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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두산 윤승균이 1군에 올라왔다.

 

이렇게 쓴 문장은 단순히 두산의 윤승균이라는 선수가 프로야구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윤승균은 성폭행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한국프로야구 규약에는 마약이나 병역비리에 연루된 선수는 제명토록 되어 있다. 성폭행이 이 범죄보다 죄질이 가볍다는 뜻인가?

 

윤승균은 임의탈퇴 조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레 1군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에게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도 우선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윤승균이 없으면 당장 두산 전력이 큰 타격을 입을 만한 상황도 아니다. 빠른 발을 제외하자면 사실 윤승균은 야구 선수로서 그리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도 못 된다. 게다가 두산에 발 빠른 외야 자원이 부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강동우 역시 아직 2군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두산 구단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윤승균은 1군에 올렸다. 두산 홈페이지 게시판 '곰들의 대화'는 물론 각종 야구 팬 사이트에는 이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자자하다.

 

먼저 이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처사였다. 프로야구 선수는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가해자가 사람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 걸 피해자는 참고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팬들에 대한 배려 역시 아쉽다. 도대체 야구팬들이 무엇 때문에 성 범죄자 이름을 소리 높여 응원해야 한다는 말인가? 야구 선수가 도덕군자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크나 큰 도덕적 결함은 없어야 한다. 저 선수에게 어떤 과거가 있다는 걸 어린 아이와 여성팬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이는 2군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타격이다. 누구는 1군 무대에 오르기 위해 뙤약볕 밑에서 땀을 흘리는데, 누구는 이렇게 손쉽게 1군 무대에 오르는가? 그리고 소속팀 선수들은 윤승균을 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두산 구단은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팬들에게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밝히고, 아니라면 적어도 1군 엔트리에서 윤승균을 제외해야 한다. 만약 윤승균에게 무죄를 입증할 만한 무엇이 있다면 해명이 필요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팬들이 윤승균을 보지 않을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다.

 

관점에 따라 성폭력이 살인보다 더 질이 나쁜 범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적어도 이런 악질 범죄자는 프로야구 선수가 될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윤승균은 야구 유니폼을 입을 자격도 없다.

 

물론 무죄라면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거겠지만,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도 집행유예 3년. 아마도 오해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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