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유니콘스 노우트


• 지난주에 현대 타자들은 .317/.376/.566을 때려냈다. GPA로 환산했을 때 .311에 달하는 굉장한 수치. 주간 GPA 2위의 LG가 .274에 그쳤다는 점을 생각해 봐도 얼마나 타선이 폭발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주 리그 평균은 .245였다.

덕분에 경기당 평균 6.2점에 해당하는 37점이나 뽑아냈다. 비록 일요일 경기에서 삼성에 영봉패하기는 했지만, 목요일 LG 전에서도 4점을 내고 졌으니 타선 때문에 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심 타선의 폭발이 큰 힘이었다.

브룸바의 주간 GPA는 무려 .592나 된다. 홈런을 6개나 터뜨렸으니 당연한 성적이다. 이택근 역시 4할이 넘는 GPA(.401)를 기록하며, 브룸바를 지원 사격했다. 정성훈 역시 .299의 GPA를 때려내며 뒤를 받쳤다. 송지만(.246)이 조금 부진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공포의 중심 타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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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룸바는 시즌 초반 불안했던 모습을 보였다. 4월 성적은 .239/.368/.437로 퇴출이 걱정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오늘 현재까지 .333/.447/.589를 때려내며 참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확실히 보답하고 있다. 6월만 놓고 보면 .389/.476/.796으로 완전히 특급이 된다. 4번 타자 걱정은 확실히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지난 주에 당한 2패 가운데 김성태가 내준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사직에서 호투했다고는 하지만 김성태는 어디까지나 '땜빵‘ 선발이었다. 그리고 롯데를 상대로 사직에서 던지는 것과 LG를 상대로 수원에서 던지는 것 역시 다른 일이다. 그러니 이 패배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장원삼이 무너진 건 확실히 되짚어 볼 문제다. 4월에 32.1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0.28을 기록했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6월 현재까지 방어율은 무려 7.06이나 된다. 그것도 올 시즌 3승을 모두 안겨준 삼성을 상대로 무너졌기에 더더욱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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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역시나 피홈런이다. 장원삼은 이번 시즌이 시작된 후 5월 17일까지 48이닝을 던지며 단 하나의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종범에게 홈런을 하나 얻어맞은 이후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그 이후 홈런을 얻어맞지 않은 건 6월 1일 SK戰뿐이다.

장원삼은 상대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공 끝이 그리 살아 있는 편은 못 되기에 장타를 허용할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밸런스가 무너진 게 한눈에 보여서는 곤란하다. 진짜 삼복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잡아 놓지 않으면 한여름에 한 번에 무너질 조짐도 보인다. 확실히 관리가 필요하다.


• 그리고 덧붙여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선수는 지석훈과 허준이다. 시즌 개막전 가장 취약점으로 거론되던 유격수와 백업 포수 자리를 두 선수가 너무 훌륭하게 채워주고 있다. 유니콘스가 .500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당연히 이 두 선수의 공이 지대했다.

먼저 지석훈의 수비는 이제 칭찬해주기 입 아플 정도로 안정돼 있다. 아직 포구에서 더러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포구가 이뤄진 후에 송구 동작은 별로 나무랄 게 없을 정도다. 강한 어깨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타석에서도 최근 10경기 출루율이 .385나 된다. 타율은 여전히 .250에 머물러있지만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는 건 좋은 징조다. 아웃되는 타구 역시 라인드라이브성인 경우가 많다. 김시진 감독이 내 건 '사비 보너스'도 꿈만은 아닐지 모르겠다.

허준 역시 강귀태보다 낫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빼어난 포수 리드를 선보인다. 물론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김동수와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허준 = 패배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정도의 활약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현대 팬들은 백업 포수에 그리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1주일에 한번씩 마스크를 써줄 수만 있다면, 타격이야 어찌되어도 상관이 없다. 곁에 두고 배우기에 김동수보다 좋은 스승이 또 있을까? 말 그대로 경험을 쌓는다는 자세로 올 시즌을 훌륭히 치르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허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이제 8연패로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벌충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이다. 게다가 투타의 핵인 캘러웨이와 이숭용이 빠진 상황에서 이만큼 온 것 역시 대견스러운 일이다. 정말 이제부터다. 과연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먼저 두산과의 시리즈에서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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