전준호는 롯데 팬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사실 현대 외야수 가운데 한명이 뽑혀야 한다면 전준호(WS 6)가 아닌 이택근이다. 한편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과소평가 받는 경향이 있지만 박용택은 또한 그리 나쁘지 않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명타자 ; 브룸바(현대, WS 12)

홈런 레이스 1위가 빠진 올스타전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